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당시 투자자들이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그 시대 최고 투자자의 눈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귀중한 역사서다. 이 책의 바탕에는 우리가 흔히 투자의 지혜라 알고 있는 것의 절반 이상, 어쩌면 대부분이 실은 그릇된 통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 p.11
과학과 기술이야말로 인플레이션의 적이자 투자자의 친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책은 과학과 기술이 생산성, 성장,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세상에 전파한 최초의 책일지도 모른다. 허언이 아니다. 아버지는 평생 이 부분을 지나칠 정도로 연구했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사회적 압박이 결코 끝나진 않겠지만 과학과 기술에 따른 효율성 제고 및 비용 하락의 힘이 해독제 역할을 할 것이라 보았다. --- p.14
그들의 질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가 앞으로 부딪힐 개개의 상황에서 나의 투자철학을(또는 다른 투자철학이라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인플레이션은 얼마나 중요한 것이고 또 투자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해외 기업과의 경쟁이나 해외 투자 전망은 어떠한가?’ ‘투자 전망이 가장 밝은 업종은 무엇인가?’ 등이 그 예다. 이번 책에서는 처음과 마지막 부분을 할애해 이런 질문들에 답함과 동시에, 강력하면서도 변덕스럽게 찾아오는 온갖 악재와 호재들을 만났을 때 손실이 아닌 이익을 내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보여주려 한다. 조만간 발생할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주식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겠지만 반대로 어떤 주식은 투자자들의 큰 기대를 무참히 짓밟을 것이다. --- p.27
주식투자에서 고수익을 내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과 시간이 필요한데 이 두 가지를 다 가진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전문가를 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간신히 벌어먹는 사람부터 거대한 부를 거머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성인 남녀가 내게 던지는 질문은 동일하다. “진짜로 믿을 수 있는 투자전문가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중은 각각의 투자 업종이 갖는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모르고 있지만, 투자전문가를 찾을 때는 그것들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의 3장 ‘투자자와 투자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대중의 이 두 번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쓴 부분인데, 이런 배경지식 외에 투자자들이 적당한 투자전문가를 선정할 때 밟아야 할 다섯 단계도 추가되어 있다. --- p.28
투자라는 관점에서의 인플레이션은 똑같은 돈으로 취득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이 (조금씩, 또 일시적으로 반전되기도 하면서) 줄어드는 상황이라고만 생각하면 충분하다. --- p.38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미국인의 압도적 대다수가 정부의 역할 및 의무에 대한 기존 견해를 확고하게 유지하는 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상황은 불가피할 거란 사실이 그것이다. 물론 정부가 예산 낭비를 없애고 균형예산을 이루겠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목표다. 전체 경기를 급강하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이런 목표 달성을 추구할 수만 있다면 인플레이션 심화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테고 심지어 한동안은 인플레이션이 멈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긴축 예산만으로 현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의 말은 아무 의미도 없는 공약(空約)에 불과하다. --- p.39
현명한 투자자는 적절한 관점에서 인플레이션 문제를 바라보고, ‘미래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화폐가치의 추가 하락을 상쇄할 정도로 이익을 보장할 수 없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장기적인 투자 목표로 삼아야 한다. --- p.47
‘주식은 유형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뜻하므로 자동적인 인플레이션 보호 수단이 된다’는 잘못된 통념을 떨쳐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한 가지 기본 개념에만 유의하면 된다. 우리가 구매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가치는 전체 물가에 따라 항상 상대적으로 변한다. 전체 물가가 마치 거대한 빙하의 움직임처럼 꾸준히 (그리고 느리게) 올라간다 해도 가격은 오르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내려가는 것도 있다. 생산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발명이나 신공법 발견이 자주 이뤄지는 현 시대에서도 유독 생산비가 더 크게 절감되는 제품이나 산업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대중의 기호 변화도 관련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눈에 띄게 올리거나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친다. --- p.60
어쩌면 몇몇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이런 종목들을 매수하기로 결정했거나 그 결정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을지 모른다. 이런 기업들은 모두 공통된 특징이 있다. 경영진의 능력이 뛰어나고, 성장할 만한 특징을 갖추었으며, 동종 업계의 경쟁사들보다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관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만큼 충분한 규모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성장을 거듭해 전문 신탁관리인들이 매수하기에 적절한 내재가치를 갖추게 된다면, 늦든 빠르든 신탁 회사의 펀드들은 이런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기관들이 매수하면서 치르게 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은 이 회사들을 ‘클럽 회원’으로 만들어줄 테고 말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기준에 조금 못 미쳤던 회사들이 이젠 대대적인 기관인정을 받게 되고, 그로써 급격히 높아진 PER에 거래되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란 뜻이다. --- p.100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요소, 다시 말해 순이익 증가와 더불어 시장 전체보다 더 빠르게 주식가치의 상승을 이끌어주는 또 다른 요소가 있진 않을까?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요소의 정체를 아는 투자자는 (자신이 알아낸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평가할 수만 있다면) 몇 년 동안 굉장히 높은 수익을 거둘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낯선 개념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울 수 있다. 나는 이 새로운 요소가 매우 중요하며 투자 대중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선은 다소 우회적이며 간접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 p.151
30년 전에 주식의 투자 매력도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공시된 대차대조표(이하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를 자세히 검토하는 것이었다. 그 시절엔 재무제표를 통해 내린 회계분석 결과와 그 회사의 제품 라인 및 업종 특성에 대한 전반적 이해에만 근거해서 투자결정을 내리곤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우수한 종목을 고르겠다는 건 이름, 그리고 사진 몇 장에서 본 얼굴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고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둘 다 성공률은 지극히 낮을 것이다. 아주 운이 좋은 덕에 훌륭한 배우자를 얻을 수도 있고 눈부신 장기 보유 종목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건 주식이건 기본적 특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그토록 많은 상태라면 그 선택이 비극적인 실수가 될 위험 또한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