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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외출

제주의 외출

: 제주 의경의 내 고향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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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50g | 127*188*16mm
ISBN13 9791167470249
ISBN10 116747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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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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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목표로 삼으니 가야 할 곳이 너무나도 많았다. 허나 당시의 나는 운전 경력이 전무한 뚜벅이였고, 부대로 돌아오는 길도 헷갈려하는 신병일 뿐이었다. 갓 전입한 이등병이 여행을 다닌답시고 복귀시간을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단 부대 주변의 장소들부터 모색해보기로 하였다. 마침 근처의 추사관이란 곳을 발견했다.
추사, 김정희. 역사 교과서에서 심심치 않게 보았던 이름이다. 내 기억 속에서 ‘제주도 유배’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이라니. 제주에서 원치 않은 20개월을 보내게 된 상황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 동질감은 묘한 이끌림으로 이어져, 추사관은 나의 제주여행 첫 장소로 낙점되었다.

--- 「‘첫 번째 외출 : 군생활을 시작하며 - 추사관’」 중에서

그리하여 가파도라는 공간은, 겉으로는 아주 미약해 보이는 존재가 사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대한민국 지도, 아니 그전에 제주도 지도를 펼쳐보아도 가파도라는 섬은 무척이나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섬은, 밖으로는 무한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고 안으로는 골목 마다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그리고 있었다. 하늘 끝까지 닿는 빌딩도, 끊임없이 반짝이는 조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 화려함은 오히려 섬이 가진 잠재력을 가릴 뿐이다.

--- 「‘세 번째 외출 : 작은 섬에서 보이는 것 - 가파도’」 중에서

산을 오를수록 광활한 겨울 왕국이 펼쳐지니, 사람들은 굽잇길의 어지러움쯤은 잊어버린 채 유리창에 스마트폰을 바짝 붙이고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나 1100고지 정류장에서 내리는 순간, 유리창 너머로 찍은 사진은 모두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사방으로 펼쳐진 순백의 풍경이 아무런 장애물 없이 그대로 내 동공에 포착되기 때문이다.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이제껏 본 겨울의 제주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 「‘열다섯 번째 외출 : 중산간의 설국 - 1100고지’」 중에서

이곳의 동백은 숨겨져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이미 겨울이 지나 떨어진 꽃잎들도 간간이 보이는 가운데, 중간중간 동백나무에 남아있는 동백 몇 송이를 볼 수 있었다. 동백꽃들은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조 금씩만 볼 수 있었지만, 검은 돌과 녹색 초목의 향연 속에서 그 붉음을 수줍게 밝히고 있었다. 새카만 밤하늘에서는 북두칠성이 일곱 개의 점만으로도 주인공이 되듯이, 이 숲에선 동백이 그런 존재였다. 특별히 과시하지도 번성하지도 않은 채 제 위치만 겸손하게 지키지만, 그런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모습 덕에 만날 때 더욱 반가운 존재이다. 이곳의 동백은 소박함이 주는 소중함을 아는 꽃이다.
--- 「‘스물일곱 번째 외출 : 녹색 숲, 붉은 점 - 동백동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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