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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그림자, 꿈

거울, 그림자, 꿈

: 테마로 읽는 경이로운 미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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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150*192mm
ISBN13 9791191685107
ISBN10 119168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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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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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의 그림 속에는 온갖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들이 마녀의 가마솥처럼 뒤끓고 있다. 이미지는 한 작가의 내밀한 내면과 상상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아득히 오래된 꿈과 몽상, 신화적 상상계,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의 이야기가 서식하는 특이 지대다.

그림 속의 이미지들은 모두 여러 겹의 비밀을 품고 우리를 유혹한다. 귀를 기울여 보라, 저 눈부신 색채와 형상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신화와 몽상, 풍습과 역사, 의식과 무의식이 소용돌이치며 모여드는 이미지들이 있다.

이미지의 콤플렉스(복합체)!

그것들이 우리 미술이야기의 테마이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하면서도 심오한 심연을 가진 거울, 그림자, 꿈을 테마로 잡아 그 테마 이미지 속에 변전하며 소용돌이치고 있는 풍습과 이데올로기, 욕망이 뒤끓는 무의식의 지하창고, 신화와 이어지는 원형적인 집단무의식의 광활한 들녘을 탐색하는 황홀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 속에 예기치 않는 깨달음을 기원하며.

--- 「책 머리에」 중에서


색색의 실들로 이어진 미완성의 직물이 베틀에 놓여 있다. 그녀는 옷감을 짜다가 무엇엔가 놀란 듯 갑자기 몸을 일으킨 모양이다. 실들이 헝클어지며 춤춘다. 그녀의 머리 위로 검붉은 화염처럼 보이는 것은 곤두서며 솟구치는 그녀의 풍성한 머리채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놀라게 한 것일까? 그녀의 뒤로 보이는 거울에는 예리하게 한 줄 금이 가 있고, 넓은 들과 들을 가로지르는 강, 그녀의 운명이 될 비극의 강이 보인다. 그리고 말을 탄 한 기사의 뒷모습이 비치고 있다. 이 거울에 그녀의 무섭고도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샬롯의 아가씨는 그녀가 밤낮으로 옷감만을 짜야 하며 옷감 짜는 일을 멈추고 밖을 보는 순간 죽음의 저주가 내릴 것이라는 어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높은 탑에서 오직 거울을 통해서만 세상의 모습을 보아야 했고 거울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을 하염없이 옷감에 짜 넣었다. 그녀의 거울에는 장날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들과 남정네들, 수도원장, 목동과 숱한 연인들이 지나갔지만 그녀는 묵묵히 직물 속에 거울의 풍경만을 짜 넣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거울 속을 지나가지 전까지는. 운명의 그날, 카멜롯을 향하던 원탁의 기사 랜슬롯이 거울에 나타났다. 빛나는 투구를 쓴 수려한 용모의 랜슬롯을 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밖을 향해 세 걸음을 걷게 된다. 단 세 걸음이었다. 그 앞에 진짜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 있었다. 테니슨의 시는 이 순간이 이렇게 읊는다.

그녀는 옷감을 놓고 베틀도 내버려두고
세 걸음 만에 방을 가로질렀다.
그녀는 수련 꽃을 보았고
그녀는 투구와 깃털을 보았다.
그녀는 카멜롯을 내려다보았다.
옷감이 날아가 넓게 펼쳐져 떠올랐다.
거울은 한쪽에 다른 쪽까지 금이 갔다.
“나에게 저주가 내렸구나.” 소리쳤다,
샬롯의 아가씨가.
--- 본문 중에서


거울이 만드는 그 숱한 이야기와 요지경의 마법들, 저 기이한 미로들의 끝은 기어이 이 텅 빔에 이르고 만다. 거울은 그것이 반영하는 무수한 이미지처럼 울창한 상징의 숲이며, 한없이 갈라지는 미로이지만, 그 미로의 끝, 텅 빔에 이르러서 거울은 모든 상징과 이미지를 벗어난다. 그것은 일체의 이원대립을 벗어나는 모종의 깨달음의 투명하면서도 아득한 문이며 영원한 찰나이다.

우주도 꿈꿀까? ‘나’는 꿈속의 꿈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서로를 마주 보는 되먹임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 꿈꾸며 또 꿈꾸어지고 있다. 부디 이 꿈이 훨훨 나는 나비처럼 유쾌하기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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