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상은 인간을 더 잘살게 해주지만, 잘못된 사상은 국민을 가난으로 몰아넣는다. 때문에 사상을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풍요와 가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경제 체제도 사상에서 출발한다. 사상이 없다면 경제 체제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시장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다. 시장경제 체제는 나타난 결과이고, 이 체제를 낳은 사상은 ‘개인’과 ‘자유’에서 출발한다. 개인과 자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시장경제 체제는 기초 없는 모래성일 뿐이다. 시장경제의 본질과 원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개인과 자유에 대한 사상을 알아야 한다. --- p.9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 없이 정책을 만들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간다. 최저 임금 인상을 보자. 먼저, 인상된 최저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고용주는, 임금 지출을 줄여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자 수를 줄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임금(노동의 가격)이 높아지면 고용(노동 수요)이 줄어드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경제 원리인 ‘수요 공급의 법칙’으로 쉽게 설명된다. 즉, 최저 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 많은 근로자가 해고되고 신규 고용이 줄어들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은 최저 임금만 보고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른다”는 단세포적 예측만 하고, 고용이 줄어들어 많은 근로자들이 아예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결과는 보지 못했거나, 알고도 외면했다. 주로 비숙련 노동자를 위한 ‘착한 마음’만 갖고 만들어진 정책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정책이 된 것이다. 정책은 의도가 얼마나 선했나가 아니라, 의도와 관계없이 결과가 인간을 얼마나 이롭게 했나로 평가된다. 그래서 경제학자는 ‘따뜻한 가슴’ 뿐만 아니라 ‘냉철한 머리’까지 가져야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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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고정된 파이를 놓고 서로 많이 차지하려는 다툼이 아니고, 파이 자체를 키우는 발견적 절차다. 그래서 인류 생활을 윤택하게 할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생산하게 하는 질서이기도 하다. 스마트폰·페이스북·무인 자동차 같은 경쟁의 산물들은 다수의 패자를 발생시키기는커녕 수많은 기업들을 다 같이 승자로 만들었고, 소비자는 단지 선택만 함으로써 더 윤택한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경쟁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므로, ‘경쟁’이라는 명사보다 ‘경쟁한다’라는 동사로 나타내는 것이 본질에 더 어울린다. 새로운 세계를 열려는 경쟁 속에서 물론 패자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경쟁에서 다음 단계, 또 다음 단계의 기회는 항상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한번 성공했다고 해서 그 성공에 안주할 수 없고, 오늘 실패했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언제나 최종 심판은 소비자가 한다. 소비자가 보는 것은 오로지 상품의 가격과 품질이다. 기업이 경쟁하고 소비자가 선택하는 과정에는 집안·지연·학벌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경쟁은 가장 정의롭고 공평한 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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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반만년 역사를 딱 두 시기로 나눈다면, ‘대한민국 이전’과 ‘대한민국’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48년의 제헌헌법-대통령 선출-대한민국 선포까지 일련의 사건은 역사상 처음으로 백성이 국민이 된 혁명적 변화였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그래서 그냥 건국이 아니라 ‘건국 혁명’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택한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나라를 건설했다. 반면, 오랫동안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선택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북한의 차이는 경제 체제뿐이다. 그 단 하나 차이가 많은 차이를 낳았다. 우리가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온 기간은 고작 70여 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시장경제 체제의 사상적 뿌리가 얕고, 그만큼 시장경제 파괴자들의 선동과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려면, 이 체제가 채택된 과정과 꽃피운 비결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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