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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기억

: 지속과 소멸의 이중주

[ 개정판 ] 배반 인문학 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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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94g | 120*190*20mm
ISBN13 9791167370907
ISBN10 116737090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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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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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 기억의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한다. 공기가 부족할 때 새삼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듯, 기억에 장애가 발생할 때에야 그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공기처럼 기억은 늘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에 기억의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런데 기억은 단순하고 일상적인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에서부터 자기를 인식하고 세계와 관계를 맺게 하는 것까지 나와 나의 삶, 그리고 세계를 직조하고 구성하는 데 중추 역할을 한다. 기억은 삶의 연속성을 유지해주고 매 순간이 과거로 구성되는 현재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기억은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의 가치」중에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을 상담 치료한 조너선 셰이Jonathan Shay는 환자들이 ‘나는 베트남에서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성폭력을 경험한 작가 미게일 쉐러Migael Scherer는 저서 『Still Loved by the Sun태양의 사랑은 아직 남아 있다』에서 “나는 언제나 이전의 나 자신을 그리워할 것이다”라고 쓰면서 강간 생존자들이공통적으로 느낀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다. 트라우마적 사건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감지되는 폭력에 맞닥뜨려 한 인간이 자신이 완전히 무기력하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위험에 처했을 때 그것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거나 그 상황으로부터 빨리 도망치는 등의 일반적인 적응 반응들은, 성폭력이나 고문 혹은 대재앙적인 사건과 같은 트라우마적 사건에 직면해서는 거의 발휘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자아의 극복 능력을 넘어서는 사건 앞에서 자아는 심한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주디스 허먼은 저서 『트라우마』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중에서

서사적 기억은 문제의 과거(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네는 이 기억의 형식은 모방과 반복(재경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확신한다. 트라우마적 기억의 경우, 피해자가 원래의 사건과 다시 조우할 때 그 사건을 그대로 모방하고 반복한다. 이때 피해자는 사건 당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해서 성찰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원래의 트라우마적 사건과 다시 조우할 때 피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건과 경험 사이의 거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사건을 독립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에서 자기-인식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사건이 피해자에게 경험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자신이 그 사건을 경험해야 한다. 자네에게 있어 피해자가 능동적으로 트라우마적 사건을 재경험하는 것이 바로 서사적 기억 행위이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체험한 일을 인식하고 그것을 그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형태인 것이다.
---「기억해야 비로소 잊을 수 있는 기억」중에서

말하자면 『암 일기』는 물리적 통증과 심적 고통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적은 일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그 속에는 고통 경험의 현실을 그대로 기록한 과거의 일기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에세이를 쓸 때 로드는 그때의 일기를 있는 그대로 읽지 않는다. 에세이의 이야기와 구별되도록 과거의 일기는 필기체로 표기하고, 또 필요한 대목만 선별해서 지금 현재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삽입하는 식으로 과거 경험을 재구성한다. 그럼으로써 생고통의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아 그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혼란스러워 보였던 일기의 내용은 그녀와 비슷한 고통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배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내 과거, 내 손으로 ‘포샵’하자」중에서

건망증은 바로 이 커다란 망각 시장의 틈새시장으로 발굴되었다. 사실 건망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데, 최근 다양한 언론 매체들은 망각을 기억력 감퇴, 특히 치매의 문제와 연계해 다루고 있다. 그렇다 보니 건망증에 대한 조치는, 드라이스마의 표현에 따르면 “성공적인 노년을 위한 커다란 프로젝트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시각에서 기억력 감퇴는 주름살로 비유되고, 그 주름살은 기억의 성형술에 비견되는 다양한 기억력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없앨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그래서 기억력 훈련과 관련된 게임, 서적, 그리고 프로그램 등은 거의 산업적 차원으로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기억력 향상을 위한 대부분의 훈련과 기술들은 건망증을 줄이거나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망각의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중에서

망각은 기억을 상실해버린다는 점에서 기억의 타자, 즉 기억의 최대 위협이며 적으로 간주되어왔다. 기억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는 오인이나 착각, 왜곡된 기억 역시 기억의 큰 적으로 여겨지기는 마찬가지다. 기억이 지속성이라면 망각은 소멸이다. 만약 지속성이 생존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한다면, 그 경험을 지속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동물이나 사람이 확실히 자연에서 선택될 확률은 높아지게 된다.
---「망각해도 괜찮아, 다시 기억하면 되니까」중에서

정확하게 많이 기억하는 것이 언제나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경우에 따라선 망각이나 과거 경험의 변형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사태를 막아주거나 늦추어주기도 하지 않았는가. 정확하게 많이 기억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에 구멍이 생기고 균열이 발생했을 때, 그 해결책을 여전히 우리가 믿고 있는 고전적인 기억의 개념으로 접근하게 되면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하거나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생존과 정체에 필수적인 기억의 날실과 그것을 가로지르는 망각의 씨줄이 적절하게 교차되어야 비로소 우리의 정체와 세계의 옷감이 알맞게 짜일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의 날실과 망각의 씨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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