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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아닌 산책 (큰글씨책)

밤이 아닌 산책 (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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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10*297*20mm
ISBN13 9791168260078
ISBN10 1168260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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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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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걸어가소. 제 걸음대로 산다지 않소.”
마치 점쟁이가 내다보는 것처럼 들렸다. 여자는 아이를 쫓아가는 걸음을 떠올렸다.
“어서 걸어가소. 더 늦기 전에.”
여자는 난쟁이의 말을 곱씹었다. 더 늦기 전에.
--- p.28, 「밤이 아닌 산책」중에서

언니는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며 어루만져 주었다. 그 손바닥의 온기에 그녀의 몸속 깊숙이 쌓여 있던 소금 같은 것들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바닷물이 들이치듯 짜디짠 냄새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 p.66, 「여기 없는 날들」중에서

마음이 비워졌다가 채워졌다가 하는 것이 어쩌면 가족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p.83, 「에버그린의 방향」중에서

욕심에 따라 세상이 움직이는 거야. 그런 욕심도 없다니. 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을 거야.
--- p.128, 「사수의 의무」중에서

왜 담배를 피우는 거야?
혜란이 꺼진 담배꽁초를 보며 물었다.
엄마한테 나는 냄새가 싫어서.
무슨 냄새인지 궁금했지만 혜란은 묻지 않았다. 인애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저 짐작할 뿐이었다.
담배를 피우면… 이상하게 엄마가 좀 덜 밉기도 하고.
엄마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담배를 피다니. 흡연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슬픈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54~155, 「이해 불가능한 시도」중에서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누군가의 얼굴을 이렇게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하염없이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 p.202~203, 「사랑의 미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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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욱의『밤이 아닌 산책』은 ‘된다’ ‘있다’에 기원한 ‘존재’를 확인하는 여정이다. 서늘한 여정을 따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애처로운 등에 가만히 손 얹게 된다. 그 손길의 따스함은 치유 받지 못한 채 봉인된 어느 누군가의 상처에도 가닿아 공감의 위로가 될 것이다.
작품 속 산책길은 소설 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번잡한 도로와 대조되면서 환한 태양 아래서는 읽을 수 없는 존재의 웅숭깊은 사색을 음우한다.
각각의 작품은 꼬리와 머리가 연결된 한 편의 옴니버스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강에서 수놈으로 살다 바다에서 암놈으로 변해 알을 낳고 죽는 소설 속 장어의 에피소드처럼 남녀를 아우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생은 극복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 나여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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