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모두가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선택을 함께했다면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똑똑한 존재라는 칭호를 얻었을지 모른다. 대신 인간은 그리 오래 존재하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 「음모론자들」 중에서
안타깝게도 인간 두뇌의 용량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인간이 주로 감각하는 것은 ‘저량(貯量, Stock)'이 아니라 ‘유량(流量, Flow)'의 변화, 즉 ‘가속도' 다.
--- 「벼락스타와 안티팬」 중에서
현실에서의 모든 선택은 이처럼 신경계의 수학적 계산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물론 우리는 이런 계산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계산 과정 없이 랜덤으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렇게 운에 맡겨 살아가면 이 지구상에서 단 몇 시간 생존하는 것도 쉽지 않다.
--- 「선택의 문」 중에서
수학 단원의 순서는 우리가 선택에 앞서 수행하는 무의식 속 정보처리 과정을 순서대로 펼쳐놓은 것이다. 확률과 기댓값을 마지막에 배우는 것은 적절한 선택이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학이란 무의식 속 계산 방식을 모사하여, 의식의 영역에서도 제대로 선택하기 위해 체계화된 방법이다.
--- 「선택의 문」 중에서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신은 사후 세계의 증거를 절대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처절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 「천국과 죽음」 중에서
인간은 집단 내 각 개체의 에너지 소모와 리스크는 줄이면서도 집단의 경쟁력은 향상시키는 생존 전략을 쓴다. 바로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구분도 이 생존 전략의 일부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결국 집단 구성원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 「진보와 보수」 중에서
감정이란 신경계가 보유한 정보에 근거하여 수학적 계산을 한 후 발생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감정은 철저하게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생존 도구다. 감정이야말로 인간이 이기적이며 계산적인 존재라는 확고한 증거다.
--- 「감정과 심리1」 중에서
우리는 생존 자원의 득실과 관련된 환경변화를 감각한다. 이 변화를 미분하여 변화의 속도를 계산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미분하여 변화의 가속도를 구한다. 이때 가속도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중요한 변화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앞으로 자신의 생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계산한다. 이때 두 차례 적분을 해야 한다. 적분한 결괏값에 따라 감정의 방향과 폭이 결정된다.
--- 「감정과 심리1」 중에서
따지고 보면 모든 감정표현은 우주 속 원자들의 위치와 운동량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시도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마찬가지로.
--- 「감정과 심리3」 중에서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깨달음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휘둘려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 「감정과 심리3」 중에서
불행은 누런 갱지 위에 연필로 쓴 글씨다.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겠다고 빡빡 문지르면 갱지가 찢어진다. 눈에 잘 안 띌 정도로만 대충 지우고 살아야 한다. 우린 모두 가끔씩만 행복했던 조상들의 후손이기에.
--- 「사랑과 행복」 중에서
인간이 정말로 솔직하려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 과반수로부터 ‘솔직해지는 대신 리스크에 노출되어도 좋다」 중에서는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아직까지 그 동의서를 받았다는 사람 못 봤다.
--- 「성격1」 중에서
의식 속에서 지친 사람은 무의식의 영역이, 무의식 속에서 굶주린 사람은 의식의 영역이 좋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둘 다 정답은 아니다. 정답은 그때그때 따르다. 어느 한쪽의 영역에서만 살려고 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다.
--- 「의식과 무의식」 중에서
사람들은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살아야 할지, 배부른 돼지로 살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한다. 나는 둘 중 하나로 살라고 권한다. 왜냐하면 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에게는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 「의식과 무의식」 중에서
인간이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럴 수도 있지」 중에서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광속 불변의 원리」 중에서가 깨진 것과 마찬가지의 큰일이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나 포함 인류 전체가 사라질 것이다.
--- 「삶의 목적」 중에서
결국 우리는 자연스러움이라는 이름의 소멸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우주 속을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존재들이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뛰고, 넘고, 자빠지고, 일어서고, 자빠뜨리고, 일으켜 세워주고, 업어주고, 껴안고, 부축해 주고, 내팽개치고…. 그러다 언젠가 자연스러움에게 잡힐 것을 뻔히 알면서도.
--- 「우주의 도망자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