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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쌍검

독도쌍검

: 2021 무예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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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58g | 140*210*17mm
ISBN13 9791170320876
ISBN10 1170320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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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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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으로 대결하는 초심자는 상대의 칼을 보고 수를 읽고, 다음으로는 칼을 잡은 손을 보고 읽는다. 그보다 고수는 검을 잡은 발을 보고 수를 읽고, 그다음 상급자는 검을 잡은 몸의 중심을 보고 읽는다. 그보다 상급자는 얼굴에 스치는 표정을 보고 수를 읽는다
“고수의 경지에 이르면 상대의 눈빛을 보고 상대가 펼칠 수를 일아 챈단다. 그러면 가장 심오한 무예의 고수는 상대의 무엇을 읽고 다음 공격을 알아차리겠느냐?”
월언이 넌지시 비구승을 바라보았다. 생각하느라 눈을 깜박거리는 비구승의 대답을 월언이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칼을 잡은 손, 동작을 펼치는 발, 그리고 …흔들림 없는 몸의 중심, 속에 품은 의도가 드러나는 표정, 마음이 비치는 눈빛.”
월언이 일러준 것들을 비구승이 손가락 꼽으며 나열했다.
“그다음은 무엇이냐?”
월언은 영특한 비구승이 또 기특했다.
“공격의 시작을 암시하는 호흡이 아니겠습니까?”
비구승의 말똥말똥한 눈동자에서 검광이 번득거렸다. 월언이 가르침을 주지 않은, 고수의 호흡을 비구승이 깨달았다.
월언과 소백산에 단련한 비구승의 무예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돈허는 검술의 고수였다. 승가원에서 돈허의 검술을 아는 사람은 자헌과 공린과 각연 셋이었다. 돈허도 자헌과 공린과 각연이 가늠하기 어려울 무예를 지녔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후후후. 각연. 보통 실력이 아니구나. 소백산에 다녀왔다더니.”
각연은 자헌의 뒷덜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미세하게 목덜미가 움직인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입을 열지 않고 혀만 꼼지락거려 만들어 낸 말을 들을 수 있는 무예, 심전언을 터득한 고수는 승가원에서 자헌과 각연과 공린 셋이었다. 입을 열지 않고도 말할 수 있으며 이 말을 듣는 고도의 무예, 심전언을 셋만이 소유했다. 소백산 상월암 주지 월언 스님과 비구승 못지않은 무예를 지녔다.

셋 중에 가장 무섭다는 각연. 일본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남자의 무예가 비범하단 말인가?
아키에의 얼굴이 붉어졌다.
“대인께서는 일본의 사무라이를 어찌 보시고 각연이라는 놈의 무예를 겁내십니까?”
아베가 검을 흔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쏟았다. 아키에 앞에서 자존심을 굽힐 수 없었다.
“겨루기에 앞서 흥분은 절대 금물이다. 고려의 무예와 일본의 검광은 전혀 별개임을 반드시 명심해라.”
돈허의 훈계에 아베가 얼굴을 찡그렸다. 돈허가 아키에 앞에서 줄곧 자신을 하찮게 판단하니 화가 났다.
“그놈이 앞에 나타나면 단칼에 목을 자르겠습니다.”
아베가 격하게 말했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의를 그르치려 하느냐.”
돈허가 호통을 쳤다. 아베가 검을 내려놓고 머리를 조아렸다.
“각연이 오기로 하였다.”
돈허 말에 아베가 조아렸던 얼굴을 쳐들었다. 돈허의 시선이 아키에로 향했다. 아베도 아키에를 바라보았다. 아키에의 얼굴이 붉어졌다. 각연을 몹시 기다리는 속마음이 드러났다.

아키에가 돌아오지 않는 돈허의 정원.
서룡검을 바투 쥔 아베 손등에 힘줄이 담쟁이덩굴로 돋았다. 바람이 불규칙하게 불었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바람에 쓸려온 낙엽이 발등을 덮었다. 아베가 장검을 스르렁 빼들었다. 검광이 파사삭 피었다. 아베가 검광을 허공에 뿌린 고마쯔루기. 신라 검장 도솔곤이 단옷날 벼린 장검이었다.
동해를 건너오기 전날. 아베는 아키에 아버지 무로마치 막부 대인의 부름을 받았다.
“천 년 전에 신라에서 건너온 대장장이가 있었다. 그를 가라가는치라고 불렀다. 일본의 대장장이들이 검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려고 했다. 가라가는치가 일러준 방법으로 검을 만들었으나 명검이 되지 못했다. 일본은 돌검과 청동검을 만드는 기술밖에 없었다. 가라가는치가 일본에서 검을 만들었는데 철로 만든 최초의 검이 되었다. 그때부터 철로 검을 만들게 되었는데, 오늘날의 사무라이를 가능하게 한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어둠이 완연했다. 소백산이 쏟아놓은 어둠의 자락이 짙고 드넓었다. 화선지에 먹물을 엎지른 듯 캄캄했다. 높은 봉우리에 가렸던 그믐달이 얼굴을 내밀어, 은은한 고요가 골짜기로 들어찼다. 달빛이 골짜기와 산자락으로 둥글게 퍼졌다. 애잔하고 고즈넉한 기운이 융단으로 드넓게 깔렸다. 각연이 빈집으로 들어갔다.
각연이 빈집의 마당에서 서성거리고 아키에가 각연을 맴돌았다. 어제 나루터에서 방문을 질끈 닫고 왕래하지 않았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여 아키에가 야릇함에 젖었다. 괜히 설레었다. 각연은 마당에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키에가 깨닫지 못하지만 공격하는 중이었다.
숨어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을 아베와 대치하는 중이었다. 아베가 줄곧 따라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베의 손에 쥔 서룡검이 뿜어내는 상서로운 기운 때문이었다. 아베가 아무리 행동을 조심해도 독도쌍검의 한 자루인 서룡검 때문에 노출되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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