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프 사자처럼 무서워하는 것은 임금님뿐이다. 당신은 내가 임금님을 무서워하듯 당신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무서워한다면 어떤 재앙도 상관하지 않겠다. 이 허리띠가 끊어져도 상관치 않겠다.
왕자 허리띠가 끊어지면 큰일이지. 네 창자가 무릎 주변에 흘러넘치게 될 테니 말이네! 자네 가슴속에는 진실과 성실과 정직성이 없어. 내장과 횡격막으로 꽉 차 있어. 너는 정직한 부인한테 절도의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네! 이 뻔뻔스러운 뚱보 녀석아, 네 호주머니 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었다는 거냐. 선술집 계산서, 매춘굴의 메모지, 헐떡이는 숨결을 진정시키는 얼음사탕 한 조각, 그 밖에 잃으면 손해 보는 귀중품이 있었다고 한다면, 나를 악당이라 불러도 좋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는가? 털린 것이 억울해서 못 참겠다는 거냐? 창피한 줄 알라!
--- p.91 「헨리 4세 1부」 중에서
나는 오랫동안 자네 같은 사람을 꿈꾼 적이 있다. 살이 찌고, 부푼 늙은 추물(醜物)을 꿈꿔보았지만, 잠을 깨고 보니 그 꿈이 싫어졌다. 앞으로는 몸을 줄이고, 덕을 살찌우게. 폭음 폭식을 삼가라. 너의 무덤 아가리가 다른 사람보다 세 배나 더 크게 입을 벌리고 있다. 어리석은 재담으로 나의 말에 응답하지 마라. 나를 옛날의 나로 착각하면 큰 잘못이다. 하느님도 알고, 국민들도 안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과거의 나를 버렸다. 동시에 과거의 친구들도 버릴 생각이다. 만약에 내가 옛날의 내가 되었다는 소문이 돌면, 그때에는 돌아오게나. 그대를 옛날의 친구로서, 나의 방탕했던 시절의 스승으로서, 나를 키운 어버이로서, 반갑게 맞겠다. 그때까지는 죽음의 고통을 누르고, 자네를 버리겠다. 이미 나는 옛날 악우(惡友)들에게도 말했지만, 내 신변 십 마일 이내에 접근하면, 즉시 사형을 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목숨을 부지할 수당만은 지급토록 하겠다. 먹는 일이 궁해지면 또다시 악행을 저지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너희들이 뉘우치는 정성을 보이면, 각자의 능력, 재능을 참작하여, 등용의 길을 열어주겠다.
--- p.245 「헨리 4세 2부」 중에서
아, 케이트, 까다로운 습관도 위대한 왕자에게는 굴복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케이트, 그대와 나는 한 나라의 보잘것없는 습관의 울타리에 갇힐 몸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풍속 습관을 만들어내는 창조자예요. 케이트, 우리들의 지위에 뒤따르는 자유의 특권이 온갖 비방자들의 입을 막아줄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이 나라의 옹졸한 습관에 얽매어 나의 키스를 거부하더라도 내가 당신의 입을 막는 것과도 같소. 그러니 얌전하게 나의 말을 들어주시오. (그녀에게 키스한다) 케이트, 당신의 입술에는 마술이 묻어 있는가요? 프랑스 고관들의 혀보다는 당신의 달콤한 입술의 감촉이 훨씬 더 많은 웅변을 하고 있어요. 그것은 또한 국왕들이 연서한 청원서보다도 더 강렬하게 영국 왕 해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아, 그대의 부친이 오시네.
--- p.359 「헨리 5세」 중에서
다른 말을 다오! 이 상처를 묶어라! 하느님, 자비를 베푸시오! 뭐야, 꿈이었구나. 오, 겁먹은 양심이여, 나를 괴롭히지 마라! 촛불이 파랗게 타고 있다. 한밤중이로구나. 떨리는 몸에 싸늘한 땀방울이 솟는구나. 무엇이 무서우냐? 나 자신인가? 옆에는 아무도 없다. 리처드는 리처드를 사랑한다. 나는 나다. 여기 살인자가 있는가? 확실히 있다. 그게 나다! 도망쳐라. 뭐야, 나로부터 도망쳐? 왜? 내 복수가 무섭기 때문이지. 내가 나에게 복수해? 하지만, 아아, 나는 나를 사랑한다. 왜? 내가 나 자신에게 좋은 일을 했기 때문인가? 천만에. 나는 나를 증오해. 내가 나를 미워할 숱한 죄를 지었기 때문이지. 나는 악당이다. 거짓말이야. 나는 악당이라고 아니다. 자신에게 악담을 하지 마라, 바보. 칭찬도 말라, 바보. 내 양심에는 숱한 혀가 있는 모양이다. 그 하나하나의 혓바닥이 제각기 멋대로 지껄이고 있다. 그 하나하나의 얘기가 나를 악당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위증죄, 그것도 용서할 수 없는 위증죄. 살인죄, 그것도 가장 가장 끔찍한 살인죄. 그 밖에 저지른 죄가 대소를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법정에 몰려 와서 “유죄다, 유죄다!”라고 아우성친다. 절망할 수밖에 없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 pp.492~491 「리처드 3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