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때 산소와 함께 코와 기도를 거쳐 폐포까지 도달한 아주 작은 먼지는 산소처럼 혈관으로 이동한 후 전신을 돌아다닌다. 미세먼지에게 혈관은 체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고속도로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몸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혈액에 이물질이 섞여 있다는 것을 감지한 대식세포가 출동한다. 대식세포는 이물질이나 병원균을 잡아먹는 일종의 면역세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혈액이 끈적해지고 염증도 생긴다는 점이다. 이물질과 면역세포가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결과다. 피가 끈적해지면 혈액 순환이 잘 안 되고 혈관이 막히거나 딱딱해진다. 혈액 흐름에 부하가 걸리므로 혈압도 오른다. 동맥경화나 심근경색이 생기기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 면역세포가 이물질과 싸우는 과정에서 염증 반응도 일어난다. 이물질이 체내에 침투하면 면역세포가 증가하면서 염증 촉진물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물질의 양이 적으면 큰 영향이 없지만, 그 양이 많거나 이물질의 자극을 지속해서 받으면 우리 몸속에서 염증 반응이 꾸준히 일어난다. 기도, 폐, 혈관 등에서 염증 반응이 계속 생기면 천식과 같은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심장혈관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적군과 자주 싸우다 보면 아군도 피해를 보는 것이다. --- pp. 28-29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등급별로 분류한다.1군부터 4군까지 있는데 1군은 인체에서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된 물질이 속한 그룹이다. 담배, 술, 젓갈, 탄 음식, 라돈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2군은 그룹 A와 B로 세분돼 있으며, 모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의 그룹이다. 납, 커피, 휘발유 등이 속한다. 3군은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없는 물질이 속하는 그룹으로 페놀, 차, 카페인, 콜레스테롤 등이 포함된다. 4군은 비발암물질 그룹이다.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 오염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의 구성성분이나 농도의 정도와 관계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 pp. 38-39
큰 먼지는 대체로 자연에서 발생한 먼지로, 중국과 몽골 등지에서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황사도 자연 먼지에 속한다. 화산재, 흙먼지, 꽃가루, 파도 물방울, 번개로 생기는 먼지 등이 자연 먼지이고 크기가 대체로 크다.
작은 먼지는 대부분 인간이 만든 먼지다. 발전소, 공장, 자동차 등 에서 내뿜는 오염물질 속 미세먼지는 매우 작다. 인간은 자연보다 먼지를 잘게 쪼개는 능력을 키워왔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석유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생성된 먼지는 더 작아졌는데 이 미세먼지가 이제는 인간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지경이 됐다. 게다가 미세먼지는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같은 각종 유해물질과 결합해서 더 위협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 pp. 108-109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미국 보건성에서 제시하는 신체활동 권고지침과 동일한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주 5회 이상 실시한 결과, 미세먼지 노출 농도에 상관없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이 매우 감소함을 보여줬고, 심지어 연평균 미세먼지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신체활동 실천을 권고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75μg/m³까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며 “미세먼지의 양은 조금이라도 우리 건강에 나쁘며, 다만 신체활동과 미세먼지를 따져서 신체활동 이득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미세먼지 농도와 무관하게 운동이 건강 유지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에 더 취약한 어린이도 외부에서 운동하는 편이 신체 발육이나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까? --- pp. 209-210
미세먼지가 심할 때만 대책을 마련하고 넘어가는 식으로는 미세먼지 환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벗어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스크나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인공위성이나 인공지능을 사용한다고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안전한 미세먼지 양이란 게 없듯이 안전한 미세먼지 노출 시간도 없다. 단기 노출이나 장기 노출에 상관없이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건강에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미세먼지 농도를 연평균 그리고 24시간 평균으로 측정하고 발표한다.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떤 것에 더 중점을 주고 대책을 마련할지는 각국이 처한 오염 환경과 수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처럼 미세먼지 24시간 평균 농도가 두 자릿수로 비교적 낮은 국가나 도시라면 단기 노출로 인한 건강 문제는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있다. 장기 노출에 의한 건강 영향에 무게를 둔 대책을 마련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낮추는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pp. 288-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