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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왕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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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왕 세종

권오준 저 / 김효찬 그림 | 책담 | 2021년 05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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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330g | 135*196*16mm
ISBN13 9791170287797
ISBN10 1170287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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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입에서 다시 한숨이 나왔다.
“후유….”
상왕은 임금은 얼음처럼 차가운 가슴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차가운 가슴이 무엇이던가. 그것은 바로 문무 대신들을 호령하고 조선과 만백성을 한길로 이끌 수 있는 강력한 군주인 것이다. 임금은 자신이 여전히 상왕의 성에 차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창덕궁 망새 위에서 부엉이가 울었다.
‘부엉 부엉 부엉.’
부엉이 울음소리가 복잡한 임금의 마음을 더욱 어지럽혔다. 그렇잖아도 부엉이 울음소리를 싫어했는데, 오늘은 젊은 임금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궐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 p.12

대궐로 돌아가는 내내 임금의 머리는 복잡한 생각들로 뒤엉켜 있었다. 임금은 처음으로 군사에 관한 일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태상왕 때 중단된 돌팔매질 군사를 다시 되살린 데 대한 자부심 또한 여간 큰 게 아니었다. 하지만 갑돌이라는 인물을 알아본 것은 어디까지나 양녕의 안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임금은 상왕이 그토록 세자 양녕을 아끼는 까닭이 이해가 되었다.
--- p.53

“주상, 곧 대마도를 치려고 합니다.”
“대마도를요? 아바마마, 대마도는 왜 갑자기 치려 하시옵니까?”
“대마도에 심어 놓은 우리 간첩의 정보가 들어왔는데,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선수를 쳐야 할 것 같습니다.”
임금은 그제야 상왕이 병권을 놓지 않고 있던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상왕은 이미 왜국 정세까지 파악하고 앞날을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밀 창고는 한낱 대궐의 안위를 위해 만든 무기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쟁을 대비한 철저한 준비였다.
--- pp.66-67

“그건 그저 아바마마의 옥체 보전을 위한 것이었사옵니다. 아바마마, 멧돼지가 달려오는 그 긴박한 와중에 어찌 소자를 보호하라 명하셨사옵니까? 소자 민망해서 얼굴을 들지 못했사옵니다.”
“주상.”
“예, 아바마마.”
상왕은 잠시 말을 멎었다가 다시 이었다.
“이 나라의 임금이 누구입니까? 이젠 엄연히 주상이십니다. 나는 임시로 주상을 돕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이 나라의 지존인 주상부터 당연히 지켜야지요.”
“아바마마!”
젊은 임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왕의 자리에 오른 뒤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 p.91

“만일 역질이 번져 혹여라도 옥체 불편하신 상왕 전하께 미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어찌할 거냐고 물었사옵니다.”
상왕은 흡족해했다.
“옳거니! 바로 그겁니다. 주상이 대신들을 보기 좋게 꺾었습니다.”
임금은 대신들과의 열띤 논쟁에서 지지 않았다. 지기는커녕 상왕과 정치를 함께 해 왔던 원로대신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렸다. 임금은 날카로운 말로 조곤조곤 이치를 가지고 대신들의 빈틈을 노려 찔렀다.
“마치 범이 사슴에게 달려드는 것 같소이다.”
대신들 반응이었다. 번갯불이 번쩍이듯 재빠른 임금의 조치에 대신들은 더는 말을 얹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p.98

“주상, 이번에 실수했다고 앞으로 일 펼치는 걸 주저한다면 아비는 더 크게 실망할 겁니다.”
“명심하겠사옵니다, 아바마마.”
“내 의견이 모든 사람과 다를 때는 내 생각이 짧은 것일 수 있습니다. 찬반이 섞일 때에는 서로 논의해서 결론에 이르면 됩니다.”
상왕은 군주다운 지혜와 아량을 갖고 있는 진짜 임금이었다.
‘아, 임금 하기 참으로 어렵구나. 내 생각이 지푸라기보다 짧았다니!’
그날 임금의 방에서는 밤새도록 긴 탄식이 멎지 않았다.
--- p.119

“정확히 보셨습니다. 두고 보세요, 이제 대마도가 아니라 일본국이 움직일 겁니다. 그리고 주상, 머지않아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소자, 아바마마의 큰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옵니다.”
대마도를 넘어 일본국을 움직이게 하고자 했던 상왕의 판단은 임금으로서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모두의 의견과 다르면 자신의 생각이 짧은 거라고 생각하라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상왕은 자식에게 말한 이치를 넘어서고 있었다. 젊은 임금은 자기의 존재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 p.145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형 양녕대군이 세자에서 폐위되고 세자가 되었다가 두 달 만에 왕위에 오른 세종. 충분한 준비 없이 왕위에 오른 그는 하루하루 가슴 떨리고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세종 1년 봄날의 어느 밤, 세종은 여느 때처럼 상왕의 방에 무릎 꿇고 앉아 나라와 백성에 대해 가르침을 받는다. 강한 카리스마로 신하들을 휘어잡고 지혜롭게 나라를 다스렸던 아버지 태종 앞에서 세종은 자신이 한없이 작게만 느껴진다. ‘과연 좋은 임금이란 무엇이고 잘해 나갈 수 있을까?’ 스물셋 젊은 임금 세종은 매일 새로운 문제와 선택의 기로에 고민하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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