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치약을 마중 나온 칫솔

치약을 마중 나온 칫솔

걷는사람 시인선-055이동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12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58g | 125*200*9mm
ISBN13 9791191262827
ISBN10 119126282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절반쯤 감긴 눈으로 치약을 짠다

군대에서 장기수 복역 같은 근무 중에
어느 날 아들은
치약을 짜는 순간 외로움이 밀려왔다고 했다

급하게 이를 닦고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안 하는 학생은 학교에 간다
이를 닦고
비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아닌 사람은 공장에 간다
바쁜 사람은 사무실에서 이를 닦고 출장을 간다
시간이 많은 사람은
천천히 이를 닦고
같은 길을 세 번 왕복하는 산책을 한다

아침에 치약을 짜도
저녁에 이를 닦아도
절반쯤 감옥에서는 걸어갈 길이 없다

외로움은
혼자라서 오는 게 아니라
갈 길이 막힌
절벽처럼 다가오는 법

밖으로 나오는 치약은 외롭지 않다

외나무다리 칫솔 위로 미끄러지듯 누군가 걸어 나온다

치약이 세상에 나오면 적어도 한 사람은
마중을 간다
--- 「치약이 나오면」 중에서


열여섯 살 담뱃잎을 말리는 비닐하우스에서
병삼이 아버지는 담배 피면 뼈가 삭는다고
길게 훈시를 했다
여든셋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까지
그는 담배 몇 모금씩 빨았고
끝내 뼈는 삭지 않았다
아내가 죽고 시름시름 앓다
읍내 장터에서 예순일곱 여인을 만나
기운을 차린 게 구 년 전이고
오 년 전 헤어진 문틈으로 울음이 새어 나왔다

백 세를 앞둔 노모는 이른 저녁 잠이 든다
달이 뜨는 날이나
칠흑으로 사람을 가려 주는 날이나
동네에는
스스로 부고를 준비하는 노인만 남아 있다

죽어 갈 사람들은 오래전 서울로 떠났고
고향에서 들려오는 부고는 줄어들어
코다리찜이 맛있는
부여군 어느 장례식장에 가 본 지 오래됐다
--- 「고향 사람이 죽었다는 부고」 중에서


마스크에 익숙해진 후
알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얼굴에
멋쩍은 눈인사를 보냈고
보이지 않는 입과 보이는 눈은
서로 다른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지난 후
눈으로 전하는 얘기들이
100와트 전등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깊은 밤 눈에서 빛나는 등불이
어둠을 밝혀 나갔다

콧잔등 위 얼굴만 드러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입에서 나오는 열 마디 중에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것은 한 마디뿐
뱉은 말을 다시 삼키느라
질식사로 숨지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 「질식」 중에서


재활용품 분리 배출하는 날
플라스틱과 비닐과 유리병을 나누어 버리는데
801호 남자가 묻는다
이건 비닐인가요

재질을 손으로 감별해 답을 했다
중국집 우동 그릇을 덮은 포장용 랩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해요

누가 봐도 비닐로 보이는데요
배출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요

보이는 게 다 실체가 아니지요
당신이 모범시민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담배꽁초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손가락으로 한두 번 튕겨 본 솜씨가 아니던데요

당신은 스토커인가요
포물선을 아는 걸 보면 중학교 이상 졸업을 했군요
담배를 끊은 것도 분명하고요

저는 당신의 이웃이에요
헛기침 한 번으로 집 안을 드나들던 시절이 그리운
안타까운 21세기 이웃이지요

재활용품 배출하는 날
버려야 할 게 많고
주워야 할 것도 많이 있지요
--- 「재활용품 구분하기-801호」 중에서


소나기도 이런 소나기는 처음이네요

아스팔트 위 또르르 굴러가는 50원 동전을 줍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잖아요
눈물이 그치지 않았어요
긴 장마도 이런 장마는 처음이네요
오십 년도 더 된 일인데 어제처럼 선명하네요
인공눈물 넣지 않아도 눈이 마르지 않을 거예요

남은 생 동안에 지금도 굴러가고 있는 동전을 쫓아갈게요
자주 잊고 있던 길 위에 눈물을 뿌려 줄게요
처방전 고마워요 인공눈물은 두고 갈게요
--- 「처방전-901호」 중에서


날개를 펴고
꽃가루를 찾아다니기 전에
벌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방을 옮겨 다닌다
벌들도 전셋값 걱정을 하는지
집을 옮길 때마다
부산스럽다
--- 「벌들의 전세방」 중에서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숨소리와
최루탄 터지는 소리와
흔들리지 말자는혁명의 노래와
공장 굴뚝의 연기와
갈아엎는 배추밭이 어울려
심장이 뛸 때가 있었다

3층 계단만 올라도
숨이 가쁘다
허리띠 한 칸 때문에
콩당거리는
심장의 체면은 온데간데없다
계단은 높고
박동은 초침보다 빠르다
--- 「심장이 뛰던 시절」 중에서


심장은 왼편에 있지만 반 뼘 정도 좌우로 움직일 때가 있다

내 생애가 끝나도 흔적은 대대손손
중국집 플라스틱으로 남는다
--- 「흔적」 중에서


지금도 혁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전동드릴을 자유롭게 다룰 때쯤
해답을 말한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손목과 발목과
이음새의 안부를 먼저 챙기는 게
혁명의 길에 나서는 첫 번째 태도다
--- 「늙은 혁명가의 농담」 중에서


오일장 좌판에서 다듬은 파 두 바구니 시들까
우산 하나 받쳐 놓은 할머니가
오이 가지 호박 부추 대파
쪽파 감자 양파 브로콜리 양배추
박스 열 개를 펼쳐 놓은 젊은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옛날이 좋았지 육십만 넘으면 죽었는데

의사 아들이 건물을 지었다고 자랑하던
나이 든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 들어간 다음 날
석션은 언제 하냐고 묻자
찡그리며 기저귀를 갈던 나이 든 간병인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옛날이 좋았지 육십만 넘으면 죽었는데

고단하게 살다 보니
목숨줄이 더 모질어졌다며
송대관 노래처럼 해 뜰 날이 올 줄 알고
고단해도 견뎠더니
목숨줄만 모질어졌다며
그리운 옛날 숨 넘어갈 듯 긴 시조창을 부른다

옛날이 좋았지 육십만 넘으면 죽었는데
--- 「좋았던 옛날」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정덕재 시의 매력은 딴청이다. 자질구레한 사람의 속내에 짐짓 무심한 척 적당한 거리를 둔다. 치약, 리모컨, 탁상달력이나 자전거에 눈을 주면서 슬쩍슬쩍 농담을 던지는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피시식 웃음이 난다. 우리 삶에 웃음만큼 큰 부조가 있을까? 딴청, 혹은 능청으로 표현되는 여유와 배려에 감염되어 슬프고 무거운 어느 하루도 너무 오래 슬프거나 외롭지 않게 건너갈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이 흔히 쓰는 ‘이웃’보다 그가 쓰는 ‘201호’가 훨씬 정직하게 이웃답다. 201호, 302호, 401호인 나의 살림에 그의 시선이 와서 나도 모르게 머물곤 했다는 것을 시를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재미있고 속 깊은 사람, 그 시인에 그 시다.
- 최은숙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