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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주거 문화 1

한국인의 주거 문화 1

밀레니엄 북스-03이동
이규태 | 신원문화사 | 2000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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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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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6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5909124
ISBN10 893590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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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규태
1933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졸업. 1959년 조선일보 입사.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부국장 등을 지냄. 현재 조선일보 논설위원. 저서로『한국인의 의식구조』(전4권)『서민의 의식구조』『선비의 의식구조』『서양인의 의식구조』『동양인의 의식구조』『뽐내고 싶은 한국인』『한국 여성의 의식구조』(전2권)『한국인의 정서구조』(전2권)『한국학 에세이』(전2권)『신열하일기』『한국인, 이래서 잘산다』『한국인, 이래서 못산다』,『한국인의 밥상 문화』(전2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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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수로를 타고 한양에 들려면 도성에서 가장 가까운 나루가 서대문(돈의문)에서 고작 십 리밖에 되지 않는 삼개 나루, 곧 마포다. 1백 년 전 도성으로 드는 이 마포길을 한번 살펴보자.

'마포길은 다듬고 고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길 폭이 한 칸 남짓하다가도 광장처럼 넓어진다. 말 타고 지나가는데 양쪽 지붕 끝이 몸에 닿기도 하고 밭도 밟으면 길이 된다. 마포길을 오가는 가마꾼들은 웃어대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신나게 오가고 있었다.'

영국 탐험가 이사벨라 비숍 여사의 기록이다. 이 글을 보면 마포는 인공적인 때가 전혀 묻지 않은 목가적인 길이면서 매우 불편한 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마포길이 지금은 한국의 정치 1번가로 탈바꿈했다. 국회와 행정부를 잇는 동맥 같은 길인지라 정당이 그곳으로 모여들고, 정치인들의 사무실이 모여들며, 각종 정치 로비 현장이 집중되고, 정치 지망생이며 이해집단의 데모도 온통 그곳으로 쏠리고 있다.

돌이켜보면 마포는 정치 집산지로서의 역사가 그리 짧은 편은 아니다. 옛날 정치는 주로 권력자ㆍ세도가ㆍ정치가들의 정자(亭子)에서 이루어졌는데, 이 마포에 정치정자가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었다. 도성에 가장 가깝고 풍광이 좋다는 입지적 조건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안평대군의 별장인 담담정(淡淡亭)에서부터 흥선 대원군이 정치를 주물렀던 아소정(我笑亭)에 이르기까지 마포 인근에는 30여 개의 역대 정치정자가 산재해 있었다. 세조 쿠데타에 대한 반정 기도를 비롯하여 민비 시해에 이르는 크고 작은 정치가 마포의 정치정자에서 모사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포는 삼남(三南)의 물산이 집산하는 곳이기에 물화(物貨)를 보관ㆍ중개ㆍ거간하는 객주(客主)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던 곳이다. 이 객주들은 궁가(宮家)ㆍ세도가ㆍ고관대작과 돈줄을 대고 있어 그들의 돈을 늘려주고 또 필요한 물화를 대주었기로 속칭 교동 대감댁 객주니 정동 옹주댁 객주니 하고 불렀다.

따라서 객주들은 각기 세도길을 통해 벼슬 거간을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벼슬 한 자리 얻고 싶은 팔도의 백면 서생들이 이 벼슬 객주를 찾아 마포로 몰려들었다. 그래서 순조 때만 해도 정치 로비를 하는 현장으로 마포에 색주가가 무려 쉰다섯 집이나 있었다 하니 대단한 정치 열기가 아닐 수 없다. 정치 1번가로서의 마포는 그래서 숙명적이다.
--- p.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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