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152*225mm
ISBN13	9791186162507
ISBN10	118616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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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정부 부처도 그렇지만 ‘면사무소’와 ‘동사무소’ 등이다. ‘주민센터’, ‘행정복지센터’로 개명했는데 필자는 처음에 무슨 카센터인 줄 알았다. 유서 깊고 정감 있는 면사무소와 동사무소가 어디가 어때서 바꿨다는 말인가. 어느 곳에 가니 ‘면사무소’라는 분식집 간판이 있어 쓴웃음을 진 적도 있다. 기관의 이름 하나를 바꾸려면 직인과 현판 교체 등 얼마나 엄청난 혈세가 들어갈까. 동사무소의 기관장을 동장이라고 했는데, ‘행정복지센터’로 바뀐 후에도 ‘동장’이라 한단다. ‘센터장’이 아니고. 정부 부처를 통합하려고 부득이 명칭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 정부는 통합은커녕 늘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 p.51

당신은 지금 왜 살아가고 있는가. 무엇이 당신을 숨 쉬게 만드는가. 혹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삶은 그것을 얼마나 깊게, 그리고 오랫동안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개별적 생의 향기는 짙어진다. 단순하지만 복잡하게, 그러나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살아내는 우리네 삶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삶의 바구니는 과연 누가, 누구에 의해, 누구를 위해 뒤흔들고 있는 것일까
--- p.74

돌담은 소통의 통로이다. 구멍이 숭숭 뚫려 빗방울은 스며들고 바람은 길인 듯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벌 나비도, 꽃향기도 사람들의 정도 오간다. 작은 틈새를 굳이 메우고 채우려 하지 않는 비움의 미학이다. 인간도 돌담이라는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기에 자신을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 비움으로써 채워지고 경계 짓지 않아야 나는 네가 되고 내가 네가 되어가는 것이다. 다양한 질감을 가진 돌들이 돌담을 이룬 어울림 속에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숨구멍이라는 소통의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 소통의 공간으로 사람이 보이고 언덕 너머의 세계도 보이면서 공정과 정의가 숨을 쉴 수 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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