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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148*210mm
ISBN13 9791197089350
ISBN10 1197089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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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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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뭐 여그를 차려 부렀지. 나는 못 배우고, 못 죽어서 이러구 살지마는, 나도 우리 은숙이한티 줄 수 있는 게 있다믄 그거이 밥이어. 따순 밥이 목심인게. 근디 참 웃기드라이. 소문이 조미료가 된게로 사람들이 허벌나게 찾아와. 그 배소고지에서 살아 나온 여편네가 그 물에서 난 물고기로. 시-뻘건 매운탕을, 노래를 부름서 팔아댄다고. 피 먹고 자란 물괴기 판다고 처음에는 수군수군혔지. 나더러 미친년이라고.
--- p.62, 「배소고지 이야기」 중에서

그리고 나서는 국군한테 쫓겨서, 산속으로 들어가구 그렇게 살아남았다이. 그때는 살아남는다는 거이, 다 이런 것이었응게, 허구 속이면서. (숨을 몰아쉬며) 뻔뻔허게, 그러구두, 내가, 경찰청장 사모님 소리까지, 듣고 잘만 살었지. 아니여, 겁나더라. 늘 불안불안 조마조마. 칼 끝에 선 드끼. 분명히 시작은 면서기, 그 사람 살리려고 시작한 것인디, 그런 것은 다 없어지고. 어떻게든 살려구, 남을 죽이구두 살려구. 그려서 마을로 다시는 안 왔어. 누가 알아볼까비. 누가 손가락질할까비. 그렁게로… 웃기쟈. 진짜 아무일도 없었던 것만 같은 거여. 그런 시간이 없었던 것 같은 거여.
--- p.72, 「배소고지 이야기」 중에서

바다를 너무 오래 들여다보면 스스로 거기서 빠져나올 길이 없고, 죽음에 대해 쓰다 보면 죽음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다 합니다. 온통 종이 위에 죽음의 그림자입니다.
--- p.143, 「정동구락부」 중에서

이 세상에 사람 마음보다 더 ‘시’인 것은 없습니다. 그 마음에서 시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쓰기 전에는 이 마음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쓰십시오.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작가를, 시인을 만듭니다. 그 말을 꺼낼 때 이미 작가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흘러넘치는 그것을 다만 가만히 들어 옮겨 적으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세상에 흘러가게 하십시오. 그것이 세상을 맑게 만들지도 모르니까요. 규칙보다는 흐르는 대로 두십시오.
--- p.146, 「정동구락부」 중에서

아마 선배보다 제가 더 그랬을 걸요. 여기서 선배랑 얘기하게 될지 몰랐는데. 그때는 선배가 진짜 영웅처럼 보였거든요. 내가 왕따 당할 때, 증언해주고. 살려줬잖아요.
--- p.285, 「ANAK」 중에서

내가 어렸을 때, 애들이 내 컵에 침 뱉고 물건 없애고 화장실에서 때리고…. 점점 심해지더라.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어. 너처럼 아무 말도 못 했어. 누가 증언도 해준댔는데. 나는 생각하기도 싫고 무섭고…. 그래서 입을 다물었어. 근데 증언해준다던 사람이 나한테 그랬어. ‘니가 말하지 않잖아? 다들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게 될 거야. 다들 아무 일도 아니라고,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한단 말이야. 어른들도, 널 괴롭힌 애들도. 그럼 안 되잖아. 너는 알잖아.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니었어? 너는 너를 부정하면 안 돼. 그럼 모두가 너를 부정할 거야.’
--- pp.286-287, 「ANAK」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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