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는 윤리적 태도가 건축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소위 컨텍스트가 존재하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마치 반역자가 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올해의 수상팀은 그런 강박이 덜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보면, 그 문제에 가장 개의치 않아 보이는 것이 아파랏체의 작업이고, 그 반대적 성격이 아키후드로 보인다. 구보건축의 작업은 공공성이 중요한 이슈로 다뤄진다. 구보의 일련의 작업에서는 현실에 대한 전반적인 긍정의 태도가 읽힌다.
--- p.10, 「톡앤톡: 지금, 여기, 젊은 건축가」 건축가 서재원의 말 중에서
쓸모 있음이 건축의 숙명이지만, 동시에 무용해지면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것도 바로 건축이다. 무용하지만 우리를 충만하게 하는 가치들이 있다.
--- p.11, 「톡앤톡: 지금, 여기, 젊은 건축가」 아파랏체 이세웅의 말 중에서
건축가가 마치 신처럼 전체를 한눈에 보고 이 모든 것을 컨트롤해서 공사비, 디자인, 프로그램 등을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코디네이터 입장에서 일을 한다. 내가 디자이너다, 무엇을 만들어낸다, 하는 생각보다는 정말 많은 변수를 조율해서 어떻게 최선의 합을 찾아갈지를 보는 사람이라는 태도다.
--- p.12, 「톡앤톡: 지금, 여기, 젊은 건축가」 구보건축 조윤희의 말 중에서
한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 해보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게 고민이기도 하다. 너무 가성비가 떨어지는데, 이렇게 해서 사무소가 지속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늘 있다. 우리의 작업이 대중적인 취향이 아니다 보니 이 사무소는 건축을 거꾸로 하고 있다, 최근작이 첫 작품 같고, 처음에 한 작품이 오히려 최근 작 같다고 하면서 건축 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의 작업 같다는 평을 들은 적도 있다. 일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닌 걸 보면 우리 건축이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먹히는, 주류의 방향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 p.15, 「톡앤톡: 지금, 여기, 젊은 건축가」 아파랏체 이세웅의 말 중에서
서비스업이라는 인식을 최대한 가지고 건축주의 의견을 수용하려 하다 보니 조율을 위한 설계 기간이 긴 편이다. 시공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시공사 선정에 굉장히 공을 들인다. 같이 일해본 업체를 선호하고 신규 업체의 경우 되도록 직접 만나서 설계안에 대해 설명하고 대화를 많이 한다.
--- p.16, 「톡앤톡: 지금, 여기, 젊은 건축가」 아키후드 강우현의 말 중에서
공을 들여 완성한 결과물도 처음에는 예쁘고 좋았지만 시간을 덧입으며 그저그런 건축물이 되고마는 듯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는지…. 개인적으로는 그럴 때 건축가라는 직업에 회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 나는 어떤 건축을 해야 할까. 10년, 20년이 지나도 가치가 있는 것은 뭘까 고민을 많이 한다.
--- p.17, 「톡앤톡: 지금, 여기, 젊은 건축가」 구보건축 조윤희의 말 중에서
작업 과정에서 늘, 나의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과잉 투사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하며, 현실 조건에 대한 파악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검토한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들은 형태적으로 이목을 끌거나 첨단 재료 혹은 공법을 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관계와 방식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 맺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한 변화로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질문한다.
--- p.38, 「건축가 노트: 건축, 사물의 질서를 잡아가는 일」 구보건축 중에서
설계는─등고선을 그리고, 지우고, 고치는 것을 반복하는 것처럼─매우 지루한 작업이며, 서류와의 싸움이고, 꾸준함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이다. 지금 하는 일의 끝이 있을까, 하는 진이 빠지는 과정을 계속 묵묵히 감당하다 보면 어느새 무언가 만들어져 있었다.
--- p.39, 「건축가 노트: 건축, 사물의 질서를 잡아가는 일」 구보건축 중에서
땅 위에 우리가 그린 건축물이 구현되는 순간, 그 땅을 둘러싼 풍경이 바뀌게 되고, 그 풍경을 공유하던 이들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경험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경험이 되도록 많은 이들에게 유쾌하고 풍부한 것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건축물이 그 장소의 균형을 맞추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p.106, 「건축가 노트: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아키후드 중에서
건축에서 때로는 ‘작은 부분’들의 차이가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각박한 도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함께 숨쉬며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주기도 하고, 힘들고 아픈 이들에게는 잊고 지내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작은 것’들이 모인 ‘작은 건축’이 ‘마을을 변화시키고, 마을이 모여 도시를 바꾸고, 결국엔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건축을 하고 있다.
--- p.107, 「건축가 노트: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아키후드 중에서
우리에게 건축이란 주어진 질서를 발견하고 이에 순응하는 과정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지루한, 때로는 비생산적인 논쟁의 시간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단순하지만 풍부한, 그래서 잘 만들어진 어떤 것을 그 장소에 세우려는 노력이다.
--- p.178, 「건축가 노트: 모순된 것들의 균형을 찾아서, 결코 닿을 수 없을지라도」 아파랏체 중에서
기이한 것에는 뭐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애매모호함이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쾌할 수 있지만 그 불쾌함을 파고들어가 보면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런 스스로의 모습에 자아는 만족해한다. 처음의 불쾌는 온데간데 없고 성취감, 일종의 즐거움이 남게 된다. 그래서 기이한 것을 마주하게 되면 아름다운 것이나 추한 것을 바라볼 때는 작동하지 않는 이성이 개입하게 된다. 기이한 것은 감각을 넘어선 미의 대상이다.
--- p.178, 「건축가 노트: 모순된 것들의 균형을 찾아서, 결코 닿을 수 없을지라도」 아파랏체 중에서
1, 2차로 나눠 심사를 하는 과정은 즐거웠다. 치열한 고민의 과정과 진지함을 보았고 한국 사회의 단면을 짧은 시간에 볼 수 있었다. 1차 심사에서 세 방향의 작업 군으로 작업이 선정되었다. 시대성과 지역성이 반영된 작업과 작가의 개성이 뚜렷한 작업을 선별했다.
--- p.236, 「심사 후기」 중에서, 최욱(심사위원장, 원오원건축사사무소 대표)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은 내가 건축주라도 이들에게 의뢰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와 조형성, 완결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수작들이다.
--- p.238, 「심사 후기」 중에서, 김정임((주)서로아키텍츠 대표)
건축가의 ‘개입’으로 사회 ‘질서의 회복’을 꿈꾸고 ‘평범한 전복’을 추구하는 건축가의 태도가 무척 진지하게 여겨진다.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실히 ‘건축가의 개입’을 보여주고 있어 평범한 전복을 통한 ‘질서의 회복’이라는 가능성을 작으나마 기대하게 한다.
--- p.238, 「심사 후기」 중에서, 김현섭(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도시의 문제를 탐구하고 소규모 공공의 작업과 저예산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앞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사적이고 상업적인 의도가 가미되어 화려하고 능숙한 어휘들의 조합으로 완성미를 보여준 경우도 있었다. 전자가 구보건축이라면 후자가 아키후드에 해당한다. 아파랏체의 작업은 작은 한 부분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전체를 만들어가는 작업 방식과 설명이 눈에 띄었다. 건축주나 시공자 등 관련자 언급 없이 순수 건축 형식에 대한 관념에 집중하는 부분도 화려하지 않으면서 진지하고 깊이가 있었다. 이들의 후속 작업들을 관심있게 볼 것이다.
--- p.238, 「심사 후기」 중에서, 민현준(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아파랏체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의 문제를 미학적, 기술적, 역사 및 이론적으로 통합해 완공된 건물로 풀어내는 점으로 볼 때 감성과 이성의 밸런스를 잘 갖춘 팀으로 보인다. 각 건물들은 내부와 외부 모두 높은 계획의 밀도를 가지고 조직 혹은 조작됨으로써 부분과 전체, 컨텍스트와 텍스트 간의 관계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 p.238, 「심사 후기」 중에서, 서재원(에이오에이 아키텍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