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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원교

소설 원교

: 말 없는 붓, 외로운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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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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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94g | 145*216*18mm
ISBN13 9791191277227
ISBN10 119127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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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에서는 먹 냄새가 난다. 진경시대 서예를 대표하는 원교 이광사의 삶을 따라 드러나는 웅혼한 필묵흔이 소설 안에 가득 배어 있기 때문일까? ‘사흘은 바람이고 나흘은 비가 오니 솥에다 글을 끓일 수 있나?’ 양식도 땔감도 없이 글만 쓰는 서생으로 부딪혔을 생의 막막함에 앞서 원교의 삶은 그 자체가 비 오고 바람 부는 하마르티아(hamartia)였다. 노론 소론의 권력 싸움 사이에 풍비박산된 가족사와 기나긴 유배 생활을 오로지 지필묵만으로 이겨 낸 한 인간의 행적을 따라 동국진체는 완성된다. 작가는 기박하고 신산한 원교의 삶을 집요하게 벼루 위에 갈아 넣고 유려한 필획으로 휘갈겨 먹처럼 짙어지게 했다. 절정을 향하여 가쁜 숨을 몰아가거나 극적 반전을 감춰둔 채 시치미를 떼는 짜릿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아니라 여성적 엑스터시를 반복하며 호흡의 높낮이를 유지하는 이 소설은, 작가의 선비 같은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
- 김경주 (화가)
“봉두난발로 머리를 풀어 헤치고 날아다닌 것” 같다며 노여워하던 글씨였다. “새를 그린 것처럼 머리와 꼬리가 날렵하지만, 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멋대로 활개를 쳐서 엇되고 되바라져” 있다던 글씨였다. 아직까지 버릇을 고치지 못했느냐며 질책하던 글씨였다. 그 글씨가 스승의 필함에 간직되어 있었다. “청어람할 수 있는 유일한 제자는 오직 한 사람, 원교 이광사”라는 스승의 전언에 제자는 엎드려 울음을 토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한 예술가’의 인고의 정신과 묵향의 정신이 가득 배어 있다. 수많은 자료와 고증을 거쳐 소설적 상상력을 융합해야만 했을 글쓰기의 과정을 생각해 볼 때, 이 ‘한 예술가’가 원교인지 정강철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붓을 가지고 논다는 ‘농필(弄筆)’의 경지를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글에 겸손해진다는 ‘독필(禿筆)’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정강철의 소설을 통해 되새긴다. 몽당붓의 가치를 터득할 때까지 읽고 쓰고 또 읽고 써야 할 일이다.
- 김영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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