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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간다

이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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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296g | 135*195*17mm
ISBN13 9791190526548
ISBN10 1190526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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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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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물이 몇 차례 끓어오르는 동안에도 여자는 국수 면을 집어넣지 못하고 뜨거운 물이 넘치면 자꾸 찬물을 붓는다. 찬물에 맥없이 주저앉은 냄비 속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서 있던 여자가 천천히 문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밤낮없이 퍼붓는 빗방울로 마당은 온통 물이다. 마당보다 낮은 문턱 위를 넘어 들어오는 빗물로 부엌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여자의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물의 감촉이 서늘하다. 예약한 이삿짐 트럭은 오지 않고 장맛비는 쉼 없이 쏟아진다. 기상청 예보와 달리 하늘은 빗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이삿짐 트럭은 비를 핑계로 나타나지 않는다. 조바심이 난 여자는 ‘어서, 이사 가야 하는데…’라는 문자만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빗속을 견디고 있다. --- 「이사 간다」 중에서

여자는 아침부터 불안한 기운에 열차의 선로를 자꾸 들여다보았다. 아침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선로는 금방 햇빛이 만든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 검붉은 색을 띠었다. 선로는 그 검붉은 색 사이로 은빛 잔주름을 아로새긴 채 움직임 없는 새파란 속살을 이따금 드러내곤 했다. 여자는 지난겨울 청년을 만난 이후로 부쩍 불안을 느끼는 날이 많아졌다.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딸이 결혼하자 떠밀듯이 억지로 이민을 내보낸 여자는 두 평 남짓한 지하철 가판대에 몸을 우벼 넣었다. 남편이 뛰어든 열차 선로가 빤히 보이는 가판대에 누에고치처럼 자리를 잡은 여자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선로를 만났다. 선로는 매일매일 여자를 미쳐버리게 할 만큼 기분 나쁘면서도, 마치 사형수의 목을 옥죄는 밧줄처럼 서서히 몸을 죄어왔다. 여자는 혼자서 저항하고 반항하지만, 공허하기만 한 아침들을 보내면서 두려웠지만, 결코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상처투성이의 시간을 견디며 여자는 점점 자신의 상처 속으로 침잠했다. 그사이 몰라보게 나이가 든 얼굴에 비치는 여자의 나이는 선로의 명암에 따라 기묘하게 변하고 달라지기도 했다. --- 「누구나 다 안다」 중에서

오늘 오전 일을 시작할 때였다. 팔레트에 음료를 쌓고 있는데 맨 아래층 팔레트가 투입되면서 또 센서를 건드린 모양인지 자동기계 설비가 멈추었다. 동우는 늘 그랬듯이 고장 원인을 찾기 위해 기계 밑으로 들어갔다. 센스와 간지 투입 기계를 한참 살피는데 갑자기 멈추었던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그 위에 몸이 끼어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숨이 막혀왔다. 순간 할머니를 떠올렸는가 싶었는데 자신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을 느꼈고, 곧 피투성이 자신의 몸이 잠깐 보이는가 싶더니 할머니가 잠든 집에 와 있었다. --- 「돌아보지 마라」 중에서

눈에 띄게 희미해졌던 은백색 빛이 어머니 주위를 다시 환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태양빛이 무색할 정도로 밝게 빛나는 은백색 갈치 빛이었다. 그 빛이 순식간에 정화조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쓰러진 종학의 몸을 둘러쌌다. 강렬한 빛에 빈틈없이 에워싸인 종학의 몸이 싱싱한 은갈치처럼 빛나기 시작하면서 정화조 안이 푸르고 넓은 여수 앞바다의 바닷물로 차올랐다. 종학의 몸이 천천히 바다 위로 떠오르며 자유롭게 그 속을 유영하기 시작했다. --- 「아무도 모른다」 중에서

출입문 왼쪽 벽에 이제는 버려진 듯, 버림받은 듯이 놓여있는 그 초상화는 온 나라를 조문의 행렬로 뒤덮게 한,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진 그이였다. 나는 굳어버린 듯이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잠시 후 나는 다시 절을 하고 명부전의 부처님과 지옥의 10대 대왕들을 마주 보고 앉았다. 갑자기 등이 시리고 가슴이 떨리고 머릿속에는 굉음이 울리고 맥박이 빨라졌다. 그러면서 산신각에서 마주쳤던, 내 속에서 실핏줄처럼 퍼져있던 어떤 불편함의 원인을 알 것 같았다. --- 「얼굴, 그리다」 중에서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때 얼핏 선생의 얼굴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검푸른 별빛에 잠긴 선생의 몸에서 정체 모를 빛이 흘러넘치면서 사물이 스스로 선생에게 멀어지더니 선생의 얼굴이 점점 열아홉 앳된 소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타향에서 처음으로 열나흘 달을 만나는 열아홉 살 소년의 얼굴이었다. 고향집 마당이나 우물 옆에서 보던 낯익은 달을 타향에서 본 열아홉 소년은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친숙한 달의 모습에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열아홉 소년은 달님에게 하루빨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향을 빌고 또 빌었다.
--- 「부산에 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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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달 작가의 소설집 『이사 간다』에 수록된 여러 작품은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주제나 소재가 난해해서가 아니다. 문장과 문체가 난삽해서가 아니다. 작품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제와 소재를 가져와 단순·담백한 문장과 문체를 활용하여 간명한 내용을 전달한다. 그러나 쉽게 읽히지 않는다. 소설 속에 펼쳐지는 세월호 침몰 사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공장 실습생의 사망 사고, 정화조 작업자 질식 사고, 그리고 현실의 사회^경제적 격랑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여러 사건·사고들은 독자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마음의 평정을 깨트린다.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소재는 다시금 우리에게 심적 동요를 일으키고, 그로 인한 마음의 파장은 우리의 생각을 오랫동안 붙잡아둔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 대부분은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경계하고, 그래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생각하기를 종용하는 ‘죽비’에 다름없다.
- 장두영 (문학평론가·아주대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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