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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세종마루시선-007이동
김상우 | 심지 | 2021년 11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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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27*208*20mm
ISBN13 9788966272105
ISBN10 89662721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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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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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
그 품에 안기면 한없이 부서져
저를 다 내주고도 흐르고 흐르는
물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보고 싶었어
하나도 남지 않아도
가슴 끝까지 다 타버려도
지금 여기만 바라보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에나 닿아도 꽃이 피는 사람
꽃 같은, 사랑 같은 사람.
--- 「꽃 같은」 중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삽니다
밤새 얼었다 녹았다
혼자 하늘 향해 두 눈 치켜뜬 산속 황태처럼
꿋꿋이 겨울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신 계신 곳까지 못 갈 것 같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이제 하지 않으렵니다
마음가지에 꽃 피면 어디라도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뿐인 세상에 마음 하나 지키기 어려워
겨울 아침 소소한 청수 한잔 올립니다
당신 있는 하늘처럼 저 맑은 물이 당신인 듯합니다
그 위에 물처럼 흘러갈 이름 석 자를 써보았습니다
그립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밤새 불었다 쉬었다 가는 바람인 듯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있습니다.
--- 「겨울 편지」 중에서

역전시장 평화상회를 그만두던 날
엄마는 낡은 상처투성이 마늘 바가지부터 챙겼다
그녀만큼이나 나이 들고 야윈 바가지를 짐 보따리에 넣으며
사월 끝인데도 자꾸 코끝이 시리고 눈이 매웠다

이따금 역전 대합실에 가면 그렇게 눈이 아파왔다
아무렇지 않게 가버린 한 여자와 혼자 돌아온 사내가 거기 서 있었고
그 스물의 봄날 이후 나는 예외처럼 살았다
예외였기에 자유로웠고

때 낀 달력에는 여전히 주저앉아 있는 빨간 미수금들
2016년 4월 8일 은행동 노점 아줌마 고구마 4박스 배달
파장사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간 천변 슬레이트 집
홍등 아래서 아줌마는 울고 있었다
떡잎만 한 아이들을 두고 간 아저씨한테 재배를 드리고
벚꽃이 눈처럼 떨어지는 천변에 앉아 담배를 태웠다

역전시장 평화상회 바가지를 씻다 보면
그 깊은 곳에서 너무 많은 길들이 만나고 헤어지며 또 만나는
삶이 보이고
아무렇지 않게 떠나고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와야 하는 역전시장

사랑은 예외가 없다고 길이 말했다.
--- 「역전 평화상회」 중에서

텅 빈 것들이 모여 신나게 돈다
흰 아이가, 노란 아이가, 파란 아이가
바람이 까르르 웃으며
은행나무 위로 올라간다
햇살이 어흥, 하고 소리치면
첫차를 기다리는 절뚝배기 할배도, 노점상 강씨 아줌마도, 철도 계약직 이 양도, 평화상회 김 씨도
다 같이 돈다 텅텅 비어
통근 열차도 텅 비어가는데
텅 빈 사람들이 모여
텅텅 신나게 신나게 돈다.
--- 「연산역 바람개비」 중에서

전화가 이주일째나 불통인 그녀는 때론 말이 없어서 차라리 평안했다
그날도 삶은 스스로 만든 굴레라고
담쟁이넝쿨이 내게 말했다
저녁에는 혼자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취생몽사를 마셨다
거절할 것을 안다면 먼저 돌아선다는 무사 서독*의 말은
천년이 지난 오늘도 좋은 약이다

노천 카페 ‘사막’에는 이른 술을 마시는 사내와
늦가을 구절초 같은 여자가 여전히 콜라를 마시고
벌써 세 번째나 분갑을 열어보던 유부녀가 길 끝을 향해
한 점 꽃잎처럼 손을 흔들었다

누구는 사랑을 위해 일생을 기다린다고 했다
일생을 잊기 위해 살다 간 사람도 있다

사랑받고 싶었던 날
부치지 않을 편지를 썼다
가늠할 수 없는 날씨처럼 기침이 아무 때나 나왔지만
나는 묵은 가을 잠바를 입고 봄비를 맞았다
삶은 차선次善이 없다고 봄비가 말했다

다시 산행을 시작한 날
사막의 끝이 보이는 곳에서 살아 있음은 또 다른 침묵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살아갈 몫은 있고
잊기 위해 때로는 전부를 기억해야만 했다
이따금 살기 위해 밥을 먹었다.

* 서독: 영화 ‘동사서독’에 나오는 무사 이름.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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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많은 사람, 사랑이 풍성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내가 보기에 그러한 사람은 잘 참는 사람, 잘 견디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시 「비의 노래」에서 그가 말하는 “내일이면 아마도 깊고 푸른 바다로 떠나”야 할 사람을 따듯하게 떠나보내는 사람 말이다. “그리움 사이에 서 있기 힘”들더라도 잘 참고 잘 견디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리라. 잘 참고 잘 견딘다고 하더라도 그가 자신으로부터 떠난 사람을 아주 다 잊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붉은 가지를 치며 또 다른 사랑으로 뻗어가”더라도 “내내 당신을기억” 「(홍이에게」)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시에는 ‘당신’으로 표상되는 수많은 사랑의 대상이 등장한다. 사랑이 많고 풍성한 사람에게는 사랑의 대상이 많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사랑의 대상이 이른바 ‘연인’으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사랑하는 남녀 간으로 읽히더라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게 읽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의 시에 나오는 사랑하는 ‘당신’이 아버지일 수도 있고 어머니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의 시에서 저 자신의 현존을 발견하고, 저 자신의 현존에 대해 통찰하는 일은 오래지 않아 타자의 현존을 발견하고, 타자의 현존을 통찰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 이은봉 (시인, 광주대학교 명예교수, 대전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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