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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1년 10월 31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02g | 128*188*12mm |
| ISBN13 | 9791158609832 |
| ISBN10 | 1158609833 |
플리(FLEA)
송영욱 저
|
청어
|
2021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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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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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대학에 들어갔다. 내게 유일한 친구는 Y뿐이다. 집이 싫어 가출한 나와,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그녀.
우리가 엮인 곳이 D대학 근처 잘 풀리는 집이라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이다. 공통분모가 조금은 있었다. 부모님이 보내주는 용돈보다 천문학적으로 드는 생활비가 우리를 생활형 동거를 하게 만든 주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원룸 침대와 바닥에서 번갈아 잠을 자기로 하는 등 잡다한 규칙을 만들었지만 그날 밤부터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녀가 점점 나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 「플리FLEA」 중에서
사천왕이 꼬나든 칼처럼 라켓을 움켜쥔 그가 왼손에 힘을 모았다. 거대한 플리(flea) 영서가 턱을 부풀린 코브라처럼 독이 ‘뚝뚝’ 떨어지는 앞 이빨을 돌출시켜 달려들 기세다. 헬스클럽에서 다져진 몸매만으로도 나는 위압감을 느꼈다. 위풍당당하게 세렝게티 초원을 주름잡는 수컷 물소 같은 그를 대적해야 하는 나는 한껏 들어 마신 공기로 배만 부풀린 두꺼비 같은 몰골로 소미의 마음을 아프게 할런지도 모르겠다. --- 「플리FLEA」 중에서
당산철교 위로 육중한 전철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그 위세가 공항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하는 A380-800처럼 국회의사당 내 외부를 뒤흔들었으나, 적응력 뛰어난 의원들은 꼬리털 하나 떨림이 없었다.
날렵한 몸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벨벳 검은색 싱글이, 내면에서 표출되는 깔끔한 성격과 조화를 이룬 도베르만 야곱 청문회 위원장이 단상으로 올라섰다. --- 「엘리자베스의 유복자들」 중에서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먹고 살기가 급급한 경비 일용직 근무자인 우리가 풍문으로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대다수 서민을 침울하게 만듭니다. 생존권을 쥐고 있는 우리 주인은 애석하게도 집안으로 들어오는 ‘강도 놈을 공격하라!’는 명령권이 없답니다. 불편한 진실을 알아챈 몇몇 충성스러운 개들이 짖어 대다가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됩니다. 이들은 제 목숨을 다하기 어렵습니다. --- 「엘리자베스의 유복자들」 중에서
“인정합니다. 바로잡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몸싸움도, 반대를 위한 반대도, 퇴장도 하지 않고 청문회를 해내고 있지 않습니까? 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집단입니까? 청문회 위원장으로서 의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 청문회는 불도그당 육불 위원 말씀대로 주제가 빗나갔음을 인정하며 바로잡습니다. 오늘의 주제와 다른 토론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 「엘리자베스의 유복자들」 중에서
깊은 산골의 밤은 일찍 찾아왔다. 그의 유골함을 안고 누웠다. 수연이가 곁에 누워 한 손으로 유골함을 만지작거렸다. 이제 열네 살인 수연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며칠 밤을 새운 여파로 둘은 죽은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아스모데우스」 중에서
밤새워 별을 쫓다가 새벽 다섯 시가 되었다. 나는 입이 텁텁하여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무거운 촬영 장비를 들고 태양의 제국 마추픽추를 오른다는 것이 마음을 들뜨게도 했지만, 한편으로 걱정되었다. 일정에 따라 버스를 타고 오얀따이 탐보역으로 이동했다.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기차역 아구아갈리, 엔테스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조그마한 동네 가운데로 기차선로가 땅을 이분하듯 지나간다. --- 「마추픽추 그 남자의 이중생활」 중에서
지저스가 식민지로 삼은 우주 공간을 자미원(紫微垣), 태미원(太微垣), 천시원(天市垣), 등 삼원(三垣)으로 나누어 통치했다. 자미원에 ‘유니 홀’이라는 우주통제센터를 둔 지저스는 자신이 부재중, 우주 식민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J-1이라는 컴퓨터를 혼신의 노력을 다해 만들었다. 그것이 완벽하다는 확신 아래 우주 식민지 경영을 맡겼다. 지저스의 식민지에 사는 모든 유기체들은 지저스의 뜻대로 J-1에 프로그램 된 대로 살아가게 되어있다. --- 「왕고모할머니와 우주」 중에서
창경궁 옥천교 아래, 어둑한 구석으로 신진성이 전송되었다. 젤리같이 말랑말랑한 몸이 햇빛 속에 있는 알파선과 반응을 일으켜 한 시간 만에 우화한 매미처럼 단단해졌다. 178㎝ 키와 67㎏ 몸무게로 만들어진 송예은의 기억 속에 멈춰있는 신진성의 실체였다. --- 「왕고모할머니와 우주」 중에서
쥐약 두 봉이 없어진 것을 감지한 원장이 아침 점호 때마다 원생들 소지품 검사를 한다. 의심이 가는 유정이 속옷까지 뒤집어 보았으나 찾을 수 없자 식사 때마다 임금님 수라상처럼 민욱에게 감미시키는 해괴한 일을 벌인다. 오늘 아침 민욱이 콩나물국을 한 숟갈 떠올리자 유정이가 달려들어 숟가락을 쳐낸다. 민욱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린다. --- 「골목길을 돌아간 사람」 중에서
그는 빨간 물감이 하얀 비단 위로 번지듯,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타오르는 노을을 찾아, 여름 끝자락에 사장도에 왔다. 썰물이 쓸고 나간 바위틈에서 노을을 등지고 미역 따는 현경이를 발견하자마자 평평한 바윗돌 위에 캐리어를 펼친다. 그가 꺼내든 것은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붓이었다. 그의 붓끝에서 미역 따는 현경이가 인어로 형상화된다.
우리가 엮인 곳이 D대학 근처 잘 풀리는 집이라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이다. 공통분모가 조금은 있었다. 부모님이 보내주는 용돈보다 천문학적으로 드는 생활비가 우리를 생활형 동거를 하게 만든 주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원룸 침대와 바닥에서 번갈아 잠을 자기로 하는 등 잡다한 규칙을 만들었지만 그날 밤부터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녀가 점점 나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 「플리FLEA」 중에서
사천왕이 꼬나든 칼처럼 라켓을 움켜쥔 그가 왼손에 힘을 모았다. 거대한 플리(flea) 영서가 턱을 부풀린 코브라처럼 독이 ‘뚝뚝’ 떨어지는 앞 이빨을 돌출시켜 달려들 기세다. 헬스클럽에서 다져진 몸매만으로도 나는 위압감을 느꼈다. 위풍당당하게 세렝게티 초원을 주름잡는 수컷 물소 같은 그를 대적해야 하는 나는 한껏 들어 마신 공기로 배만 부풀린 두꺼비 같은 몰골로 소미의 마음을 아프게 할런지도 모르겠다. --- 「플리FLEA」 중에서
당산철교 위로 육중한 전철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그 위세가 공항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하는 A380-800처럼 국회의사당 내 외부를 뒤흔들었으나, 적응력 뛰어난 의원들은 꼬리털 하나 떨림이 없었다.
날렵한 몸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벨벳 검은색 싱글이, 내면에서 표출되는 깔끔한 성격과 조화를 이룬 도베르만 야곱 청문회 위원장이 단상으로 올라섰다. --- 「엘리자베스의 유복자들」 중에서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먹고 살기가 급급한 경비 일용직 근무자인 우리가 풍문으로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대다수 서민을 침울하게 만듭니다. 생존권을 쥐고 있는 우리 주인은 애석하게도 집안으로 들어오는 ‘강도 놈을 공격하라!’는 명령권이 없답니다. 불편한 진실을 알아챈 몇몇 충성스러운 개들이 짖어 대다가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됩니다. 이들은 제 목숨을 다하기 어렵습니다. --- 「엘리자베스의 유복자들」 중에서
“인정합니다. 바로잡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몸싸움도, 반대를 위한 반대도, 퇴장도 하지 않고 청문회를 해내고 있지 않습니까? 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집단입니까? 청문회 위원장으로서 의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 청문회는 불도그당 육불 위원 말씀대로 주제가 빗나갔음을 인정하며 바로잡습니다. 오늘의 주제와 다른 토론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 「엘리자베스의 유복자들」 중에서
깊은 산골의 밤은 일찍 찾아왔다. 그의 유골함을 안고 누웠다. 수연이가 곁에 누워 한 손으로 유골함을 만지작거렸다. 이제 열네 살인 수연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며칠 밤을 새운 여파로 둘은 죽은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아스모데우스」 중에서
밤새워 별을 쫓다가 새벽 다섯 시가 되었다. 나는 입이 텁텁하여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무거운 촬영 장비를 들고 태양의 제국 마추픽추를 오른다는 것이 마음을 들뜨게도 했지만, 한편으로 걱정되었다. 일정에 따라 버스를 타고 오얀따이 탐보역으로 이동했다.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기차역 아구아갈리, 엔테스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조그마한 동네 가운데로 기차선로가 땅을 이분하듯 지나간다. --- 「마추픽추 그 남자의 이중생활」 중에서
지저스가 식민지로 삼은 우주 공간을 자미원(紫微垣), 태미원(太微垣), 천시원(天市垣), 등 삼원(三垣)으로 나누어 통치했다. 자미원에 ‘유니 홀’이라는 우주통제센터를 둔 지저스는 자신이 부재중, 우주 식민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J-1이라는 컴퓨터를 혼신의 노력을 다해 만들었다. 그것이 완벽하다는 확신 아래 우주 식민지 경영을 맡겼다. 지저스의 식민지에 사는 모든 유기체들은 지저스의 뜻대로 J-1에 프로그램 된 대로 살아가게 되어있다. --- 「왕고모할머니와 우주」 중에서
창경궁 옥천교 아래, 어둑한 구석으로 신진성이 전송되었다. 젤리같이 말랑말랑한 몸이 햇빛 속에 있는 알파선과 반응을 일으켜 한 시간 만에 우화한 매미처럼 단단해졌다. 178㎝ 키와 67㎏ 몸무게로 만들어진 송예은의 기억 속에 멈춰있는 신진성의 실체였다. --- 「왕고모할머니와 우주」 중에서
쥐약 두 봉이 없어진 것을 감지한 원장이 아침 점호 때마다 원생들 소지품 검사를 한다. 의심이 가는 유정이 속옷까지 뒤집어 보았으나 찾을 수 없자 식사 때마다 임금님 수라상처럼 민욱에게 감미시키는 해괴한 일을 벌인다. 오늘 아침 민욱이 콩나물국을 한 숟갈 떠올리자 유정이가 달려들어 숟가락을 쳐낸다. 민욱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린다. --- 「골목길을 돌아간 사람」 중에서
그는 빨간 물감이 하얀 비단 위로 번지듯,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타오르는 노을을 찾아, 여름 끝자락에 사장도에 왔다. 썰물이 쓸고 나간 바위틈에서 노을을 등지고 미역 따는 현경이를 발견하자마자 평평한 바윗돌 위에 캐리어를 펼친다. 그가 꺼내든 것은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붓이었다. 그의 붓끝에서 미역 따는 현경이가 인어로 형상화된다.
--- 「골목길을 돌아간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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