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혐오를 전파하는 일등 주범은 소셜 미디어이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소셜 미디어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 개인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미국 대선에서 상대 후보를 조롱하는 트럼프 후보의 짧은 트윗은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보다 여론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가 근대 이후 인류가 만들어온 여론 형성의 검증 메커니즘을 무력화시켜 버린다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트럼프의 비난과 조롱의 트윗은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사회의 양극화와 파편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 p.9~10
개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을 위해 ‘우리(us)’와 ‘그들(them)’을 극명하게 비교하고, 그룹 내에 있지 않은 사람 혹은 집단에 대하여 차별적인 마음을 가진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혐오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증오나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감의 표시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즉, 혐오는 사회정체성을 형성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되어 성별, 인종, 성적 지향성, 장애 등을 가진 외집단에 대한 차별로 나타날 수 있다. --- p.20
성소수자에 대한 미디어의 편향적인 보도를 수정하고 현실과 온라인 공간에서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제도적 방안을 찾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SNS에서 유통되는 성소수자 관련 콘텐츠와 댓글 등을 분석해 SNS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완화하는 기제로 작용하는지, 아니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더 확산시키는 증폭제로 기능하는지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 p.66
‘차별금지법’ 혹은 ‘평등법’이 지향하는 것처럼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막는 방향으로 제도화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아직 제도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대중매체는 정파적으로 보도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그리고 문제 해결의 시각에서 보도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동질적인 집단 내에서만 소통하기보다는 자신과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교류와 소통을 지속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론장’을 형성하고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었을 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완화되고 성소수자의 권리 증진에 필요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풍부해질 것이다. --- p.68
사람들은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아닌 나와 어떠한 특성이나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일 경우, 혐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에 대해 반박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곧 혐오에 대한 자정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혐오 표현을 자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만연해 있는 혐오 표현이 나와 전혀 상관없고 다른 사람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하며 무언가 공통성을 공유한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스스로 그것에 대해 반박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혐오가 유머로 포장된다고 해서 그것이 혐오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유머적 혐오 표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울 필요가 있다. --- p.99
언론의 강력사건 보도에서 분노 단어는 의미가 유사한 격분이라는 단어보다 우발이라는 단어와 더 유사도가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분노로 인한 공격성에 대한 원인은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분노의 갑작스러움이나 우연성이 강조되어 왔다. 단어를 사용할 때 어떤 단어를 함께 사용하는가에 따라 맥락이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를 분석으로 증명하는 작업은 잘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 이에 이 장에서는 범행의 행태적 특성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 언론 보도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단어에 부여되는 새로운 의미나 맥락을 이해하고자 했다. --- p.134
아무리 좋은 분석기법을 활용한다고 해도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의식과 이해가 없다면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텍스트 분석에 관심이 있다면 현상 또는 대상을 대표하는 주요 단어를 선정하기 위해 문제의식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 p.135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는 개인의 디지털 격차, 디지털 소외 문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러 세대가 한 시대의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정 혹은 직장, 지역사회에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기기 및 서비스 이용능력은 서로간의 소통을 돕는 도구일 수 있지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기 어려울 경우 오히려 소통이 어려워지거나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대부터 60대까지 여러 세대가 위계서열을 갖춘 구조로 조합된 직장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세대 간 단절의 벽이 생길 뿐 아니라 윗세대가 시대에 뒤쳐진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정보사회 또는 디지털 사회는 경험을 전수하는 권위 있던 세대를 순식간에 역사회화가 필요한 세대, 사회적 역할을 상실한 세대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 p.148
갈등은 언제나 존재하고 순기능을 할 때도 있지만 갈등을 넘어선 혐오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갈등이 저마다의 시각에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이라면, 혐오는 개선 가능성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소통의 단절을 가속화시킨다. 노인혐오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존재해 왔던 세대 갈등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찾는 역동적인 현상이라면, 노인혐오는 자기 세대에 감정을 이입해 세대 내에서 편향된 대화만 나눌 뿐이어서 세대 간에 소통 부재와 단절을 낳는다. --- p.158
이처럼 온라인 공론장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의 결과는 정부정책 및 현실공간에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인 토론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합리적인 토론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온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내집단 편향을 억제하고 합리적 토론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우선, 나와 입장이 다른 불특정 다수도 자신과 같은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 및 존중하는 시민의식을 오프라인 생활 세계에서 갖춰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온라인 공간에서 나와 다른 정치적 입장 가운데 합리적 논변을 갖춘 양질의 주장에 적정 수준 노출될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간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 p.203
그래프의 패턴은 SNS를 더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일수록 ‘이민자의 유입을 더 늘려야 한다’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는 SNS의 사용이 폐쇄적인 속성의 사회적 자본과 개방적인 속성의 사회적 자본을 모두 발달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민자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서는 SNS가 개방적인 사회적 자본을 증진시켜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SNS의 사용은 결속형 사회자본이 아닌 교량형 사회자본과 더욱 강하게 연계됨으로써 자신과 이질적인 대상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p.225~226
이는 주거 이질성이 사람들을 분리시켜 정치 참여의 이웃효과가 작동하지 못하게 막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웃효과는 사회연결망효과라고 부를 수 있는데, 투표하러 가는 가족, 친구, 친지를 따라 나도 투표를 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주거환경이 이질적인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이웃과 소통할 기회가 적어 공적인 일에 협력할 가능성이 줄어들며, 투표할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 p.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