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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돌아왔다
리뷰 총점8.0 리뷰 1건 | 판매지수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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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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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18쪽 | 182g | 128*205*7mm
ISBN13 9788932039121
ISBN10 8932039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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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누님을 생각함/어리둥절/풀잎 이슬/새벽에 다녀간 비는/삼월/구용丘庸 선생/목월木月 선생/소주 반병/삭주구성朔州龜城/땅 팔자/뒤란/수평/추운 날/쇠백로 한 분/딱새 한 마리/고故 신현정을 생각함/너무 짧다/협객 박윤배 선생/밤섬 부근

2부
나비가 돌아왔다/쳐다보다/KTX에서/지나며/처서處暑 전/자유고속도로/테렐지 숲에서/알/박꽃/참새네 가족/즘생/“아들아 안전하게”/그러므로/여름의 초입/하구언에서/의자 2/의자/호수/삼개로5안길/후포/레지던스/서설/게 장수들이란 참!/파미르고원/봄면댁/날다/목화밭/계성유치원/버스/늙은 오리의 명상/새벽 4시/유사 이래/평화 2/자존自尊/바람 속에서

3부
아저씨/나의 서울아산병원 방문기/어느 소년/모처럼 외출/유문교/중학 시대/호미씻이/초당/돈암탕/추억에서/기념사진/가을비 속에서/박명/어느 묘적계/“납품업자들!”/안골목/딱 한 잔/듣는 사람/한밤중/복원/고골을 생각함/도계암/If I am a bird, I will fly to you!/연어샐러드에 관한 추억/문을 열다/흑백 사진 하나/연합?로이터

해설 박[匏]의, 긴~ 생애ㆍ김주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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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면댁 안마당에 살구꽃 피었다
누가 있어 살구꽃 줍나?
봄면댁 뒷마당에 복사꽃 피었다
누가 있어 그 복사꽃 줍나?
--- 「봄면댁」 중에서

호박꽃이 입을 꼭 다물었다
방금 들어간 벌 한 마리가 윙윙거리며 요동을 쳐도
호박꽃은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그에게도 자존이 있기 때문이다
--- 「자존自尊」 중에서

임종 직전 아버지는 내 여동생의 손목을 꼬옥 잡고
소주를 딱 한 잔만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한다
나비가
--- 「딱 한 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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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나비가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저것은 세계가 변하는 일이다
- 「나비가 돌아왔다」 전문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월간문학』 신인작품공모에 시를 발표한 이래 50년 넘게 꾸준한 시력을 일궈온 시인 이시영의 열다섯번째 시집 『나비가 돌아왔다』(문학과지성사, 2021)가 출간되었다. 신간으로는 4년 만이며, 문학과지성 시인선에 시집을 보탠 지는 27년 만이다. 그간 시인은 출판사 창비에서 편집장, 주간, 부사장 등을 맡아 일하였고, 5년 전부터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대체로 단상을 스케치하는 짧은 시편들이 많으나 그 안에 통렬한 세계 인식과 준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시인의 말」에서 이시영은 “이 시집의 시들은 내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씌어진 것들이다. 몸과 마음이 기진했을 때 시를 떠올리곤 했다”고 회고하기도 하였다. 나날이 폭력성을 더해가는 문명 세계에서 순수의 회복을 바라며 작은 희망의 날개로 세계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나비의 노래가 여기 돌아왔다.

병들고 아픈 역사적 내상과 시인 자신의 상처를 말없이 함께 포개어가면서 반세기 넘도록 조용히 시업에 매진해온 이시영 시인의 원숙은 우리 민족서정시의 전통 위에서 이룩된 의미 있는 성취임이 분명하다. (문학평론가 김주연)


간명한 묘사로 가슴을 찌르는 서정

까치가 눈밭 위를 사뿐사뿐 걷는다
아무런 사심도 없다
―「유사 이래」 전문

연평 근해에서 잡혀 온 앞발 없는 꽃게 둘이 무거운 투구를 등에 인 채 너른 수족관 안을 천천히 옆으로 이동하는데, 이마에 뿔처럼 돋은 두 눈빛만은 겨울 바다처럼 쌩쌩하여 흐릿한 아침을 시퍼렇게 비추다.
―「게 장수들이란 참!」 전문

이시영의 근작들이 그러했듯 이 시집들도 짧은 시가 다수 실려 있다. 살아가다가 마주치는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서사가 있는 시로 풀어낸다. 여기에 그의 날카로운 시선과 세계 인식이 더해져 삶을 관통하는 어떤 깨달음이 전해지는 것이다. 눈밭에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나가는 까치는 “아무런 사심도 없”어 어지러운 인간 사회와 대비를 이루고, 먼바다에서 잡혀 온 꽃게들은 눈빛이 여전히 성성하지만 게 장수들에게는 판매를 위해 앞발을 제거해야 할 상품일 뿐이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김주연은 “이시영의 시를 ‘정태적인 물상의 풍경’이라고 간단하게 칭송하고 지나가면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됨을 짚으며 “그의 시는 자연과 문명의 대립, 역사의 부조리에 대한 통한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에도 결코 그것을 무겁지 않게, 슬프고 비탄스럽지 않은 울림을 잔잔히 던진다”고 읽어낸다.


그립고 아련한 기억의 타래들

나는 박꽃이 있는 여름 시골집이 좋았다
박꽃은 넝쿨을 타고 올라가 초가지붕 위에 커다란 박들을 굴렸다
가을이 오면 저것들은 푹푹 삶아진 뒤 속이 텅 빈 바가지가 되어
겨우내 정지간 시렁 위에서 덩그렁덩그렁 울릴 것이다
―「박꽃」 전문

전차 종점 가까운 원효로4가, 낡은 제과점 봉투를 든 선생께서 길을 건너고 계셨다. “선생님!” 하고 불렀더니 돌아서시며 “이 군인가? 들어가제이”. 거기서 가까운 낡은 2층 목조 적산가옥. 삐걱이는 계단을 올라 다다미방에 앉으며 말씀하셨지. “이 군, 시는 그렇게 쓰면 안 된데이.” 지난주 드린 시에 일일이 붉은 밑줄 친 노트를 돌려주며 하시던 말씀.
오늘도 산천동 그 고갯길 오르며 문득 돌아본다. “이 군!” 하며 부르는 소리 있을 것 같아.
―「목월木月 선생」 부분

이 시집의 아련한 서정을 더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기억’이다. 여름 시골집 박꽃(「박꽃」, 봄면댁 안마당 살구꽃(「봄면댁」), 집 안이 떠들썩하던 호미씻이(「호미씻이」)처럼 유년의 고향 풍경과 그때의 기쁘고 야속하고 안타까웠던 복잡다단한 감정이 시편마다 깃들어 있다. 더불어 시와 문학을 배우던 기억들을 더듬어 목월 선생이나 구용 선생 등 은사들의 생전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고, 일면식은 없지만 백석이나 김종삼과 같은 선배 시인들의 일화를 유쾌하게 풀면서도 그리워하는 마음이 곡진하게 드러난다.

사회는 각박하고 소중했던 사람들이 떠나가는 세계. 그러나 시인은 답답함에 갇혀 있지만은 않다. 반세기 시로 목소리 내려 골몰한 그의 “밤이 결코 괴롭고 긴 것만은 아”닌 이유를, “아침이면 새소리 구르고 언덕은 다시 부풀어”(「그러므로」) 오를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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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잠깐 한눈 파는 사이 눈은 사라지고... 이시영, 나비가 돌아왔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1.12.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새벽에 다녀간 비는   새벽에 다녀간 비는 가난한 시인의 담장을 지나가느라 간혹 두둑두둑 소릴 낸다   새벽에 다녀간 비는 어두운 어두운 곳만을 딛고 다니느라 간혹 발목이 희다   새벽에 다녀간 비는 산동네 길고양이 등을 쓰다듬고 오느라 간혹 눈이 매처럼 푸르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눈이 내리고 그쳤다. 그렇다고 한다. 어느새;
리뷰제목

   새벽에 다녀간 비는


  새벽에 다녀간 비는 가난한 시인의 담장을 지나가느라 간혹 두둑두둑 소릴 낸다


  새벽에 다녀간 비는 어두운 어두운 곳만을 딛고 다니느라 간혹 발목이 희다


  새벽에 다녀간 비는 산동네 길고양이 등을 쓰다듬고 오느라 간혹 눈이 매처럼 푸르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눈이 내리고 그쳤다. 그렇다고 한다. 어느새 홍제천변 일방통행 길의 은행나무와 벚나무는 이파리들을 남김없이 떨궜다. 바닥의 이파리들은 모두 쓸려나간 지 오래고, 바스러져 흔적으로 약간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도 하늘을 나눈 가지들 사이로 살짝 해가 났다. 앙상하다고 말하려는데, 그 앙상함 사이사이에 구름들이 매달려 있다. 나무와 해와 구름이 내 좁은 시야 안으로 옹기종기 모였다.


   수평


  참새 한 마리 내려앉자 가지가 휘청하면서 파르르 떨더니
  이내 지구의 중심을 바로잡는다


  어느 시인의 타임라인에서 오늘이 회문(回文)의 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앞으로도 뒤로도 같은 구조를 가지는 문장, 낱말, 숫자 등이 바로 회문(팰린드롬 palindrome)이다. 그렇게 오늘은 2021년 12월 2일, 20211202로 요약되는 날이다, 정말 그렇네, 회문... 최근의 또다른 회문의 날은 2020년 2월 2일이었다, 20200202, 그때 909년만이었다. 그러니까 그 전, 마지막 회문의 날은 1111년 11월 11일이었다. 


   의자2


  방금 누군가 앉았다 간 의자 하나
  강변을 향해 허리를 반듯이 펴고 있다


  1111년 11월 11일에는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백과사전에 등록될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삶에 건너뛰기는 없으니 그때에도 사람들은 촘촘하게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나는 때때로 그런 촘촘함이 싫어서 의자에 앉아 있고는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의자는 다리가 셋인 스툴, 아니면 두 사람에게 조금 넉넉한 벤치이다. 나는 아예 기대지 않거나 온전히 기대는 것을 좋아한다.


   아저씨


  작은딸이 연세대에 갓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채플 시간에 뒷자리에 앉아 토익 책을 펼쳐놓고 열심히 밑줄을 긋고 있었다. 바로 그때 목사님께서 다가와 말씀하셨다고 한다. “하나님 말씀도 좀 듣고 공부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얼떨결에 튀어나온 딸의 대답이 걸작이었따. “아저씨는 누구신데요?” 한바탕 웃음바다가 가라앉은 뒤 코끝에 걸린 안경을 들어 올리며 목사님이 가만히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 나는 오늘 하나님께서 주신 아침밥 먹고 그 밥값 하러 온 사람일세!”


  이 완연한 겨울의 기색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일상이 꼬깃꼬깃 접혀 들어가 있는 유머를 좋아한다. 조심스럽게 접힌 것을 펴다가 맞닥뜨리는 유머에 실소를 터뜨리는 것이 좋다. 아내는 일 년에 서너 차례 그렇게 나를 웃긴다. 우리가 죽음으로 헤어질 때 그 유머들은 한 권의 책, 정도의 두께가 될까. 자꾸 빨라지는 어둠이 지척의 시간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안골목


  어머니 나를 업고 재용이네 집 앞 안골목 걸으실 때
  발밑에 사부작사부작 깨어지던 그 살얼음 소리
  지금도 이승인 듯 또렷이 들려오네


  시인의 시를 읽는 동안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게 된다. 내가 쾅 소리 나게 닫은 문이 다시 삐걱, 열리는 것을 시인이 다시 한 번 조용히 닫아주는 것 같다. 뭐 이렇게까지 투명하게, 라며 작게 웃게 되는 시들이 있는데 나는 그것조차 투명하게 넘어간다. 나는 오랜 세월 시인을 읽어오고 있다. 나는 조용하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시인의 시집을 여러 권 가지고 있다.


   문을 열다


  수덕사의 높은 산방에서 이 절의 방장 설정 스님은 이국에서 온 작가들에게 “제 스승은 101세에 열반에 드셨는데 그날 아침에도 ’지금이 몇 시냐‘고 물으셔서 ’8시입니다‘ 했더니 ’알았다‘고 말씀하시고는 잠깐 뜰 아래를 내려다보시고는 바로 돌아가셨다”며, 대체 죽음이란 이처럼 문을 열고 나가듯이 조용히 맞이하는 것이라며 그의 곁에 다가선 푸른 눈들을 향해 조용히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이시영 / 나비가 돌아왔다 / 문학과지성사 / 118쪽 / 20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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