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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알고 싶다

소년은 알고 싶다

신재동 | 북랩 | 2022년 01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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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24g | 130*190*20mm
ISBN13 9791168361188
ISBN10 116836118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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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엄마를 생과부라고 불렀다. 나는 어려서 과부가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엄마가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가 살아 있다고 믿고 사셨다. 아버지의 무사 귀환을 위해서 서면(西面) 삼악산에 있는 상원사 큰 절에 가서 부처님께 무릎이 닳도록 빌었다. 할머니는 상원사에 갈 때면 꼭두새벽에 길을 떠나 어둑어둑한 밤중에나 돌아오셨다. 나는 절에 가보지 못했으나 온종일 걷느라고 발이 아프다고 하시는 거로 봐서 무척 먼 곳이라고 짐작했다. 왜 하필이면 절이 먼 곳에 있어서 할머니를 고생시키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절에 행사가 있을 때면 엄마도 같이 갔다. 할머니가 무릎 통증이 심해서 잘 걷지 못할 때도 엄마가 대신 절에 다녀왔다.
--- p.18

내가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것과 달리 엄마는 할아버지가 어려워서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할아버지를 싫어하는 것이 어린 내 눈에도 느껴졌다.
나중에 커 가면서 고모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로는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는 작은댁을 거느리고 살면서 기생집에도 단골로 드나들었다고 했다. 시내에서 제일백화점을 운영하면서 기생이 마음에 들면 집을 한 채 사서 주는 걸 예삿일처럼 여겼다. 증조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며 전답을 팔아먹던 이야기는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젊었던 시절에는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재산 좀 있다 하면 기생집 드나드는 건 당연했고 작은댁 하나둘씩 거느리는 것도 눈감고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 p.29

복작대는 시장 골목 작은 방에서 살려니 답답하고 지루해서 못 견딜 것 같았다. 살림집만 있는 동네가 아니어서 내 또래 아이들이 없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없어서 들통날 것도 없으니 가난해도 창피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새벽이면 두부 장사가 종을 치며 지나갔다. 종소리가 가깝고도 크게 들렸다. 종소리만큼 두부 장사의 발걸음도 빨랐다. 두부 장사가 지나가고 나면 장꾼들이 부산 떠는 소리에 늦잠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누나가 학교에 가고 할머니도 장사하러 나가고 나면 나는 너무 심심해서 밖으로 쏘다녔다. 빈집에 들어가 봐야 점심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작정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하루해가 너무 길었다.
갓 뽑은 실국수 가락을 회초리만 한 작대기에 걸어서 말리는 국수 방앗간 앞에서 간혹 바람에 날려 떨어진 날국수 가락을 몰래 집어서 먹었다.
--- p.36

큰고모 집은 삼선초등학교에서 올려다보이는 산동네에 있었다. 이웃에는 무허가 집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서 있었고 짓다 만 집도 보였다. 그나마 큰고모 집은 집 장사가 지은 흙벽돌집이어서 집들이 엇비슷하게 생겼다.
연탄 지게를 지고 겨우 빠져나갈 만한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을 올라갔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연이어 나왔다. 대문도 없고 울타리도 없었다. 큰고모부가 없는 집은 안팎으로 미처 손길이 닿지 못한 곳이 많아서 벽에 금이 갔거나 시멘트 조각이 떨어져 나간 곳도 보였다. 집 앞쪽의 벽에는 다 타버린 연탄재가 쌓여 있었다.
큰고모 집은 수도가 없어서 아랫동네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다. 누나는 식모는 아니지만, 청소도 하고 걸레질도 하고 설거지도 했다. 연탄불 가는 것과 물을 길어오는 건 누나의 몫이었다.
아랫동네에 가면 넓고 큼지막한 공동 우물이 있는데 수량이 풍족해서 언제든지 물을 길을 수 있었다. 누나는 물지게를 지고 언덕을 오르내렸다. 힘에 부쳐서 반초롱씩만 지고 올라왔다.
--- p.57

뜻밖에도 누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쁜 장미꽃을 마주했을 때처럼 놀랍고 반가웠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피어났다. 반가운 기색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감정을 억누르다 보니 도리어 겸연쩍어졌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웃음이 실실 나와 피식 웃었다. 그리웠다는 마음을 말로써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말 대신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교내 매점에서 잠깐 만나본 누나는 머리도 긴 생머리에 짙은 녹색 체크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고 굽이 약간 높은 샌들을 신고 있었다. 핸드백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세련되어 보였다. 손톱에는 흐린 분홍색 매니큐어가 반짝였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누나는 어른처럼 변해 있었다. 화장도 했고 입은 옷도 비싼 옷같아 보였다. 필요한 것은 없느냐고 물었다. 공부 열심히 하라면서 내가 한 말을 잊지 말라고도 했다. 누나가 한 말이라는 건 돈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라는 말이다. 누나는 내게 야심을 가지라고 했다.
--- p.92

만남과 헤어짐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당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추 양과 나는 연인이어서는 안 되는 사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순진한 추 양을 마음에서 덜어내야 한다는 고민에 사로잡혔다. 나 혼자 살기에도 벅찬데 결혼이란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내가 한심했다. 추 양을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나 말고 직업도 있고 훌륭한 남자를 만나서 잘살아 주기를 바랐다. 어떻게 하면 상처를 주지 않고 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사랑은 가슴 아픈 것이란 게 사실로 다가왔다. 마음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강제로 지워내기란 여간해서는 되는 일이 아니었다. 술도 마셔보고 산에 올라가 소리도 질러보았다. 상사병에 걸려 죽었다는 옛날이야기도 믿게 되었다. 매일 편지를 썼다가 찢어버리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 p.129

결혼식은 나파에 있는 ‘세인트 크레이어 브라운’ 포도 과수원에서 야외 결혼식으로 하기로 정했다. 신부 드레스와 신랑 예복, 사진 촬영과 예식 후 디너, 디너와 댄스파티, 리무진 예약까지 모든 걸 ‘영원히 행복하게’ 결혼준비 업체에 맡겼다.
포도 과수원에서는 하루에 결혼식을 한 번만 치르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전 예약이 필수였다. 홀가분하게 ‘영원히 행복하게’ 사무실 문을 나섰다. 이제 결혼식 날을 맞춰 휴가만 얻으면 될 것이다.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영원히 행복하게’에서 하라는 대로 신부 드레스도 맞추고 신랑 턱시도도 몸에 맞는지 입어보았다. 신부 들러리들의 드레스도 맞췄는데 들러리들이 입는 드레스 비용은 들러리 자신의 지갑에서 지출해야 한다는 미국식 풍습이 마음에 걸렸으나 내가 나설 일은 아니었다.
결혼식을 두 달 앞두고 ‘영원히 행복하게’ 직원들은 제시카와 나를 달달 볶아댔다. 결혼식에 초대할 손님들 명단을 달라고 했다.
--- p.174

버스 터미널 맞은편 길 건너에 군인백화점이 그대로 있었다. 건물을 증축했는지 아니면 새로 지었는지는 몰라도 그 자리에 있기는 있되 외양이 많이 바뀌고 덩치가 커졌다. 그래도 군인백화점은 그때 그 모습 그대로여서 간판마저 반갑게 보였다.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양구는 시골이 돼서 그나마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군인백화점은 한가한 듯하면서도 바빠 보였다. 인사하고 말을 걸려고 하면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이 나가기를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돌아보았는데 군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건이 손색없이 갖춰져 있었다. 손님들은 주로 명찰을 박음질한다거나 계급장을 새로 붙이려는 진급한 군인들이었다.
팔순이 다 된 이모는 여전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머리가 하얗고 주름살이 많아서 그렇지, 정신은 또렷해 보였다.
--- p.219

아들 녀석도 여자 친구의 직업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사랑은 그다음 순위로 매겨진 느낌이었다. 아들에게 누누이 당부하기를, 월급봉투는 2개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되돌아보면 나 자신이 그랬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는 더욱 심도 있게 따지고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혼자 벌어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에는 왠지 자신이 없었다. 옛날과 달리 문명이 발달한 사회에서 순수한 사랑을 바란다는 것은 사치일 뿐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혼은 비즈니스다. 게다가 눈속임일망정 비즈니스가 아닌 것처럼 보여야 하는 비즈니스다. 사랑에 빠져 결혼을 잉태했으면 좋으련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어리석은 사람 취급받기에 딱 좋다. 세상이 약삭빨라지면서 사랑에 빠지기도 전에 이미 사랑 비즈니스는 작동한다. 비즈니스에 의해 사랑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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