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보(military intelligence)”는 “용어의 모순(a contra- diction in terms)”이라는 옛말이 있다. 이러한 따분하고 피곤한 농담은 치아에 구멍을 뚫고 있는 치과의사에게 석유를 찾기 위하여 시추를 하고 있느냐라고 묻는 조크와 같이 전문 정보 장교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재앙적인 정보의 실수들로 산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 말은 그저 통속적인 관점으로 간주되고 있다. 고대로부터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군대는 기습으로 무너졌다. 도대체 군은 왜 그토록 어리석을 수 있을까?
기습은 아직도 가장 중요한 전쟁 원칙 중 하나이다. 세계의 모든 사관학교와 참모대학은 모든 개별 생도와 피 교육생들에게 기습 달성의 필요성과 - 아울러 기습을 방지하는 전술도 가르치고 있다. 그리함에도 불구하고, 군은 불을 보듯 예측이 가능한 (기습이라는) 규칙적인 질서를 붙잡지 못하고 결국 당하고 마는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풍토병의 하나인 어리석음(en- demic stupidity)”으로 인한 실패인가 아니면 “상대의 교활함(opponent’s cunning)”으로 인함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양쪽 모두이다. 모든 군사 지휘관들이 기습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와 꼭 같이, 잠재적 적들은 적을 오도하고, 기만하며,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모든 술책과 자원을 총동원한다. 기습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휘관은 정보와 그들의 정보 참모들에 의존한다. 어떤 경우에는 성공하고, 어떤 경우에는 실패한다. 정보의 성공 여부에 따라 군사지휘관의 결심과 명성이 좌우되며; 또한 그의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결정된다. 그러므로 군사 전문가들의 결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지향되며, 그들의 소명과 다른 사람들의 직업의 차이를 발견한다. 군사적 결심은 어떤 다른 분야의 경우보다 훨씬 중차대하다.
왜냐하면, 기업의 주인으로서 전문 경영인은 핵심적 결심을 하지만, 전쟁을 관리하는 정치가를 제외하고, 그들 중 아무도 이처럼 엄청난 책임을 감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은행가가 치명적 과오를 범한다면, 경제가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거나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또한, 외과의가 무서운 실수를 하면, 환자는 생명을 잃고 만다. 그러나 장군이나, 제독들이 큰 실수를 하게 되면, 군인과 민간인이 무차별 살상되는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하나의 실례를 든다면: 히틀러와 본 파올루스(von Paulus)는 약 2십 5만여 명의 장병들을 그들의 운명이 걸린 스타린그라드에 투입했는데, 그 중 단 5천명의 부상병들만 러시아로부터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히틀러가 소련 장군들의 계획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제6군을 그렇게 빨리 투입할 수 있었을까?
정보는 비록 도움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지휘관의 결심에 이르게 할 수는 없다. 최신화되고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정확한 정보에 의한 명명백백한 보고서를 접한 경우에도, 완강한 고집이 있고, 야심에 차 있거나 오도되고 있는 지휘관은 그 앞에 제시된 무쇠같이 확고부동한 증거물을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허다한 사례들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실례를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1944년 11월, 영국의 “보이(Boy)” 브라우닝(Browning) 장군은 그의 정보장교인 브라이언 우르카아트(Brian Urquhart) 소령이 수집한 흑백 항공사진에 찍혀있는 아른헴(Arnhem) 전방에 배치중인 독일군 SS팬저(최신 전차) 사단에 관한 정보를 일거에 묵살해 버렸다. 그뿐 아니라, 브라우닝은 즉시 그의 정보참모를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정신착란 환자라는 이유로 보직 해임시켰다. 또한 우르카아트 소령은 군의관의 인솔하에 사령부에서 쫓겨났으며, 요양 휴가를 떠나야만 했다. 수일 후에(최신 전차사단이 배치되어있는 지역에) 공수부대의 낙하가 이루어졌다.
브라우닝의 명령의 결과는 불운을 가져오는 마케트 가든 작전에서 영국 제1 공수사단의 재앙적 손실로 이어졌다. 이 작전은 브라우닝의 결심만 없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재앙이었으며, 브라우닝은 그의 소견으로는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잘못 판단하여, 그러한 시기에 전투 행위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하겠다는 욕망에서 무모한 결심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과 폴란드의 공수 여단들은 브라우닝이 그의 정보참모가 제시한 정확한 정보를 묵살하고, 개인의 독단과 오만의 함정에 빠짐으로써 그에 대한 가혹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역설적으로, 수년 후, 우르카트가 UN사무총장 수석 안보 보좌관으로 근무 당시에, 그 치명적인 가을 전쟁 이야기를 비탄에 젖어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은 맺음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정말 브라우닝 장군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의 입장에서, 그는 과연 또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대체로, 군사지휘관들은 어리석지 않다. 지적으로 가장 명석한 장군일지라도 항상 전쟁이란 최소한 두 가지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당연히 승자의 팀에 남기를 원한다고 한다. 승리는 승자에게 명예, 부, 보상과 그의 국민들의 열렬한 성원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 중 약 50%는 항상 패자가 되어야 하는가?
대다수의 경우, 전장의 패배는 통상 적에 관한 지식의 결핍으로부터 비롯된다. 과신, 무시, 기만당함에서 오거나, 또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해서 오거나를 막론하고 군사작전의 실패는 대부분 정보의 실패이다. 1941년 말레이반도에서, 대영제국의 지휘관들은 일본군은 현대식 전투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전혀 위협이 되지 않으며, 정글 전투도 불가능하며 보잘것없고 왜소한 아시아인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오판했다.
사후에 그러한 오판이 어떻게 일국의 군사정책의 일부가 되었는가를 따지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각광을 받는 본 무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익명의 요원들에 의해서 수행된 특수 이면공작과 불가사의한 술책으로 오랜 기간 간주되었던, 정보 자체의 실제적 작동 메커니즘을 가까이서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많은 정보의 실수와 실패 이면에 어떤 진정한 이유가 있는가? “정보”가 어떻게 그렇게 처참하게 잘못될 수 있는가?
놀라지 말라! 좋은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때때로 군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정보활동을 지원하는 면에서는, 그리 충분하거나 넉넉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육, 해, 공군 대부분이 정보참모는 흔히 신데렐라같이 의붓딸 취급을 한다. (그들에게 깊이 뿌리박혀 있는) 문제는 군의 영광은 항상 작전의 영역에 있다고 믿는 사실이다. 적기를 격추하고, 적선을 격침시키며, 수 개의 적 여단들을 포로로 하거나 작전사령관이 되는 것이야말로, 모든 군사 조직에서 인정받는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전승의 파트너인 군수와 정보는 흔히 주류에서 밀려 나가는 역류(backwater)나 영리하지만 난해한 유령 같은 존재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보와 군수는 양자 모두 세계의 모든 참모대학에서 전장에서 지휘관의 전승을 보장할 수 있는 두 가지 기본 키로 인식되고 있다.
정보는 무시될 수 있으며 또는 입에 맞지 않고 부정확한 존재로 도전받고 있다는 깨달음에서, 현대 정보기관들은 그들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 목적은 그들의 “고객”이 군인이거나 정치인이거나를 막론하고, 정보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오늘날 군사정보는 과오를 감소하고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체계적으로 변화를 구상하고 있다. 그러한 절차가 ‘정보 순환주기’이다. 곧 첩보를 정보로 처리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정보활동의 기본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과정을 살피는 것만이 과거에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순환주기(The Intelligence Cycle)
정보란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처리되고 분석된 첩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보의 정의는 많지만, 모든 전문 정보장교는 그(그녀)가 무엇을 전파해야 할 것인가를 정확히 이해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전문적인 입장에서 정보는 요약해서 “처리된, 정확한 첩보, 결심권자가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내에 제공되는 것”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정보 순환주기는 보통 〈표 1〉과 같이 순환절차로 도식된다. 부정확한 첩보는 첩보 자체가 이를 대변해주며, 틀린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설사 초급자들도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지 않으면 해임된다. 피아노가 지면에 부딪쳐 박살이 난 후에 “조심해!”라고 한다면 적시적인 정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정보장교는 또 다른, 보다 미묘한, 문제에 봉착한다: 바로 능력과 의도에 관한 문제이다.
능력 대 의도(Capabilities versus Intentions)
잠재적 적의 능력과 의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정보의 제공자가 당면하는 어려움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예를 든다면, 내가 서랍 속에 먼지 낀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것은 폭력 행위를 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총기를 사용할 의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나는 살인용으로 설계된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잠재적인 위협을 제기할 뿐이다.
이와는 달리, 내가 뾰족한 연필을 가지고 있을 경우, 내가 그것을 당신의 눈을 찌르기 위하여 당신의 얼굴 앞에서 겨누고 있다면, 나는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된다. 분명히 제한된 공격 능력(모든 가구나 사무실은 한 두 개의 연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도에 따라 내가 주요 위협이 될 수 있다. 능력과 의도는 아주 별개의 사안이다.
의도와 능력을 구분하는 이 문제는 정보 실패의 시험장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정보 순환주기는 이 두 가지 요소들을 구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성공의 정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그 차이는 분명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능력은 상대적으로 측정이 용이하다? 누구나 탱크나 항공기의 숫자는 헤아릴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진정한 의도는 그 양을 헤아리기 대단히 어렵다. 사람의 의도는 날씨와 같이 변할 수 있다. 최고로 정교한 정보일지라도, 사담이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전 사담 후세인의 진정한 의도를 판단하는데 실패한 것과 똑같이, 사람의 마음의 괴팍하고 엉뚱하며 변덕스러움에 직면하면 실패하고 만다.
---「01 정보 개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