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실패조건을 뒤집어 말하면 성공조건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성공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권력을 나누어야 성공한다. 차기 대통령은 스스로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을 내각과 여당, 국회에 적절히 분산하여 배분해야 한다.
둘째,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야 성공한다.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국회에 합의 기반을 넓히고 내각을 통한 야당과의 협치로 화합과 공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셋째, 전문성과 실행 능력을 갖추어야 성공한다. 대중과의 소통과 이벤트 등을 통해 좋은 인상과 영감을 주는 것보다 정책 추진 능력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정부 내 조직들의 역량과 한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들의 지식과 자산을 극대화하여 이끌어가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권력 집중에서 분산으로, 정치적 분열에서 통합으로, 소통과 이벤트에서 전문성과 실행 능력으로 혁신적 전환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 비로소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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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낮은 평가를 내리게 된 데에는, 최근 대통령이 성공적 통치나 효율적 정책 집행을 위한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최근 한국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두고 제기되는 가장 빈번한 비판 중 하나는 이른바 ‘청와대 정부’(박상훈 2018)에 대한 것이다. 청와대 정부라는 표현이 나오게 된 것은 청와대로의 지나친 권력 집중과 대통령의 과도한 의존과 특히 긴밀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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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시작은 청와대이지만 모든 개혁 과제를 청와대가 챙길 수는 없다. 각 부처가 각자의 개혁을 추진하면 가장 좋겠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혁은 각 부처의 기득권을 훼손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능의 지방 이양, 규제의 철폐, 예산 사업 축소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개혁의 방향을 세워 각 부처를 독려해 나가는 개혁의 추진 주체가 필요하다. 이를 추진할 대통령 직속 위원회, 가칭 정부혁신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위원장은 상임인 것이 좋겠으나 비상임이어도 무방하다. 별도의 사무국을 두되 사무국장은 청와대의 비서관이 담당하고 수석비서관이 간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모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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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외교 대통령이 되려면 구체적으로 다음 다섯 가지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첫째, 대통령은 한국이 처한 국제적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장기적 안목과 폭넓은 시야로 외교 문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자국중심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외교를 지양하고 ‘외교의 정치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대통령과 청와대에 집중된 외교정책 권한을 내각과 주무 부처에 분산, 위임하여 수평적 의사결정 체계를 이루어야 한다. 넷째, 국가안전보장회의(이하 NSC)의 정책 통합·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본연의 기능인 외교안보부서의 능력 평가와 정책 검토policy review를 충실히 수행하여 새 정부의 실행능력을 제고해야 하며, 폭넓은 인재 풀을 확보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 p.76
관료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목적은 단순한 명령과 억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관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보유한 정책 역량과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코드 인사를 주저하지 말라는 조언 또한 그저 대통령의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각과 행정부의 실질적인 정책결정권과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대통령을 비롯한 소수의 비서진들에게 주요 정책 결정 권한이 집중되고 반면에 장관을 비롯한 내각은 청와대의 지침을 단순히 집행하기만 하는 존재로 전락하는 소위 ‘청와대 정부’를 극복할 수 있다.
--- p.117
국정 운영의 성과는 당과 정부의 이인삼각 게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조에서 정무 기능을 보강하고 제도화하여야 한다. 정무적 갈등, 정책적 갈등, 인사 갈등 등 다양한 지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당정 관계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성공조건으로서 자율성과 상호의존성이 조화를 이루는 당정 관계에 관한 협치 모델을 수립하여야 한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경력이 없을수록 원만한 당정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 p.147
대통령이 국회, 특히 야당과의 협치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대통령은 입법부로서 국회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리 매우 커진 시대적 변화에 대해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이 주연이고 국회는 비중 없는 조연이던 시절은 이미 막을 내렸다. 자신이 성공하고 싶다면 스스로를 낮추고 국회를 높이고 존중해야만 한다. 현재를 사는 과거나 민주주의를 사는 권위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대통령은 제대로 된 정책적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제대로 된 정책 결정 과정이 우선된다는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 제대로 된 정책 결정 과정이란 여야의 합의에 의한 결정을 의미한다. 신뢰에 입각한 여야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과 대립보다는 대화와 타협에 입각한 정책 결정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대통령의 성공조건은 ‘협치’의 ‘국회-대통령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 p.169
대통령이 ‘코드 인사’의 유혹에서 벗어나 국회의 동의권을 살피면서 최적의 대법원장 및 대법관 후보를 선발할 수 있다면 사법부 개혁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을 자제하고 중립성과 다양성을 갖는 대법관회의가 효과적인 억제의 논리를 구현한다면 개혁의 두 번째 관문인 사법부의 독립성과 문책성을 높이는 제도적 효과가 가시화할 개연성이 커진다.
그 결과 법원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가 높아져 법관이 ‘헌법의 실패’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제도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사법부 개혁의 세 번째 관문에 도달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대통령이 얼마나 자신에게 주어진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권을 자제하여 최적의 후보자를 선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 p.195
새 대통령이 균형 발전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맞닥뜨리게 될, 어쩌면 가장 큰 위협은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겪게 될 소외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일 것이다. 지방자치의 문제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이념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자치 분권과 균형 발전의 문제가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지형을 따라 갈라지는 경향이 짙다. … 새 대통령에게 주어질 과제는 이러한 이념적 분열 지형에 포획되어 있는 자치 분권과 균형 발전의 국가적 어젠다를 어떻게 이념 지형의 바깥으로 끄집어내어 이념을 초월한 국가적 공통 과제로 이해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 p.233
대통령 자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지지율 하락의 촉진 요인은 바로 대통령의 ‘독선’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의 유권자 지형상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큰 득표율 차이로 당선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지난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1%에 불과했다. 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표힘을 감안하여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까지 합치더라도 47.3% 정도를 득표했다.
결국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승자독식제’인 우리 대통령제의 특성상 선거 이후 모든 권력은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특히 임기 초반, 대선 승리감에 도취된 나머지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대통령을 자주 목격해 왔다. 유권자의 절반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지형을 가진 우리 정치의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급속한 지지율 하락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 p.244~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