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으로 찾은 곳이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는 15만 원짜리 ‘방’이었다. 집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그런 방. (중략) 사는 집이 부실하면 이상하게 부가비용이 붙는다. 주방이 없어서 밥은 늘 사 먹어야 한다거나, 샤워 시설이 없어서 공중목욕탕을 이용해야 한다거나, 세탁물을 건조할 공간이 없어서 빨래방을 이용해야 한다거나……. 어떤 때는 이런 비용이 한 달 월세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그래서 가난을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도 하고 말이다.
--- p.15-18
예술이고 나발이고 상업미술을 하는 나는 밥을 벌기 위해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림 보수가 없으면 쌀과 계란을 살 수도, 월세와 전기세를 낼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림을 많이 또 잘, 마감일을 어기지 않고 그려야 했다. 나와 일했던 사람들이 나를 다시 찾고, 또 다른 이에게 소개하도록 신용과 실력을 쌓아야 했다. 그것이 내가 프리랜서로 살 길이었다. 우선 집 자체를 직장으로 생각했다. 팀장님도, 차장님도, 부장님도 없지만 보이지 않는 CCTV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 방을 사무실로 삼았다.
--- p.30
결국 그 작은 투룸 빌라를 샀다. 자본금 5천만 원에 담보대출이 80%였다. 매달 대출상환금은 70만 원 정도. 삼십대 중반에 드디어 생긴 내 집. ㅠㅠ 지금까지 방세를 내왔듯 이 대출금도 기필코 밀리지 않고 내야지. 저축을 아예 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이 돈은 내야지. 만약 그림 일이 끊기면 당장 뛰어나가 설거지라도 할 테다. 나는 이 집을 꼭 지킬 테다!
--- p.54-55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내가 딱 그랬다. 집을 산 과정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궁금한 게 너무 많이 생겨서, 소위 전문가들이 하는 말을 도통 못 알아들어서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하다니. 이런 단순한 계기로 국가고시를 치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 p.66
누구나 자기만의 렌즈로 세상을 본다. 그림쟁이는 그림쟁이의 눈으로, 요리사는 요리사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 경제적 눈은 ‘그림을 그려 받는 보수’와 ‘절약’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자격을 따면서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다 넓은 경제의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거리를 걷다가 보게 되는 크고 작은 집들, 새로 만들어지는 도로, 재개발을 기다리는 동네가 새롭게 다가왔다. 내 삶에 변곡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p.66-67
결국 이 월세 50만 원(연 600만 원)을 전부 수입으로 잡을 수는 없다. 이것 또한 모아야 한다. 매달 50만 원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30%인 15만 원이 들어왔다고 생각하며 적금을 들었다. 그리곤 (가산세나 불이행금 등이 아까워서) 충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현황 신고도 꼼꼼히 챙겼다. 그랬다. 임대사업은 국가와의 공동사업이었다. 임대소득 전부가 나 개인의 소득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만약 대출을 많이 사용해서 임대사업을 한다면, 사업자는 3자다. 국가, 은행, 그리고 나.
--- p.71
평균 부동산 수익률을 5% 정도로 여기는데(매매차익 기준이다), 만약 월 200만 원을 임대수익으로 발생시키려면 계산상으로는 4억 정도의 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수치 계산이 아닌, 현실 월세로 따지면 서울 반포의 최소 12억짜리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야 월 200의 월세가 가능하다. 보증금은 한 5억 정도로 책정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월 50만 원으로 4곳을 받는다 쳐도 1-3억짜리 빌라나 주택을 4채는 가져야 가능하다. 만약 상가라면 200만 원 이상의 월세도 가능하지만 상가를 소유한다는 것도 복잡한 문제며 상가도 비싸다! (여기서 세금과 유지보수비는 아예 공제하지도 않았다.)
--- p.79
저축은행 정기예금은 일 년에 두 번 개설한다. 상반기 수입 중 생활비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한 저축은행 계좌에 넣고, 하반기에도 한 번 더 넣는다. 각 통장의 금액이 비록 몇백만 원 단위일지언정 이런 식으로 매년 두 개의 정기예금에 목돈을 묶어놓는다면 1-2년 뒤 근사한 종잣돈이 마련된다. 저축은행 개설을 알아볼 때는 각 저축은행을 검색하여 (나는 모네타 사이트를 주로 이용한다) 조금이라도 우대금리를 챙기자. 요즘에는 비대면 개설도 가능해서 더욱 활발하게 이용 중이다.
--- p.91
용도가 결정되면 가장 첫 번째로 입지를 본다. 만약 숲세권을 좋아해서 산 밑 조용한 주택가의 작은 투룸 주택을 매입할 것이라 가정해보자. 거주에는 상관없지만 후에 임대를 생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집이 작으니 1-2인 가정일 테고, 대체로 직장인일 것이니 당연히 역세권이나 버스 정류장 근처를 선호할 것이다. 내 맘에 든 집이 내가 살기엔 좋을 수 있지만, 임대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 p.100
절약이란 구매 욕구를 누르고(ex. 간식비 쓰지 않기, 예쁜 옷 안 보기), 생활의 불편함을 감내하며(ex. 택시비 등과 같은 교통비 줄이기), 약간의 감정적 우울함(ex. 지속적으로 절제된 생활 리듬으로 생겨난 슬픔)을 견디면서 정해진 수입 안에서 소비 금액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 소비를 줄여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또 알고 있다. 이것을 누구나 다 못하고 있다는 것을.
--- p.120
금액 또한 ‘나는 30만 원이 한정선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100만 원을 한정선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소비의 실수를 줄이려면 이런 기준을 세우는 것이 좋다. ‘일 년에 한 번은 얼마 정도로 기분을 내겠다’라는 기준. 참고로 나는 가전제품에 잘 꽂히는 타입이었는데, 100만 원이 넘는 제품은 3년에 한 번, 30만 원이 넘는 제품은 1년에 한 번만 사는 것이 내 기준이었다.
--- p.128
부자와 리더들이 하는 말은 너무도 뻔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만약 지금 자기 자신을 미워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그것부터 해보길 권한다. 그리고 조금 익숙해진다면 그저 계란후라이 하나만 두고 먹더라도, 새로 밥을 지어 맛있게 먹고 깨끗하게 침구도 정리한 다음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길 바란다. 나를 대접하려 애썼다고 고맙다고 말해주자. 그런 일상의 회복에서 구겨졌던 마음이 펴지고 멘탈도 단단해지니까 말이다.
---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