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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의 여백
류광열 | 서영 | 2021년 10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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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48*210*20mm
ISBN13 9791192055039
ISBN10 119205503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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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허리선 굽고 굽어 거동이 불편하다
윤이 난 손잡이로 가족들 먹여 살려
녹슬은 무언의 자태 어머니의 뒷모습

석양빛 비쳐드는 조용한 헛간에서
한 서린 굽은 말들 시렁에 주렁주렁
그리움 붉게 물들어 추억 품은 먼 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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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단상

수줍어 곱게 물든 웅크린 잠 속으로
봄바람 다가와서 간지럼 주고 가면
새하얀 속살 내놓고 수다 떨며 웃는다

추억이 다가와서 동행을 재촉하자
웃는 입 못 다문 채 좋아서 살랑살랑
떠나는 뒷모습 보며 상춘객들 아쉬워

젊은 날 부귀영화 가슴에 묻어 두고
빛바랜 그리움만 봄날과 함께한다
노인의 굽은 허리에 내려앉는 꽃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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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꽃길

만연산 오르는 길 좌우가 온통 절색
선홍빛 환한 웃음 속마음 사로잡아
시선이 붙박이 되어 떠날 줄을 모른다

따스한 봄볕들을 바르고 채우면서
빛 고운 색실 갖춰 자수를 놓았구나
벌나비 날개 파닥여 불러오는 봄바람

꽃들은 흥청망청 미소를 흘리면서
방문객 가슴마다 감동을 심어 놓고
내년에 또 만나자며 호탕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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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리꽃

시루에 담은 정성 세월에 묻혔어도
어머니 생각하며 한마음 정성으로
고운 정 넝쿨 마디에 곱다랗게 피었다

동생들 어린 모습 눈앞에 벙글대고*
오늘도 다정함에 우애가 돋아나면
피어난 꽃송이마다 그리움이 맺힌다.
*벙글다: 꽃을 피우기 위해 망울이 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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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하루일 마치고 온 수평선 붉은 빛들
외딴섬 비켜오는 어선들 정겨운데
옛정에 젖은 눈동자 추억 속을 헤맨다

남은 생 함께하자던 저녁의 깊은 눈빛
주위와 상관없이 더 곱게 성장하며
이제는 마지막 사랑 믿고 사는 멋쟁이

여생이 촌음인데 너무나 황홀하다
떠나는 순간까지 이토록 좋을 수가
당신의 고운 모습만 생각하며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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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의 회고

승선한 파월 장병 부산항 출국 신고
군악대 연주 속에 사기가 충천하여
수평선 열고 닫으며 수송선은 달렸다

우리가 하선한 곳 월남땅 나트랑 항
한밤중 터진 포탄 지축을 흔드는데
정글 속 수색 작전에 동행하는 생과 사

꽃피던 이십 대가 목숨 건 격전지들
자연의 무상 앞에 옛 모습 흔적 없어
머리에 서릿발 이고 회상해 본 전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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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일생

먼 길을 돌고 돌아 서러움 지워내면
훈훈한 바람결이 반갑게 다가오지
우듬지 펄럭거리며 꺼내 보는 연둣빛

여윈 몸 품 안에서 깨어난 생명의 싹
지난날 하던 대로 풍성히 살찌웠지
이제는 녹음방초에 초대하리 당신을

풍성한 결실들도 돌아보면 꿈이더라
뜨겁던 그 시절로 단풍잎 띄워 본다
먼저 간 고운 님 손길 느껴 보고 싶어라

지나온 부귀영화 한 폭의 그림인가
곁에서 떠난 벗들 어디서 불러올까
오늘밤 함박눈 오면 따스하게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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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길

예상한 그보다도 백 배나 아름다워
도열한 벚꽃길을 사진에 담아 본다
숨 막힌 봄의 진입로 들어서니 즐거워

가로수 벚꽃들이 환희로 만개하고
새하얀 너울 쓰고 길손들 반기는데
짓궂은 비가 내린다 지는 인연 슬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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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접혔다 펼쳐지는 보고픔 훔쳐보면
그 틈에 발광하는 추억의 꼬리 잡고
아직도 당신 그리며 방황하는 이 한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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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에서

서강을 휘돌아서 삼 면을 막아 놓고
나갈 곳 오직 한 곳 율륙봉 험준 암벽
눈멀고 귀먹은 아픔 캄캄하게 저문다

유배지 솔밭 그늘 스산한 바람 일고
매일을 하루같이 눈뜨면 지루함뿐
허기져 메마른 가슴 저 하늘은 아는지

덧씌운 인간의 탈 갈 길이 아니건만
세상사 후안무치 자행한 천륜만행
권력을 거머쥔 당신 사는 동안 편합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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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

사나이 날 선 의지 하늘에 맹세하고
백두대간 푸른 혈류 유유히 흐르도록
명예도 바다에 깔고 애국심만 키운다

운해 속 새벽 안개 예측을 못할 때도
충성의 깃발 끝에 생명을 매달고서
가슴속 최후의 승전 목숨 내건 의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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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움

기댈 곳 없던 시절 외로움에 등을 대며
속울음 토해내며 버티고 버티는데
수평선 물들인 노을 그리워라 엄마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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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추억길 고개 넘어 은은한 달빛 타고
새벽녘 문을 열며 손짓하는 옛 시절
새아침 고운 햇살로 다가오는 첫사랑

빈 하늘 쳐다보며 목놓아 부르는데
허전한 오후가 방안으로 숨어들어
기댈 곳 없는 외로움 해거름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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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매한 품성으로 세상을 다독이며
기쁨과 고난까지 온몸에 수놓은 채
묵묵히 맞이해야 할 숙명적인 나날들

언제나 한결같이 산자락 펼쳐 놓고
계절을 전시하는 풍경화 그려 가며
모두들 즐거움 안고 추억 송이 새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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