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10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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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94g | 135*210*20mm |
ISBN13 | 9791191438413 |
ISBN10 | 1191438414 |
발행일 | 2021년 10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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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94g | 135*210*20mm |
ISBN13 | 9791191438413 |
ISBN10 | 1191438414 |
MD 한마디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현장실습생 김동준 등 오늘날에도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이어지고 있다. 고(故) 이한빛 피디의 동생이자 노동·주거·청년 분야 활동가인 이한솔 저자가 쓴 이 책은 형이 남긴 흔적에서부터 출발하여 다양한 분야의 청년 노동자 목소리를 담았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들어가며 | 좌절과 희망에 관한 대화 인터뷰이 소개 한빛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 1 빛이 머문 시간 2016년 가을 한빛이 소리를 냈다 자살에 대한 오해 빛이 남긴 것 2 보통이 지워진 사회 한빛, 보통의 청년 깔깔이가 된 청년들, 80퍼센트의 맥락이 편집됐다 공정하다는 착각의 착각 불안한 내일 3 왜곡된 시선 한빛, 그만두면 되잖아 정말 책임감이 없을까요 ‘님’의 위선 어리다는 이유의 결함 4 소모하는 일터 한빛, 패배자 남는 것이 없는 일터 어떤 사람에게는 더 위험한 일터 노동자라고 부를 수 없는 노동자들 엄마 기일조차 갈 수 없는 을의 일터기 5 우리 사이의 불평등 한빛, 그의 마음이 가닿고 싶었던 곳 그들이 사는 세상 넘을 수 없는 대학의 벽 서울로 가야만 하나요 위협과 차별은 분명히 있습니다 6 연결이 필요한 청년들 한빛, 동료가 없다 결국 나는 혼자를 선택한다 만만혐 기댈 곳이 필요하다 다시, 공동체 7 꿈꾸는 청년들 한빛, 꿈과 욕구 일상적 번아웃 다양성 그리고 존중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나가며 | 불평등을 넘어, 한 줄기 빛을 밝히고 싶다 발문 | 일단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 _정혜윤(CBS 피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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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피디는 내게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적극적으로 책을 열었다가, 책장을 편지 얼마 안되서 나는 책장을 다시 덮고, 내가 이 책을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되는 걸까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하릴없이 며칠을 흘려보내며 선뜻 책장을 다시 펼 엄두를 내지 못했다.
cj e&m. 내가 취준하던 시절에도 거의 삼성, 현대 급의 위용을 자랑하던, 대학생들 선호도 탑에 위치했던 기업.(취준시절이 오래 전이라 지금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그치만 이름만 들어도, 되게 가고싶은 회사 아니던가?) 그 곳의 피디, 심지어 드라마를 만드는 피디로 입사한 그가 얼마나 많은 애를 써서 그 곳에 입사했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얼마나 많은 부러움의 시선이 그의 어깨에 얹혀져 있었을까. 나도 모르게 으쓱했을 나날들이 꽤나 많았을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곧 그를 향한 칼날이 되고 목에 감긴 사슬이 된 것도 오래 지나지 않았으리라.
나는 드라마를 매우 사랑한다. 영화와 달리 다양한 인물들의 스토리를 긴 호흡으로 들려주는게 좋기 때문이다. 좀 더 친절하고 자세하다. 그리고 좀 더 사람냄새가 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그런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은 가슴 속에 인생책 한 권쯤은 품고 살며, 사회의 약하고 낮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줄 아는 그런 부류일줄 알았다. 한빛피디 역시 그런 마음으로 입사를 했을 것 같다. 마주한 현실이 이렇게 차갑고 냉혹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그저 그렇게 공부하고 그저 그렇게 교우관계를 유지하다가 피디가 되었다면, 눈 딱 감고 그런 부조리함을 억지로 목구멍으로 밀어 삼키며 자리를 보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대학시절 누구보다 노동, 인권 등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나서서 목소리를 내던 인물이었기에, 자신이 앞장서서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목을 날리며 아무렇지 않게 있어야만 하는 나날들을 못견뎠을 것이다. 그래서 참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
회사에서의 일이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왜 자살을 할까 는 나의 레파토리 중 하나였다. 간간히 들려오는 직장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이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곳에서 나오면 그만인데, 왜 소중한 목숨을 저벼릴까 라고 생각하면서 늘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한빛피디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전부라고 믿어버린 세상에서 ‘그냥 여기서 나가면 되지’ 라는 마음이 쉽게 들기 어려웠을테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무게와 책임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죄책감 등을 쉽게 털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읽은 후 어느 기사에서 였던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나가기 어려웠다.” 라는 한빛피디의 마지막 말을 접했다. 그 한 줄이면 그의 행동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한솔 작가가 자살을 선택한 형에게 “조직을 떠나기보다 죽음을 선택했던 형을 존중하고 싶다” 고 하는 대목에서 나는 이 형제의 세상을 향한 진심을 존경하게 되었다.
이한솔 작가는 자신의 형의 이야기로 대표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히 책으로 그려냈다. 책에선 담담했지만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현실에 부딪히고 싸우면서 얻은 생채기로 가득하겠나. 형의 주변인의 목소리를 하나 하나 담기 위해, 이 책 한 권에 그 이야기를 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을 그의 모습이 자꾸만 스쳐, 책을 읽고나서 가볍게 남기는 독후감 조차 한 글자를 내딛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주 평범한 청년이기 때문에, 책의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직장의 높으신 분(?)들은 요새 젊은애들은 책임감이 없다며, 라때는 말이야~ 를 시전하지만, 정작 직장에서 우리는 많은 부분을 책임지면서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이 일터에서 며칠 일하다가 맘에 안든다고 퇴사를 하거나,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등의 일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극단적인 예시일 뿐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만 해도, 모두들 사내 규칙을 어기지 않고, 주어진 일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야근도 불사하며 열심을 다한다. 회사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일이고,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그런 마음으로 노동현장에 있다. 그러나 50~70년대생 라떼부대들은 “우리 때는 얼마나 야근을 많이 했는데, 그러면서도 월급은 고작 얼마였다” 라는 말로 입막음을 해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한 문장으로 치부해버리기에 상황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물가의 변화나, 현재 집값, 취업의 어려움 등은 왜 하나도 고려되지 않은 채 단순비교만 하며 청년들의 나약함을 지적하는지 그저 속이 상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한솔 작가에게 고마운 것은 이런 상처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본인에게는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의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한 장의 서평을 남기는 일 뿐이지만, 읽고 나니 뉴스에서 청년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이나, 취업난에 이런 저런 사기에 휘말리는 청년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마음 한 켠에 한빛피디를 떠올리게 됐다. 그가 남기고자 했던 “빛” 이 사회 속에 아직도 스며들지 못하고, 비추지 못하는 곳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의 바람은 그렇게 위대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너무 클 필요없는 적당한 집에서 사랑하는 반쪽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각자의 자아를 실현하며 열심은 보상받고 쉼은 편하게 이어가는, 그런 삶을 원한다. 몇 개월씩 이어지는 야근에도 추가수당은 꿈도 못꾸고, 작은 이의제기라도 할라치면, ‘아니면 나가. 너 아니어도 여기서 일할 사람은 많아’ 로 응수되는 현재의 상황은 책 속에서 누군가의 말처럼 개인 혼자서 싸워서 변할 그런 구조가 아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작가가 현실을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희망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마치 그래야만 형에게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애쓰는 사람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래서 그의 바람대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잃지 않는 일이지만, 그 와중에도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이 무너지지 않는 그런 삶들이 가득했으면 하고 나도 응원하고 싶다. 그래야만 나 역시도 이 형제들에게 떳떳한 작은 청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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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구조적으로 책임을 지는 상황이 아닌 청년들이 많은 거지. 사원이 부장 일을 책임지지 않잖아. 책임감이 없는 것이랑 달라. 다만 구조가 그렇게 만드는 것은 있어. 내가 다니던 회사 역시 권한을 주지 않았어. 그래 놓고 주인의식을 가지라고만 강조했지. 당시에는 제일 싫어하는 말이 주인의식이었어. 주인을 시켜주고 나서 주인의식을 논해야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회사 그만두고 학교(대학원)에 처음 돌아왔을 때 제일 어려웠던 것이,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았던 거야 ‘내가 대기업 시스템에 물들었구나’ 생각한 게, 계속 물어보게 되더라고. 주변 동료한테 “그건 당신이 직접 정해도 되는 거예요” 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두고 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 페이지 87
그런데 나는 약속을 했잖아. 노동력을 합의된 만큼만 제공받기로. 사실 화요일에 나오는 것도 찬성하지는 않았어. 물론 당연히 조직의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근무일 아닌 시간에 요청할 수는 있다고 봐. 그래도 기본적인 건 약속한 거잖아. 그걸 지키고 양해를 구해야 되는 건데 그게 안 되니깐. ‘노동 현장에서는 진짜 이전 세대와 완전 외계 다른 행성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옛날 같으면 싸우거나 할 텐데, 이게 싸워서 될 문제가 아니야. 전반적인 집단 자체가 그러하니깐. - 페이지96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건, 회사에서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는 거였어. 내가 가진 것을 소진하면서 다녀야만 했어. 회사를 나왔을 때 채워진 것 없이 그냥 0인 느낌이었어. - 페이지 117
-> 너무나 공감되는 문장.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비록 통장에 무언가는 쌓고 있을지 몰라도 나 자신은 계속 깎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실’을 쌓는다는 건 회사원에게 불가능하고 먼 일처럼 느껴진다. 회사란 곳이 결코 자아실현의 공간이 될 순 없는걸까?
엄마 기일조차 갈 수 없는 을의 일터기 - 엄마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어. 제사 준비를 아빠 혼자서 하기 힘드시니깐, 내가 연차를 좀 쓰고 싶다고 했지. 물론 우리 팀이 바쁜 날이 화, 금이었는데 마침 그 요일과 겹치긴 했어. 그래도 주변 동료들은 기일인데 어떻게든 빼주지 않겠냐고 하더라고. 그런데 윗분들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챙길 거 다 챙기면서 어떻게 직장생활 하냐”고 거절하더라. 자기들은 챙길 거 다 챙기며 일하면서… - 페이지 132
-> 화가 나서 혼자 씩씩거렸던 부분. 설마 싶겠지만, 주변에서 비슷한 일을 본 터라,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임을 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내 동료가 출산휴가를 쓰게 되어 일을 내가 좀 많이 떠안게 되었을 때, 사회적 구조나 회사의 양심없음을 탓하지 않고 내 동료를 탓했던 기억이 있다. 우린 둘 다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일 뿐이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게 되는 그 구조가 너무 진절머리가 났다. 그건 언젠가 내 미래의 닥칠 일이기도 했는데. 결국 그녀는 회사를 제 발로 나갔는데, 개인은 이렇게 놔버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고, 남아 있는 윗분들은 요즘 것들은 저래서 안돼 라고 혀를 찼을 것 같다.
‘각자도생’이 오답이 되는 사회를 그리고 싶다. 개인을 지키는 방법이 혼자를 선택하는 것만이 아닌 사회 말이다. 사람, 공동체, 버팀목, 신뢰. 이러한 말들을 내 삶의 습관으로 들이려면,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뒤처지더라도 손잡을 사람이 있고 신뢰를 보낼 공동체가 있다면, 내일을 안심하며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연대하자’,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하자’라는 말이 이상적이고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는, 그런 사회를 꿈꾸고 싶다. - 페이지 191
이들 모두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나’라는 사람이 중요한 가운데,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길 절실히 바란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란 것도 안다. 누군가의 성취가 누군가의 좌절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보다, 가능하다면 좋은 정치로 사회를 바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 페이지 236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안과 희망의 교차점에 선 청년들의 이야기
허락되지 않은 내일의 작가 이 한솔은 2016년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 이 한빛 PD의 동생이다. 작가 이 한솔이기보다는 한빛의 동생으로, 형이 남긴 말과 형이 행동하려다 좌절한 지점에서 왜 좌절했지, 살면서 싸울 수 없었나, 형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한편, 형을 죽음으로 내몬 사회구조, 그가 지키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왜 청년들은 열심히 살려는데, 언론을 비롯하여 정치권 등은 “분노한 청년”, “MZ세대는 다르다”라고 선동하는가, 실제 청년은 이 사회가 만들어 낸 거대담론 “청년”에서 소외되고, 타자화된 청년들이 살아가는 시대와 그 현실이 이 책의 제목과 같이 ‘허락되지 않는 내일-불안과 희망의 교차점에 선 청년들-’뿐이다.
이 책은 형, 그리고 역시 한 명의 청년이기도 한 작가, 오늘을 사는 청년들의 포기, 좌절, 바람,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빛 친구들을 비롯해 우리 곁의 청년들 35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1장 빛이 머문 시간에서 시작하여 2장 보통이 지워진 사회와 3장 청년을 향한 왜곡된 시선과 4장 소모하는 일터, 5장 우리 사이의 불평등 6장 연결이 필요한 청년들과 7장 꿈꾸는 청년들로 엮었다.
만들어진 청년상, MZ, 90년대생, 주인공 없는 ‘청년 담론’
MZ세대는 삶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정부의 비트코인, 부동산 정책에 2030이 분노한다? 사실은 청년들의 삶과 상관없는 일이다. 기성세대, 언론, 정치인들은 자꾸 한 쪽으로 매도한다. 청년들은 그에 대한 반발 심리가 크다, 차라리 반지하, 옥탑방의 청년들을 위한 정책도 하겠다면 불만이 없을 텐데, 청년을 끌어올 때는 부동산에 영끌한다. 주식시장에 몰빵한다, 이럴 때만 청년이 필요한 거다(57쪽).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살만한 돈을 모은 청년은 10% 남짓이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공채를 통과한 청년도 20%가 되지 않는다.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2030 청년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니는 20대 후반(이대남)의 청춘과 쿠팡의 창고에서 택배 상하차를 하는 청춘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서울신문, 엘리트·부자 부모는 자녀에게 ‘직업 지위’ 어떻게 세습할까,2013.3.2.자), 금수저의 대물림을 보도한 한겨레에 따르면, 부모의 직업과 소득이 자녀의 장래를 결정한다고 했다.
공정하다는 착각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에서 일어난 공정성 논란을 보는 청년들의 시각은 어떤가?, 명문대를 나와 경쟁의 1차 전을 우수하게 통과한 대학생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공채 시험을 앞둔 절박한 수험생들에게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을 만한 큰 사건이었을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자녀에게 특혜를 제공하며 부와 권력의 세습화를 자행하는 모습은 당연히 화가 날 만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가 전부다. 앞뒤 맥락 자르고 LH 투기 의혹까지 끌어오며 이 사건을 청년과 공정이라는 말로 몽땅 묶어버리는 태도는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정 이슈를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청년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경기에 뛰기라고 해야 규칙이 공정한지를 논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선수등록도 되지 않은 사람이 절대다수다. 공정을 두고 벌어지는 논의는 애초부터 일부에게만 열려 있는 게임처럼 느낀다는 청년(64쪽), 개천에 용 난다는 말에 대해서 자조적인 청년은 그가 경험한 세상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시험을 잘 보는 곳은 아니었고, 명문대 학생들이 입시 성공을 이룬 근본적인 이유가 그들의 교육 여건을 우수하게 제공한 부모의 자본 때문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청년들은 결코 공정에 대해 착각하지 않고 있다. 사회가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을 냉소하지만 않았어도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하지 않았어도, 현상만 보고 20대가 보수화됐다고 개탄하지 않았어도, 이미 가진 자원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정의만 부르짖는 위선만 보이지 않았어도 맥락이 삭제된 공정만 세상에 떠돌지 않을 것이다. 당장 내일을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지금의 이야기는 온도가 전혀 맞지 않는다.
내일이 불안한 청년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데 다음에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청년들. 뉴딜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일을 하기에 23개월이면 계약이 끝나고, 연장이 가능할지도 모르고, 지금도 공공에서 지은 청년 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청년이 끝나면 어떡하지?, 이들에게 내일은 없다. 희망을 걸고, 기대해 볼 만한 것도 없다. 지금의 청년이 장년이 됐을 때 상황을 어떻게 될 것인가? 고민하는 세대들, 청년들이다.
왜곡된 시선들
청년들이 책임감이 없다고? 구조적으로 책임을 지는 상황이 아닌 청년들이 많다는 현실은 고려하지 않는다. 대기업 근무 3년, 회사를 퇴직하고 대학원으로 돌아온 청년, 학교생활 적응이 어려웠다고 한다. 왜 혼자서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란다. 이미 대기업의 톱니바퀴로서 자신이 결정해야 할 게 전혀 없었던 세상에서 모든 일을 자신이 결정해야 할 세상으로 건너왔기 때문이다. 억울하면 빨리 승진하라고? 청년들의 첫 직장은 1년 이하의 계약직일 확률이 28.1%, 10년 전보다 11.5% 증가했다. 30년 전처럼 회사에 입사해서 노력만 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시절이 아니다.
직장은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데, 이를 따지는 청년들은 유별나고, 조직에 적합하지 않은 성향의 인물이 되고, 책임감 없는 철부지가 되고 만다.
언론의 왜곡, 2021년 KBS 세대 인식조사에서 50대는 겉으로는 민주적이지만 사실은 권위적이다고 답변한 청년이 77.7%, 이들을 기득권이라고 생각하는 비율 역시 79.7%다. 그러나, 왜곡된 부문이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를 이끌어 온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한다고 답변한 청년 역시 78.2%였지만, 이 부분을 빼놓고 50대와 20대의 인식만을 비교한 것이다.
내 일과 우리의 내일은 허락될 수 있을까?
청년실업, 기간제교사, 플랫폼노동자, 특수형태 고용노동자들은 그들 스스로 좋아서 선택한 일이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성급하고, 무책임하고 편한 일만 찾는다고 말한다. 이는 현상만 보고 실체를 보지 못한 성급한 지적이다. 나무를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청년들은 “불안”에 휩싸여 있다. 안개 속에 갇혀 있다. 햇빛을 보고 싶어도, 내일의 희망을 품으려 해도 할 수 없는 처지임을 알아 달라고 기성세대에게, 정부에, 이 사회에 말한다. 그러나 들어주는 이 없는 공허한 메이라는 청년들을 분노하게 한다. “청년” 담론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척하며, 청년들에게 희망 고문을 하는 셈이다. 마치 팥빵 이야기를 하면서 빵 안에는 ‘앙(내용)’이 빠졌다면 팥빵이겠는가, 이 책은 오롯이 청년들의 이야기다.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할 청년들의 함성이다. 이제 우리를 더는 팔아먹지 말라고, 우려먹지 말라고….
YES24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