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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틀어
박광옥 | 청어 | 2021년 11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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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88g | 130*205*5mm
ISBN13 9791158609924
ISBN10 1158609922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 녀석들에 방황의 거리

엄마! 여기는 서울이야
창경원 돌담 넘어 궁전 뒤, 숲이 보이는 원서동 산둥에서
어느 바람난 왕자와 궁녀의 밀회를 엿보다
거리로 뛰쳐 내려갔어, 얼마를 가다가다
나는 되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육교가 보이는 저 앞으로
엄마! 엄마의 뒷모습을 보았어
눈이 화들짝 트이고 젖 먹은 힘이 솟아 뛰어 달렸어
엄마하고 뒷등에 힘껏 매어 달렸어
“이 애가 미쳤어” 힘껏 뿌리치는 어느 아주머니의 외마디
소리와 함께
나는 보도 위를 구르는 낙엽처럼 힘없이 나뒹굴었어
엄마! 여기는 아직 창경원 정문이 보이는 돌담길 밑이야
먼 하늘에 구름이 흐르고 바람만 내 잎을 맞추고 지나갈 뿐
저쪽으로 어느 바람 난 선비가 책을 끼고 여인의 뒤를 따라
가고 있어
스산한 가을바람이 선비의 옷소매를 붙들지만…
길 잃은 소년은 어디론가 발길을 돌려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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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2004년 12월이다
개성공단에서는 엽전은
이제 천길 땅 속에 묻혔다
그리고 살아나라
고려청자의 빛
하늘과 함께
인삼 등짐이 만주벌을 누볐듯
고려청자의 빛
하늘과 함께
만주벌을 지나
만리장성 넘어도 물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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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의 의미

바~알갛게 익은 해가
서산 깊숙이 빠져 버렸습니다
그대가 흔들던 이별의 흰 손수건도 아스라이
이제 차가운 별빛에서 내리는
바람 꼬리가 등 뒤를 밀고 있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있던 연분, 아니
정열!
우리가 동행할 수 있었던 여로 속에서
긴 날을 두고 반추할 수 있는 의미가
따뜻이 남아 있는 것은
긴 날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러한 여분들을
자국같이 남길 수 있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새 그림자 같은
해 저문 날의 산책길에 서 있군요
산책길에 서 있군요, 산책길에 서 있군요
산책길에 서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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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산소

산이 그리워 산이 그리워
산길을 간다
산이 그리워 산이 그리워
의림지 솔밭 길을 지나
오늘도 산길을 간다
오늘도 내일도 산이 그리워
산이 그리워 오솔길 따라 산길을 간다
마을을 지나 또 한 마을 지나
산길을 따라 보름달 뜨는 밤
달을 쫓아 달을 쫓아
산이 그리워 산이 그리워 달밤에 간다
산허리 마지막 집안으로 달이 들어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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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라

사랑은 깊어졌는데, 사랑은 뜨거워졌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대 보이지 않네
그대 목소리 들리지 않네
그 미소 그 체온 싸늘한 밤비 되어 내리네
사랑아! 내 사랑아! 돌아오라
내 사랑아 오늘도 불러봅니다
구만리 장천, 황천 그곳은 안 돼
돌아오라, 돌아오라!
소리쳐 불러보는 날 돌아오라
내 품으로 돌아오라, 메아리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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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천 밤안개

쌈, 쌈, 상추머리 쌈
우리 만남을 기리기 위해
연분홍 꽃 피는 매화 한그루 심었었어
축복의 선물 석등에 불 밝힌 밤
꽃잎이 부서져 흐드러지는 이 밤의
이야기로 뜨락에 쏟아지는 별들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 석등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같이 밤새워 초롱이고 있었어
어느새 세상은 잠들고 밤안개는
소리 없이 다가와 그대의 영혼을 덮는
이브자락 산천도 잠들고 저 건너
조차장에 기적소리 어서가자
밀감 빛 장평천 밤안개, 밤안개가
밀려들고 있어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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