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광은 과거, 현재의 과거를 교차하며 여러 도시의 건축물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사물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나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를 둔 ‘현황 보고’식으로 정리하여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시각 정보를 흡수해 해체하여 이리저리 조합도 해보고 다양한 색을 칠해보면서 자기 것으로 소화해 새로운 조형 작품으로 내놓는다. 그는 기존의 세계관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를 이해한다. 즉, 천대광은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도시의 과거와 미래를 반추하고, 오늘날 ‘지금, 여기’를 성찰한다.
--- p.21, 「MMCA 청주프로젝트 2021 《천대광: 집우집주》」, 현오아(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중에서
〈건축적 조각/후천개벽(後天開闢) 탑〉은 삶의 우울한 측면을 예민하게 의식하는 자들이 어떻게 그 비굴해 보이는 삶의 외양 속에서 영웅적인 측면을 드러내는가 하는 전환으로서의 개벽, 모든 과거가 태초의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미래화 되는가 하는 유토피아의 현실화로서의 개벽이 강하게 추동하는 작품이다. 아래층과 위층, 두개 층으로 이루어진 이 탑 양식은 남방불교의 건축 양식과 서구의 건축 양식이 기묘하게 습합(褶合, syncretism)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빛의 붓다가 가진 무량광명의 환술, 혹은 청색 톤과 보라 톤의 변성의식 상태(altered states)에 가까운 빛의 장치를 통해 뒷하늘을 여는 천지와 우주의 상서로운 공사가 어떻게 일어날지를 예감케 한다. 동시에 그러한 예감은 즐거운 유머이기도 하여 탑은 복선화된다.
--- p.64, 「남방의 건축을 ‘역사의 양피지’로 재체험하는, 회억((回憶) 속에서 비전이 재출현하는 건축술 ─ 천대광론」, 김남수(안무비평가) 중에서
그 이상 도시의 형상은 ‘시대정신’ 안에 있다. 많은 이들을 불러들이려면 그들이 이미 공유하고 있는 이상, 혹은 그들을 불러들이려는 권력자들의 이상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이상은 미래의 꿈이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과거에 속한다. 이미 공유된 감각과 생각의 시제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이기 때문이다.
건축가만이 아니라 우리도 이상 없이 살 수 없다. 이상이 우주의 천장이 되어 삶을 덮치거나 감싸올 때, 그것은 삶에 달라붙어 삶을 조이는 멋진 구속복이 된다. 그때 이상은 삶을 조이는 사태를 해명하는 이유가 되거나, 조여드는 삶을 잊게 해주는 위안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벗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훌륭한 이유와 멋진 위안으로 견디어야 하는 삶이 아니라, 이유도 위안도 없지만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
--- p.75, 「집우집주, 집들 사이로 우주의 바람을 불러들이다.」, 이진경(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중에서
청주의 도심 공간은 청주 읍성을 중심으로 한 행정구역에서 근대도시로 성장하면서 주변 사주면(四州面)을 포함한 영역으로, 시기별로 청주 읍성, 구도심, 원도심 영역으로 나뉜다. 일제강점기, 가깝게는 1960년대까지의 주 생활무대이었던 읍성 주변의 성안동과 북문 밖 중앙동 일대를 구도심이라 하고, 이곳에서 내덕 칠거리에 이르는 1939년 청주시가지 계획구역이 원도심이다.
18세기 후반에 작성된 청주 읍성도는 정확한 축척을 가진 것으로, 현재의 가로망 및 지적선과 비교해 보아도 거의 유사함을 보이고 있다. 남북방향을 장축으로 한 40000m 크기의 방형(方形)인 청주 읍성은 없어졌으되, 그 성곽의 흔적은 4대문을 잇는 보행 도로로 현존하고 있다. 성곽 이외에도 남문(淸南門)에서 북문(玄武門)으로 이어지는 성안길, 동문(闢寅門)과 서문(淸秋門)으로 통하는 길, 그리고 동헌 영역과 병영군(兵營群)의 담장 길 등의 가로망들이 현재 재구성되어 있다.
--- p.79, 「청주淸州 도심 거주환경과 문화」, 김태영(청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중에서
2000년대 후반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평소 관심이 있었던 건축적인 부분(도시의 형태, 건축 양식 등) 사진을 많이 찍고 모아 두었다. 그때 찍었던 사진과 기록들이 이번 작업의 모태가 되었는데, 여러 가지 조형적인 실험을 사진 속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다. 내가 보고, 경험하고, 기록한 수집품을 통해 내가 지금 존재하는 동시대를 제시하고 싶었다.
--- p.89, 「작가 인터뷰」, 천대광(작가) 중에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맡겨버리는 부분이 있다. 즉흥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가미되어 있다. 전시 제의가 들어와서 전시 장소로 사전답사를 갔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생기는 편이다. 공간에 가면 받는 기운 또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공간이 주는 감응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 p.96, 「작가 인터뷰」, 천대광(작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