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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 부인 (큰글자)

보바리 부인 (큰글자)

큰글자 세계문학컬렉션-3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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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98*273*20mm
ISBN13 9788952241405
ISBN10 895224140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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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그녀는 자기가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사랑에 의당 뒤따라야 할 행복이 오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자기가 잘못 생각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엠마는 책을 읽을 때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던 기쁨이니 정열이니 황홀이니 하는 것들, 자기가 지금 맛보고 있지 못하는 그런 것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싶었다. --- pp.44~45

그녀는 마음속으로 뭔가 돌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난파선의 선원들처럼 그녀는 절망적인 눈초리로 저 멀리 수평선에 흰 돛이 나타나기를, 고독 속에 방황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 돌발 사건이 어떤 것일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바람에 실려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그 배가 보트일지, 갑판이 있는 커다란 배일지, 그 배에 고통만 가득 실려 있을지 아니면 행복이 그득해 있을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그 일이 바로 오늘 벌어지기를 바랐다. --- p.64

어느 날 이사 준비로 서랍을 정리하던 중 엠마는 무엇엔가 손가락을 찔렸다. 결혼식 부케를 묶은 철사였다. 오렌지 꽃봉오리에는 누렇게 먼지가 덮여 있었고 은빛 테두리를 두른 비단 리본은 가장자리가 풀려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불에 던져버렸다. 부케는 메마른 짚보다 더 빨리 타버리더니 천천히 오그라들면서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오그라든 종이 꽃잎은 벽난로 뒤판을 따라 검은 나비처럼 흔들리며 날아다니더니 마침내 굴뚝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3월에 그들이 토트를 떠났을 때 보바리 부인은 임신 중이었다. --- pp.68~69

그녀의 속은 탐욕과 분노와 증오로 들끓고 있었다. 똑바로 주름 잡힌 옷이 그녀의 뒤틀린 마음을 감추고 있었으며 정숙해 보이는 입술이 그녀의 마음속 번뇌를 차단하고 있었다. 그녀는 레옹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그 사랑을 한껏 즐기기 위해 고독을 택했다. 그를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되면 이러한 상상 속의 쾌락이 흩어졌다. 그의 발소리에 엠마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그러나 정작 그가 나타나면 감동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놀라움 속에서 그 감동은 슬픔으로 변해버렸다. --- p.96

“그래, 내게 애인이 생겼어. 사랑하는 사람이!”
그녀는 마치 제2의 사춘기를 맞이한 것처럼 기쁨에 들떠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녀는 이제 처음으로 사랑의 기쁨을 느낄수 있게 된 것이다. 결코 오지 않으리라고 체념했던 행복이 찾아온 것이다. 모든 것이 정열적인 세계, 도취만이 그득한 황홀한 세계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푸른빛의 무한한 공간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으며, 그녀의 상념 속에서 그녀의 감정들은 산봉우리들처럼 최고조의 절정에 달해 있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들은 그 산봉우리들 사이 어두운 곳 저 멀리 까마득하게 보일락 말락 할 뿐이었다. --- p.127

그녀는 시간이 갈수록 로돌프에게 매달렸다. 아니다. 그와 함께 어디 미지의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가야 한다는 꿈에 매달렸다고 보는 것이 옳다. 더욱이 그녀가 제발 어디론가 데려가달라고 사정해도 로돌프가 딱 잘라 거절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희망에 부풀었다. --- p.137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레옹은 이따금 엠마를 생각했다. 그러나 애초의 사랑의 감정은 조금씩 옅어지고 대신 그 위에 여러 가지 다른 욕망들이 쌓여갔다. 그러나 그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의 미래 속에서는 그녀와의 희미한 약속 같은 것이 마치 환상 속 나뭇잎 사이에 매달린 황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 p.162

그녀는 그렇게 타락하고 저속한 행복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사실에 굴욕감을 느꼈다. 하지만 습관 때문에, 혹은 엠마 자신이 이미 타락해 있었기에 여전히 그 관계에 매달렸다. 그녀는 갈수록 그 관계에 악착같이 집착했으며, 그러면서 보다 큰 미지의 행복을 늘 그리고 있었기에 현재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대에 어긋나기만 하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늘 레옹 탓을 했고 마치 그가 배신이라도 한 것처럼 그를 원망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헤어질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무슨 파국이라도 찾아와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헤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까지 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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