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실용적이다.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중에는 (1) 자유시장 내에서 운영되는 민간 기업을 통한 방법, (2) 정부의 상당한 규제 아래 운영되는 기업을 통한 방법, (3) 정부를 직접 통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때로는 이념적 입장에 따라 이 세 가지 전달 방식의 장점을 서로 비교하거나 그 혼합 방식을 논의하기도 한다. 동시에 각 방식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체계적인 방식을 모색하기도 한다.
한 세기에 걸쳐, 정부 기관과 법원은 자유시장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더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독점금지법을 제정하고 적용해 왔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정부 기관은 전력 생산 기업과 같이 고도의 통제를 받는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량을 결정하고, 그 가격을 결정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발전시켰다.
나중에는 그 반대로 엄격한 통제를 완화시키거나 혹은 아예 없애버리는 방식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지휘통제 규제 방식에서 협상 기반 혹은 인센티브 기반 규제 방식으로 변화하는 등 정부 내 규제 기관들이 보건, 안전, 환경 분야에서 보다 효과적이면서 제한 수준이 낮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두 저명한 학자는, 현재 규제 형태를 띠고 있는 몇몇 서비스를 포함하여 정부가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더 나은 방향을 찾고, 탐구하면서 매우 다양한 정부 활동으로부터 이 책의 주제를 이끌어 낸다. 정부 기관은 미국의 국민총생산의 30%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연방정부만 해도 200만 명의 근로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정부 소속의 근로자들은 정부의 세금, 복지, 사회보장, 국방, 의약품, 교육, 고속도로, 철도, 전기, 천연가스, 주식, 채권, 은행, 의료, 공중보건, 안전, 환경 개선, 고용,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많은 일들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규정을 만들고, 분쟁을 해결하고, 민간부문의 행위를 조사하고, 제재를 가하기도 하며, 사업을 승인하고, 재화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도 하며, 공공 목표를 위해 민간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정부 활동의 규모는 상당히 방대하며, 추진하는 목적도 다양하고, 형태와 규모 또한 각기 다르다.
저자들은 이 방대하고 다양한 정부의 활동 속에서 ‘협력적’이라 부를 수 있는 실제 사례 혹은 잠재적 활동을 정확히 짚어 낸다. 이 협력이라는 용어는 정부가 민간 기업, 민간 조직 또는 민간인과의 협력을 통해 공적인 임무를 완수하려는 경우를 일컫는다.
폐기물 수거나 교도소 운영과 같은 임무를 민간 기업에 위탁하기 위해 계약을 맺는 차원을 협력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는 계약서에 민간 기업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는 까닭에 정부의 상당한 통제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공적인 임무를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정부가 민간 기관에게 상당한 ‘재량’을 부여했다면, 그 관계가 바로 ‘협력적’ 관계가 된다.
이 ‘협력적’ 관계를 개념화하고 분석하기 위해 저자들은 주요 공공 서비스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한 가지 예로서, 모든 계층의 정부 기관은 다양한 종류의 공공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빈번하게 협력 관계를 맺게 되는데, 저자들은 6개의 각기 다른 도시의 4개의 공공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한 도시를 제외한 모든 도시가 민간 조직과 협력적 방식을 통해 하나 이상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예로서, 저자들은 정부가 협력을 고려하게 되는 기본적인 이유를 포함하는 개념적 틀을 제시함으로써 이 협력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정부는 민간부문이 제한된 자원을 이용하여 향상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정부보다 낫다는 점을 인식하고 생산성을 위해 협력한다. 이 생산성을 이유로 정부는 항만 시설을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협력하며, 러시아의 농축 우라늄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를 확보하여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에 되팔기도 했다.
정부보다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더 많이 보유하고,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민간부문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청은 개별 기업이나 공장의 고용주가 단순히 OSHA 규정을 따르는 것보다는 필요한 안전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준수하는 것이 안전을 확보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어떤 사업을 진행해야 할 때, 민간부문과 협력해야 정당성을 갖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제개발처는 다양한 해외 원조 프로젝트를 민간의 비영리 기관 등과 협력하여 신뢰성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협력은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뉴욕시는 도시 내 공원을 복원하기 위해 민간 기업, 개인과 협력하여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저자들은 협력이 동반하는 잠재적인 비용과 편익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항만 보호와 같은 공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방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민간 기관, 즉 항구를 운영하는 기업에게 생산재량을 부여할 때에 국민의 편익은 증대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민간 기관이 공공 목표를 희생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한다면, 협력이 허용한 수익재량으로 인해 잠재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부의 안전 조치 시행을 돕고 있는 민간 기업이 안전을 위한 권고 사항을 이용하여, 자신의 제품 혹은 유관 기업의 제품 판매와 연계되도록 그 프로그램을 왜곡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협력이 허용한 선호재량으로 인해 민간부문의 행위자는 자신의 선호 혹은 특이한 선호를 반영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두 저자가 상당히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상세한 내용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 사례에는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 조성을 위한 협력으로 공공 이익이 증대된 사례, 연방정부의 학자금대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민간 은행과 협력했으나 실패한 사례, 차터스쿨의 운영, 의료보장, FDA의 신약 안전성 검사 등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저자들이 제시한 개념적 틀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정부가 언제 협력 방식을 채택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공 임무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인지,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왜 실패하게 되는지를 독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강조하는 사실 중의 하나는 어떤 성공적인 협력이라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 점검, 수정이 필요하다. 정부 관료는 업무 중에서 협력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어떤 보상이 필요한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분석해야 한다. 분석 후에는 역할과 책임을 배치하고, 그 관계를 설계하고, 협력의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은 협력의 점진적인 변화로 인해 계속적으로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사이클을 갖는다. 저자들은 정부의 관리자를 소위 서커스단의 링마스터에 비유한다. 다양한 참여자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조정하며, 그 공연을 발전시켜 나간다. 이 비유를 통해 정부 관리자의 역할에 상당히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개념적 틀을 개발하고, 특정 사례에 실제 적용해 보는 과정을 통해 이 책은 희망을 제시한다. 다양한 공공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실무적으로도 타당한 접근법이 바로 협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몇 가지 간단한 개념 도구를 적용함으로써 협력이 실패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우리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와 같은 분야에서도 협력적 방식을 통한다면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두 저자의 관점은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저자가 협력을 강조할 때, 나는 이상주의자처럼 미래의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민간부문의 근로자가 정부 관료와 협력하여 공공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의 의미는 민간부문으로 고용된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 생활의 일정 부분을 공공 임무 수행에 할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공공 목표의 완수를 위한 협력적 노력으로 인해 공공과 민간 사이의 장벽은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이 점은 입헌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공공 vs 민간’의 대결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이 함께 일한다는 인식을 널리 공유하는 데 달려 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