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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인 더 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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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희곡선-05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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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93쪽 | 122g | 125*200*5mm
ISBN13 9791191262681
ISBN10 1191262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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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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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2 : 과학자들의 눈에 띄어 새로운 이름을 얻은 개. 못지않게 똑똑했던 무슈카라는 개종들과의 훈련 후, 두 마리만 남은 최종 후보에서 결국은 홀로 선발된 개 4, 3, 2, 1 라이카. 무중력 상태가 미칠 영향을 테스트하기 위해 20일 동안 몸이 묶인 채, 아주 좁은 공간 안에서 가속도 적응 훈련을 한 개. 인내력, 지구력, 지능, 체력도 뛰어났는데, 덕망까지 있었던 개. 잡종 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우주로 우주로, 우주로 가 버린 개. 지구에서도 우주에서도 떠도는 삶을 살았던 개. 쿠드랴프카. 라이카는 그저 그 개가 속한 종의 이름이었을 뿐. 실제 그 잡종 개의 이름은 쿠드랴프카. 우주로 나간 뒤 지구를 네 번이나 돌면서 고온, 고음, 고진동을 견디지 못해 일곱 시간 만에 죽었던 개. 조금만 견딜 수 있었다면 일주일 후, 자동 독약 주사가 투여돼 죽었을 개. 어차피 일주일치 식량도 함께 실려 있었을 테니까. 아니오. 애초에,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을 개. 대기권으로의 다시 진입 애초 불가능했으니까.
--- p.26~27

비둘기 : 돌아오는 길. 오늘처럼 비바람이 불었고요. 한 마리, 한 마리, 그리고 또다시 한 마리가. 자신의 집으로 날아들기 위해 모두 속도를 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으로 가기 위해 훈련을 받는 게 아니거든요. 그곳에서 다시 돌아오기 위해 훈련받는 거죠. 훈련받고, 발목에 등록표 달고 작은 바구니에 실려 멀리멀리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도착했고요, 다른 비둘기들과 함께 컨테이너 박스 어둠 속에 갇혀 숨죽이고 기다렸습니다. 빛이 쏟아들어져 올 그 순간. 탕!
--- p.29~30

고라니 : 어젯밤. 한 고라니가 어미 고라니로부터 독립하는 날이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것이다. 일주일 후의 어느 밤. 한 고라니가 새끼 낳을 곳을 찾기 위해 이쪽에서 저쪽으로 길을 건넜다. 어느 곳에서도 반복되어 펼쳐지지 않았어야 할 죽음들.

이것이 끝나면, 당신에게 조금은 그랬던 날이 되어 버릴 그런 날들.

나는 왜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차의 소리를 보지 못했는가.
나는 왜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차의 빛을 듣지 못했는가.
나는 왜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차가, 바로 내 앞까지 왔을 때 그제야 이 차가 계속해서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는가.

순간 멈춘 나는, 나에게 달려오고 있던 그 차 안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고들 한다.
--- p.39

고라니 : 자동차에서 내립니다. 핸들에 한참을 처박혀 있던 고개들 드시고, 숨을 쉬세요. 차 문을 열려고 하는데, 손이 떨려서 문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비유가 아닙니다. 겪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요. 그리고 겪어 봤으니 더 쉽게 그, 이 풍경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겠지요. 헤드라이트의 빛이 가리키는 쪽으로 걸어갑니다.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움켜쥔 덕에 온몸이 떨리고, “나 술을 마신 건가. 아니야. 그럴 리 없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걷고 있는 거지. 저기, 저 연기가 나는 저곳까지 그리 멀지가 않은 거 같은데, 왜 이리 멀며, 분명 늦은 밤, 이 길을 달린 차는 우리밖에 없었는데, 어디선가 나타나는 사람들, 아니, 나타난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건가, 어둠 속에 잠복해 있었던 사람들인가, 그 사람들 모두 나를 바라보고, 동네 사람들인 건가. 찌그러진 보닛에서 연기 피어오르고.” 걸어가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한 문장뿐. “아, 이 순간 내 인생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순간이겠구나.”
--- p.60

B : 새들이 하늘을 날고 있어요. 하늘 길을 이탈한 새 중 한 마리가 빛을 따라 혹은 호기심에 당신들의 방 쪽으로 날아들려 하네요. 괜찮아요. 주변 경관의 미감을 위해 아주 투명할 수밖에 없었던 그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미끄러진 건 단한 ‘명’일 뿐이니까요. 처참하게 죽은 새의 사체들 테라스에 쌓여 가고, 유리창에 핏자국이 살짝 묻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어두워서 눈에 띄지 않을 테고, 내일 떠나고 나면 숙소 주인이 열심히 열심히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을 만큼, 그 유리창을 닦을 테니까요. 그리고 당신이 직접 다행히 만질 필요 없는, 쌓여 가는 새들의 사체일 뿐이니. 찬 바닷바람과 새들로부터 방 안의 사람들을 지켜내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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