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고양이를 위한 변명

고양이를 위한 변명

윤선애 | 북랩 | 2022년 01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4건
정가
13,800
판매가
12,42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42g | 148*210*12mm
ISBN13 9791168361331
ISBN10 116836133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파란 하늘이 더 높아지고 바람이 내 몸을 파고들 때쯤, 나는 걷기 시작했다. 나는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는 앞다리와 뒷다리를 번갈아 뗐다. 나의 첫걸음은 그렇게 시작됐다. 내 첫걸음은 엄마를 조용히 웃게 했다. 엄마는 한 번도 큰 소리로 웃지 않았다. 바깥의 소리가 엄마의 웃음에 묻히면 안 된다고, 우리가 내는 소리가 바깥의 소리를 덮으면 안 된다고 했다. 엄마는 언제나 소리 없이 웃었다. 엄마는 늘 이렇게 말했다. “소리를 담아야 한다. 대나무를 타고 흐르는 소리, 끼이익 문 여는 소리, 툭툭 돌 깨는 소리, 그리고 야오옹 유혹하는 소리. 귀에 방문하는 모든 소리를 기억해라.”
--- p.6

“도경 씨, 아침에 마당에 나가 봤어?” “아니. 왜? 마당에 또 쓰레기가 버려졌어?” “우리 마당에 또 종량제 봉투가 뜯긴 채로 쓰레기가 온 마당에 다 흩어져 있어. 마치 종량제 봉투가 토한 것처럼 봉투는 구멍이 뚫려 있고, 구멍에서 나온 쓰레기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 빨리 마당으로 가 봐.” 느긋하게 메이저리그 중계를 더 보고 싶었지만, 되살아난 아내의 호기심을 지켜 주기 위해 나는 아내를 따라 마당으로 나갔다. 종량제 봉투는 처참할 정도로 심하게 찢어진 채였다. 종량제 봉투는 칼로 매끈하게 잘린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이빨로 물어뜯기라도 한 것처럼 너덜너덜 찢어져 있었다.
--- p.40

어느 순간, 소리가 멈추었다. 엄마가 돌아왔다. 내 꼬리는 꼿꼿하게 세워졌다. 엄마가 좋아서 나는 코를 엄마 코에 대고 문질렀다. 고소한 냄새가 났다. 그러고 나는 다시 앞발을 들어 엄마의 얼굴을 가볍게 톡톡 쳤다. 우리를 두고 떠나지 않은 엄마가 좋아서 엄마의 옆구리에 스치듯 내 몸을 비볐다. 엄마의 냄새가 내게로 넘어왔고, 내 몸의 냄새가 엄마에게로 넘어갔다. 엄마는 나의 눈을 핥고, 등을 핥고, 엉덩이를 핥고, 내 꼬리를 살짝 물었다. 엄마의 모든 냄새가 내게로 넘어왔다. 엄마가 내 곁에 있다. 나는 앉아서 코를 킁킁거리며 미끌미끌한 엄마의 젖을 찾아 빨았다. 엄마의 체온이 내 안으로 넘어왔다. 엄마는 내게 젖을 물리며 숨을 들이쉬었다. 엄마는 젖을 빠는 나를 핥고, 때때로 먼 곳을 응시했다. 그럴 때면 나는 엄마와 얼마쯤 떨어진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배가 차자 나는 엄마의 젖에서 입을 뗐다. “엄마, 엄마, 어디 갔었어?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는데….” “먹이를 구하러 갔지. 오늘은 제법 먼 곳까지 다녀왔어. 이제 너도 자야지. 엄마도 좀 쉬어야겠다. 춥다. 엄마한테 꼭 붙어라.” 나는 엄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짙은 피로감이 담긴 엄마의 숨소리에 말을 멈추었다. 엄마 배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엄마의 숨소리에 맞춰 나도 잠이 들었다.
--- p.70

삼색의 털을 가진 고양이는 고양이 간식을 챙겨 오지 않은 내게로 와서 몸을 비볐다. 털을 만지니 부드러웠다. 아내는 고양이 털을 쓰다듬었고, 나는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호수 옆에는 커다란 버드나무가 있었고, 화단 가운데에는 일렬로 선 관목과 억새가 있었다. 그리고 관목 사이에는 벌써 고양이의 겨울 집이 마련돼 있었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계절을 타는 사람들은 고양이들도 살찌우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과 따뜻한 온기가 그곳에 함께했다. 아내와 나는 그곳을 벗어나 다시 길을 걸었다. 선암호수공원 곳곳에 고양이 급식소가 있었다. 그리고 현수막도 내걸려 있었다. ‘길고양이 학대는 범죄행위입니다.’
--- p.128

엄마는 언제나 집 밖에서 추위와 함께 있었다. 밖에 있는 엄마가 걱정되어 나는 집 입구에 쳐진 막을 머리로 밀어내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 추위 한가운데 우뚝 동상처럼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처럼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의 기억은 여기를 떠나 어떤 먼 곳으로 떠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다급하게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엄마는 먼 곳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나를 바라봤다. 내 외침으로 엄마를 붙들어 둘 수 있어 다행이었다. “추운데 왜 나왔니? 어서 들어가. 춥다. 어서.” “엄마, 엄마도 춥잖아. 엄마도 집 안으로 들어와.” “그래, 그래. 어서 들어가. 엄마도 들어갈게.” 나는 집 안으로 들어와 누워서 엄마를 생각하며, 엄마를 기다렸다. 기다려도 엄마는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하나에서 열까지 셀 때까지도 엄마는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 p.162

회원리뷰 (3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2,42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