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소에서 영감을 받고 작업 내용을 구상하지만, 실제 작업은 대부분 책상에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하루의 많은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낸다. 회사에 있는 시간을 빼더라도, 퇴근 후 보통 하루에 4시간 정도 책상 앞에서 보내는 것 같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니만큼 그 주변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게 영감을 주는 것들로 가득하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가능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모니터 속 작업물이 완성되어 감에 따라 책상의 풍경도 점차 바뀐다. 그때그때의 생각을 메모한 종잇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지기 시작했고, 참고삼아 보았던 책과 자료집, 먹고 치우지 않은 여러 개의 커피 잔들이 깔끔했던 책상 위로 하나둘 쌓여간다. 책상 위의 모습만으로도 현재 작업이 잘 풀리고 있는지 아닌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는지 어림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책상 풍경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내게 있어 책상은, 내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공간이자 동시에 내 작업의 흔적이다. 또한 어쩌면 자체만으로도 나의 또 다른 작품일는지도 모르겠다. _16쪽 김종민(인터렉티브 디벨로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내게 책상이 없다면 나는 민들레 꽃씨를 쫓는, 길을 잃어버린 강아지이고, 톱 없는 목수이다. _100쪽 샤즈 세디그자데흐(미국 덴버, 디지털 소서, 프로듀서)
내게 책상은 무언가 놀라운 것을 창조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이 책상은 내가 열 살 때, 내 생애 처음 번 돈으로 구매한 것이다. 이제 16년 정도된 것 같다. 그동안 쭉 이 책상만을 고수해왔던 건 아니다. 여러 번 다른 것을 샀지만 결국은 매번 이 책상으로 되돌아왔다. 여기엔 뭔가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다. _110쪽, 요하네스 군나르 포르스테일손(인터렉티브 아티스트, 아일란드 훈아핑 베스트라)
정해진 나만의 책상은 없다. 그냥 내 노트북이 있는 곳이 내 책상이다. 가끔 어떤 공간에 상주해서 일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클라이언트가 바뀔 때마다 바뀐다. 하지만 어디서 일하든 변하지 않는 두 가지. 나의 맥북에어와 27인치 애플 모니터. 그 외의 것은 옆에 잘 두지 않는다. _122쪽, 페테르 헬베리(스웨덴 스톡홀름, 루비 프로그래밍 언어 디벨로퍼)
좋은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며 회사의 철학을 만들어가던 중 아버지가 사주신 첫 책상의 가치가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 회사 파트너들 모두가 개인의 책상과 의자를 직접 골랐다. 스스로 고른 책상 위에 각자의 개성이 담긴 콘텐츠를 올려놓으니 회사를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가 책상과 주인을 쉽게 연결시킨다. 앞으로 회사를 확장할 때에도 개개인의 비전과 아이덴티티가 담긴 책상을 갖게 하는 일들은 계속할 생각이다. 내게 있어 책상은 어제가 차곡차곡 담겨 있고, 오늘이 놓여 있으며, 내일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_178쪽, 홍성은(대한민국 서울, 광고기획자)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나는 아내와 함께 창업을 했다. 이 책상은 그때 새로운 사무실에 맞춰 제작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 둘의 책상이다. 그런데 회사를 채 시작하기도 전에 아내는 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다. 반드시 암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새롭게 회사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내는 암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리고 작년 세상을 떠났다. 내게 책상은 아내에 대한 기억이다._206쪽, 타카 야마다(일본 도쿄, 엔지니어)
참, 책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내 고양이이다. 이 녀석은 내 책상에 누워 있는 버릇이 있다.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할 때는 좀 짜증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귀여워 죽겠다. 단점이라면 내가 고양이만 그리게 된다는 것? 자기를 그려주지 않으면, 나를 꽉 물어버린다. 정말 정말 세게, 꽈악.
---260쪽, 바르드 홀레 스탄달(노르웨이 오슬로,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