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의 감염 확대에 따라, 그 이전에 존재했던 다양한 문제가 확대되거나 또는 눈에 띄지 않았던 문제가 현재화(懸在化)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중(美中) 대립은 문제가 첨예화·다양화하고 있는 사례이다. 세계 제1, 2위 경제대국 간의 대립 격화는 세계질서의 존재 양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것의 수용 방식 및 영향 등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애당초 미중 대립이란 어떠한 것이며, 코로나19의 감염 확대하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계속되고 있는가? 또한 그것은 세계질서의 존재 양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세계의 국가들 및 다양한 행위자(actor)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 대처하고자 하였고 또한 대처하려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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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미국 1강(一强)이라는 전제가 있었으며 그 아래에서 협조 우위의 국제관계였는데, 때마침 국제사회가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고 불리는 것을 공유 또는 수용(受容)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은 허구였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것이 있었기에 이것을 리버럴(liberal) 국제질서라고 불렀다.
미국이 중시하는 규범이 어디까지 여러 외국에 수용되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논쟁의 여지가 크게 있지만, 그것은 차치하고 미국인(美國人)이 중시하는 ‘가치 규범의 묶음’, 예를 들면 분쟁의 평화적 해결, 핵 비확산, 무역 자유화, 항행의 자유, 법의 지배, 기본적 인권의 존중 등을 지금 ‘리버럴 국제주의’라고 부른다면, 미국은 리버럴 국제주의의 가치 규범에 위반하는 국가를 제재의 대상으로 삼고 그것을 위해 여러 외국을 동원해왔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 및 G8의 일원이 되었던 러시아, WTO에 가입한 중국 등처럼, 그때까지 미국 주도의 서방측 진영에 속하지 않았던 국가들이 서방측에서 만들어낸 국제제도에 참가해가는 흐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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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정책은 오바마 정권 제2기 무렵부터 강경해지기 시작하여, 트럼프 정권이 2017년 12월에 「국가안보전략(NSS 2017)」에서 중국을 현상변경 국가로 단정하고, 또한 2018년 2월의 「국가방위전략(NDS 2018)」에서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 상대국으로 규정함으로써 커다란 전환이 이루어질 징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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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 국제질서, 특히 국제기관을 통한 국제협조의 위기가 현재화(顯在化)했던 것은 미국 트럼프 정권의 자국제일주의적(自國第一主義的)인 외교 자세, 즉 국제협조의 실현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의사와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에 의한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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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적(世界史的)으로 본다면, 두 번째 국면에 진입한 우주개발의 시대는 동시에 미중 대립이 격렬해진 시대이기도 하다. 냉전이 종식되고 30년 이상이 지나면서 미소 양국이 벌여왔던 것과 같은 우주경쟁은 우주의 ‘민주화’, ‘상업화’, ‘군사화’, ‘취약성의 현재화(顯在化)’가 진전되는 가운데 확실히 변화했으며, 미중 관계에서의 우주경쟁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경쟁이 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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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는 러시아 및 중국의 활발한 정보 선전(情報宣傳) 활동의 전개가 지적되고 있다. 중국 등의 정보 공작(情報工作)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의회 안보위원회’(Copasir)의 보고서가 상세하게 지적하고 있다(Formiche, May 26, 2020). 중국, 러시아도 특히 SNS 및 이탈리아 국내의 친밀한 정치세력[러시아는 동맹(북부동맹, Lega Nord_옮긴이), 그리고 중국은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민주당(PD: Partito Democratico) 등 제2차 콘테 정권의 집권 여당]을 통해서 적극적인 선전 활동을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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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2010년 무렵까지는 한일 양국이 역사인식 문제와 같은 한일 간의 대립이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안보 및 경제에 관해서 협력에 의한 이익 증대의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했기 때문에 한일 양국 정부 모두 그 대립이 격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의 대립이 안보 및 경제를 둘러싼 대립에도 파급되고 있으며, 한일 양국 정부도 대립이 격화되지 않도록 리스크를 관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 정부, 특히 2020년 하반기 시점에서의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대립을 중재하기는커녕, 이를 방치하고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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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비판은 이미 포괄적이고 또한 중점은 다를지언정 공화당과 민주당을 불문하고 초당파적이며, 또한 많은 법령이 제정되는 등 제도적인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당초 관세 문제에 중점이 두어졌지만, 거기에 기술 문제가 더해지고 점차 홍콩 문제 등을 중시하며 민주주의 및 자유 등의 가치를 문제로 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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