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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kg

: 내 마지막 몸무게

이형순 | | 2021년 11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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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55쪽 | 320g | 135*205*13mm
ISBN13 9791187229391
ISBN10 118722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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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kg.
집착도 갈애도 모두 벗겨낸 삶의 마지막 입자.
뒷산에서 발견한 길냥이가 낳은 어린 새끼 고양이를 안아 보았던 무게였고, 겨드랑이에 낀 두꺼운 책 한 권 정도의 희미한 자취.
--- p.23

“그건 나도 알 수 없지. 10분이나 하루가 될 수도 있고, 10년이나 30년이 될 수도 있겠지. 삶이란 1분도 긴 것이고, 1년도 짧은 것일 수 있지 않겠나. 인간은 살아있을 때 그 많은 시간이 주어졌어도 후회의 시간만 쌓다 생을 마감하지 않나. 그러니깐두루 원래 인생에서 충분한 시간이란 있을 수 없지. 주어지면 주어질수록, 차고 넘치면 차고 넘칠수록 더욱 목이 말라 헐떡이는 게 인간 아니겠는가.”
--- p.37

첫눈에 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한 사람의 심장으로 또 한 사람이 걸어들어올 때는 어처구니없는 순간일 때가 많다. 선사들이 깨달을 때와 흡사하다. 닭 울음소리나, 낙엽이 뒹굴 때 혹은 촛불이 꺼지는 순간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순간에 세상은 벼락처럼 새롭게 열린다. 알도에게 벼락이 된 그녀의 모습은 하품이었다.
--- p.135

알도는 죽음의 실체라는 것이 식어버린 몸뚱이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죽음을 지렛대 삼아야만 존재할 수 있는 삶이라는 시간. 죽음을 절대 피할 수 없다면 유일하게 남은 일은 완전히 죽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사티가 완전히 죽기 위해서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왜 인간들은 완전하게 죽지 못하고, 온전하게 이별하지도 못한 채 후회와 자학만 거듭하는 것일까. 그 수많은 지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가족을 피눈물로 떠나보내면서도 부조금만큼의 깨달음도 얻지 못하고, 죽은 이들과 여지없이 똑같은 길을 따라 걷고, 또 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후회만을 거듭 되풀이할까.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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