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사상 최고가는 (장중이었지만) 2011년 9월 6일 1,923.7달러. 종가 기준 최고가는 2011년 8월 22일의 1,891.9달러로 이때까지 1,900달러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2008년 9월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야기된 국제금융위기 속에서, 금은 자산의 도피처로서 활용되었다. 그 후 금 가격은 눈에 띄게 상승하여 2009년 11월 이후 사상 최고가 갱신을 계속했다.
그 전후로 국제통화기금IMF이 보유한 금 매각 문제가 불거졌는데, 총 보유량의 절반인 200톤을 인도 중앙은행이 사들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계기로 펀드 매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 단계에서 이미 1,200달러를 돌파했다.
이듬해 2010년에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불거졌다. 전년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작한, 시장에 대량의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는 종결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금융환경의 불안정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여름 이후 한번 더 완화를 진행, 11월에는 2차 양적완화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 사이에 1,200달러대를 굳힌 금은 여름 끝 무렵부터 오름세를 타며 1,300달러대로, 11월에는 1,400달러대로 기준가를 올렸다.
과거에도 금 가격은 계속 최고치를 갱신했으나, 결코 급등하는 일 없이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다음 해인 2011년 역시 천천히 기준가가 상승하는 패턴이 지속되다가 4월에 처음 1,500달러대에 들어섰다. 그 후, 그리스 구제를 둘러싼 논의가 유럽연합EU에서 난항을 겪던 와중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국채가 팔려나갔다. 이를 계기로 재정위기의 확대가 우려되며 7월에 금은 1,600달러를 돌파했다.
때마침 미국 의회는 연방 채무상환 문제를 놓고 여야 협의를 이루지 못해, 신규 차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이자 지급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 가격은 마침내 상승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8월 8일 월요일은 달러가 매도되면서 금 가격이 급등하여 순식간에 1,700달러를 돌파했다. 그 후 9영업일째에는 1,800대까지 올랐다. 게다가 2영업일째인 8월 22일, 장중 1,900달러를 돌파,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1,891.9달러)를 갱신했다.
이것이 고점이 되어 가격 변동이 심해졌다. 그로부터 2주 후인 9월 6일, 장중 사상 최고치 1,923.7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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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후 시작된 금값 상승 속에서 경영에 여유가 생긴 광산 회사들은 새로운 금광 탐사 예산을 늘리려 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앞으로 새로운 광맥도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단, 광맥 발견 후 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5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해 곧바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9년의 금 광산 생산량은 3,463톤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전년 대비에서 줄어든 것은 2008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4분기 기준으로 본 생산량도 2020년 1~3분기는 795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년 연속 감소해 금의 광산 생산도 슬슬 절정기가 지났을 거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추정 매장량인 5만 4,000톤을 지난 10년 동안의 연평균 생산량인 3,197톤으로 나누면 약 17년치라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현재의 생산 규모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17년 후 금은 고갈되는 셈이다.
향후 생산량이 감소해 가채연수(어떤 자원을 캐낼 수 있다고 예상하는 햇수)가 늘어날 것인지, 아니면 가격상승에 자극받아 개발 예산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광맥의 발견이 계속될 것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 상황으로 봐서 생산량은 서서히 감소할 듯 보인다. 이는 금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 p.69~70
이 위기를 맞아, 금시장에서는 인상적인 가격 변동이 이루어졌다. 당시 700달러대 후반이었던 금 가격은 리먼 파산 후 약 한 달 뒤인 2009년 10월 10일, 936.3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안전자산인 금으로의 도피Flight to Quality였다.
그러나 그날을 기점으로 반락, 2주 후인 10월 24일에는 한때 681달러로까지 떨어졌고, 종가는 730.30달러였다. 불과 10영업일만에 약 260달러, 비율로 치면 27%, 그야말로 폭락이었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발생 가운데 가치가 사라진 금. 위기 발생 때마다 몸값이 올라갔기에 ‘자산보험’이 아니었던가.
필자는, 실은 이 하락이야말로 금이라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적으로 금융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신용력 있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에서도 현금 조달,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은 문제없이 달러로 바꿀 수 있었다. 이때의 하락은 위기 대응으로서 보유하고 있던 금을 달러로 바꾸는 움직임에 따른 특수한 내림세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이러한 사태에 대비해 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일의 성격상 펀드(기업, 금융기관)가 필요한 만큼 팔리면 거기서 그치는 흐름이었다. 실제로 저가가 된 681달러를 저점으로 금 가격은 반전, 그해 3월에 대기업 투자은행인 베어 스턴스 파탄 때 기록한 (당시) 사상 최고치인 1,033.90달러를 다음 해인 2009년 10월에 돌파했다. 그 후 계속해서 역대 최고치를 갱신, 2011년 9월 최고가 1,023.7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 p.160~161
지난 10여 년간 FRB의 완화정책은 주가 급락 시 절대적인 효력을 발휘했다. 대폭 하락에 휩쓸렸을 때에는 FRB가 서둘러 대응해 다시 상승궤도로 올려주었다. 언젠가부터 주식시장에서 FRB는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미국의 경기 확장기는 11년째를 맞은 2020년 역대 가장 긴 확장기 기록을 갱신했다. 주가상승 지속이 경기 확장의 큰 요인임은 사실이었고, 그렇기에 FRB와 미국 증시의 친밀한 관계도 이어져왔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 관계는, 이번에 극적인 형태로 끝나게 됐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장이 2020년 2월에 끝나고 3월 이후 경기 후퇴기에 들어갔음을 인정했다.
이후 3월 23일에 FRB는 이달 들어 세 번째 임시 FOMC를 열어 15일 현재 시점으로 7,000억 달러를 목표로 했던 양적완화를 무제한으로 하겠다고 발표해 이날 주가는 저점을 찍었다. 자금 조달을 위한 환금매에 1,400달러 대까지 떨어졌던 금은 단숨에 부활해 급락 전인 1,600달러로 돌아갔다.
--- p.176
2020년 7월에 1,800달러 대에 진입한 금 가격이 이와 같은 흐름을 암시한다. 필자는 달러의 추락을 반영한 상승 파동이 계속되리라 본다. 뉴욕 금시장 장중 사상 최고치는 2011년 9월의 1,923.7달러, 종가 기준으로는 같은 해 8월 1891.9달러다. 제1장에서 이 시기를 대시세라고 소개했는데, 급격히 비대화된 금융시장에 ‘찍어내지 못하는 금’의 시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축소돼 있었다.
하지만 신기축을 차례차례 갱신하며 리스크를 과감하게 감수하는 FRB에 대한 신임의 흔들림은 곧바로 금 가격에 반영되리라 여겨진다. 중기적으로는 2,300~2,500달러에 도달하리라 본다.
금은 타당한 가격을 측정하기가 어려운데, 참고가로 2011년 이전의 사상 최고치인 1980년 1월의 850달러가 있다. 그로부터 40년, 당시 가격을 미국의 물가상승률(CPI소비자 물가지수)을 바탕으로 현재가로 측정한 실질가격은 2,500달러쯤일 것이다.
2,300~2,500달러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게도 설득력 있는 가격이라 여겨진다. 최근 들어 3,000달러나 5,000달러 등 유럽 투자은행 등에서도 강세가 전망된다. 단, 그 가격은 금 특유의 모멘텀 시세가 나타난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될 듯하다.
--- 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