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안전 수칙 요약(Flight Safety Digest)』에 있는 한 보고서에서 Cushing(1995)은 비행사들이 나눈 두 대화를 기술했다. 이 두 대화는 모두 two와 to라는 단어를 혼동한 데서 일어난 일을 보여주고 있다.
관제탑에서 비행기를 ‘two four zero zero(둘 넷 영 영)’으로 하강하라는 허가를 내렸다. 비행사는 two를 to로 이해하고 그 허가를 ‘OK. Four zero zero(넷 영 영)’로 복창하였다. 그리고 비행기는 관제탑에서 의도했던 2,400ft(732m)가 아닌 400ft(122m)로 하강했다.
다른 경우에서는 비행 중인 기장은 그의 동료 비행사가 ‘Cleared to seven (7로 허가했다)’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7,000ft로 하강하기 시작했으나 9,500ft에서 동료 비행사는 기장에게 10,000ft가 정확한 고도라고 충고해 주었다. 동료 비행사와의 의사소통, 즉 기장이 ‘cleared to seven’으로 들었던 것은 사실 ‘cleared two seven(27번 활주로로 진행 가능)’으로 착륙하도록 배정된 활주로 번호(L27)를 의미했다. (3쪽)
첫 번째 대화에서의 혼동은 결국 4명이 죽는 주요 사고를 일으킨 반면, 두 번째 대화에서는 오류가 적절한 순간에 수정되어 비극을 막았다. 이러한 예들은 어떻게 인간의 생명이 구어 대화에서 사소해 보이는 것에 달려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도입
위에 제시된 이야기는 성공적인 구어 의사소통에서 가장 기본적인 특징인 발화에서의 이해명료도(INTELLIGIBILITY)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일례이다. 우리가 어떤 발화가 이해명료하다고 말할 때 이는 화자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청자가 이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질이 없다면 진정한 의사소통은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앞의 사례에서처럼 청자는 발화가 실제로 의도되지 않았던 것을 의미한다고 잘못 해석하거나 혹은 청자는 말이 불분명하거나 소음 때문에 못 들어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두 경우 가운데 첫 번째 상황, 청자가 사실은 이해하지 않았는데도 이해했다고 믿는 경우가 확실히 더 위험하다.
이러한 상황들이 극단적이라는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지만, 비행 사고는 말의 특징들 가운데 우리의 생사를 결정하는 유일한 경우는 아니다. 난민 신청자들, 즉 망명 신청자(ASYLUM SEEKER)들을 다루는 일에서도 비슷한 예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처럼 이민을 받는 나라들은 때때로 발음을 포함하여 난민 신청자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바탕으로 그들의 출신지를 알아내기 위해 자문회사를 고용한다. 출신지 확인을 위한 언어 분석(LANGUAGE ANALYSIS FOR THE DETERMINATION OF ORIGIN, LADO)은 난민 신청자들의 주장이 타당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간혹 사람들은 어떤 단어를 발음하는 방법만으로 그들의 생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일련의 오스트레일리아 언어학자들은 LADO의 일부 결과를 심각하게 비판해 왔는데 이는 사용된 분석 방법이 투명성을 결여했고 ‘때로는 쇼킹할 정도로 수준이 낮은’(Fraser 2009, 115쪽) 분석 때문이었다. (LADO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원하면 언어와 망명 연구 단체(Language and Asylum Research Group)의 웹사이트인 http://www.essex.ac.uk/larg/를 참조하기).
발음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러한 극적인 예에 더하여,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방식의 발화 패턴, 특히 제2언어 화자들의 발화 패턴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명확한 경우는 제2언어 화자들이 표현했으나 상대를 이해시키지 못할 때 발생하는 당황스러움이다. 물론 모든 제2언어 화자가 이런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은 모국어 화자와 구별되는 악센트(ACCENT)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방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언어 발음에서의 좀 더 미묘한 측면은 외국어 발음 특징을 보이는 발화, 즉 특정어투(SHIBBOLETH)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대화자들은 자신의 발음과 다른 상대의 발음에 지나치게 민감해서, 누군가가 L2 화자일 때 거의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Flege 1984). 이러한 민감성은 화자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가져온다. 대화 상대는 강한 악센트 때문에 L2 화자의 유창성을 낮은 것으로 판단하면 의사소통을 촉진시키기 위해 외국인의 말(Foreigner Talk)로 알려진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말투를 바꿀 수 있다(Ferguson 1975, Varonis & Gass 1982). 그러한 상황에서 악센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실제로 L2 화자에게 이점을 준다. 반면 악센트가 있는 말투에 대한 또 다른 반응은 결코 유익하지 않은 것이다. 즉, 청자는 L2 사용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여 차별적으로 응대할 수 있다(Lippi-Green 2012). 사실 연구자들은 L1 화자와 L2 화자들 모두 그들의 말 패턴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거나, 취업에 실패하거나,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던 많은 사례를 기록해왔다(Munro 2003, Nguyen 1993, Purnell, Idsardi & Baugh 1999). 강한 L2의 악센트를 가진 화자들이나 낮은 계층의 L1 발음을 사용하는 화자들은 새로운 대화 상대와 이야기할 때마다 상당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대화가 얼마나 이어질지 그들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높은 계층의 방언을 사용하는 모국어 화자들은 새로운 만남이 성공적일 것이라 가정할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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