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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아니어도 충분한

농담이 아니어도 충분한

청색지소설선-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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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25*190*20mm
ISBN13 9791189176716
ISBN10 118917671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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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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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안개가 얼굴을 덮었다. 여기저기서 형체들이 희미하게 꿈틀거렸다. 벌써 엎드려 있거나 어디론가 도망치거나 우왕좌왕하고 있거나. 스크린에 그것들은 사람이 아니라 검은 짐승처럼 비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다만, 흩어지고 아우성치는 무리 속에 끼어서 좀 더 두려운 표정을 지을 기회가 내게 있었다. 내가 어떤 표정을 띠었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건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함께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난 이미 두 시간 전부터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결론, 즉 끝,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엔가 사로잡힌 채.
--- 「모든 것은 레겐다에 있다」 중에서

주소를 들고 찾아간 동생의 집은 여섯 평 원룸이었다. 작은 냉장고나 구식 텔레비전 같은 것은 옵션이었고, 따라서 처분해야 할 짐은 많지 않았다. 옷가지들은 내가 준 것이 대부분이었다. 책이나 일기장 같은 것도 없었다. 동생은 죽기 사흘 전에 월세를 지불했지만 집주인은 돌려주마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동생의 자취를 없애주길 바라는 의도가 분명했다. 나는 열쇠를 건네받으면서 정리가 다 되면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인은 하루에 한 번씩 오 층 계단을 올라와 재촉했다. 하루나, 늦어도 이틀, 사실을 말하면 한두 시간이면 정리할 시간으로 충분한 게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동생이 자살한 것에 대한 배려 때문인지 그다지 심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어제 다시 마지막으로 이틀 시간을 더 주고 다시는 올라오지 않게 해달라고 못 박았다. 늙었다고도 젊었다고도 말하기 애매한 주인 여자는 아마도 같은 방에서 연거푸 두 자매의 시체를 찾아내는 일 같은 걸 염려하는지 모른다. 남편과 아이도 매일 전화를 걸어와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그제와 어제는 짜증을 냈다. 동생의 유골함은 오 일째 방 귀퉁이에 놓여 있다.
--- 「농담이 아니어도 충분한 밤」 중에서

2000년을 앞두고 뉴욕타임스는 ‘지난 1000년의 최고’를 선정했다. 최고의 가구, 최고의 와인, 최고의 문학작품 등. 그 중 ‘최고의 문장부호’는 마침표였다. 점 하나에 의해 문장의 끝이 결정지어졌고, 그것은 베네치아에 살던 어느 인쇄공의 생각이었다. 타임스는 말했다. “마침표가 없으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영영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연락할게.
그는 달랑 여섯 글자를 내게 보내고 석 달이 넘도록 연락하지 않았다. 나는 날마다 여섯 글자 뒤에 붙은 마침표를 노려보았다. 그 작은 점 하나가 내 휴대폰 안에서 굳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석 달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딱딱해졌는지 손가락 끝으로 만져보았다.
그는, 내가 문장부호의 생김새에 몰두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물음표에 대해 말한 적도 있다. 왼쪽에서부터 시작한 선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듯 자취를 감추면, 무대 뒤에 숨어 있다가 막을 들추고 얼굴만 빼꼼 내미는 아이처럼 작은 동그라미 하나가 박힌 형태, 라고.
--- 「가난한 문장에 매달린 부호의 형태에 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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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특히 소설을 쓴다는 것은 소재를 능숙하게 다루는 기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심연에 숨었다가 발톱을 드러내며 저항하는 소재와의 투쟁이라고 할 때, 권이항은 여기에 매우 부합하는 작가로 보인다. 그가 이 작품집에서 놀라울 정도로 획득하고 있는 언어 바깥의 상형(象形)들과 존재의 추론 불가한 소멸과 유리처럼 다듬어놓은 일상의 위장(僞裝) 들은, 이와 더불어 각 작품이 빚어내는 독특하고 절묘한 형식들은 저 거침없는 투쟁이 아니고서는 이르기 어려운 지평일 것이다. 한국소설의 풍경에 깊이를 더할 권이항의 첫 소설집에 경탄하면서, 이 작가의 앞날을 기대하는 기쁨까지 누리고자 한다.

- 엄창석 (소설가)
변화야말로 운명이며, 우리는 그 흐름을 예민하게 뒤좇고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하나의 음식이자 약이고, 사건으로서 늘 우리를 유혹하는 무엇이라 할 만하다. 로고스가 아니라 레겐다에서 이런 우리 삶의 단면들을 담아내려 한 의도도 그에 있지 않을까? 이제 다음 작품에서 작가는 또 어떻게 우리를 놀라게 할지, 감히 두렵고도 즐거운 마음음 담아 마지막 페이지를 덮어보자.
- 최진석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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