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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천사 루시퍼 1

타천사 루시퍼 1

양선희 | 청어람 | 2000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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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818695
ISBN10 8988818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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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양선희
1980년생. 경산대학교 국문과 재학중. 도서출판 청어람의 신인작가 공모에 응모, 작가로 등단하게 된 신예. 단아하면서도 예리한 필치를 자랑하는 그녀는 판타지 문학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자 각오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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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천연의 사파이어 빛이 무색한 푸른색이 하늘에 걸쳐져 있고, 눈부신 황금빛이 만발한 꽃이 가득한 언덕, 눈에 닿는 어느 곳이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는, 이른바 인간들이 말하는 천국이 과연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은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으헉!」
붉은색과 보라색이 미묘하게 배합된 핏빛 검, 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 하나가 꽃이 만발한 언덕 위에 엎어지듯 쓰러졌다. 가슴을 관통한 검이 천사의 몸에서 뽑혀 나오자, 빨간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황금빛 반짝임에 눈이 부시던 꽃이 붉게 물들어가자 핏빛 눈이 미소 짓는다. 또다시 동료를 잃은 천사들의 얼굴이 그들의 날개만큼이나 하얗게 변해갔다.
「전 당신들을 제 공간으로 초대한 기억이 없습니다만.」
여전히 눈가에 어린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검을 든 인영(人影)이 입을 열었다. 부드러운 어감이었지만, 감정이 절제되어 스산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였다.
「젠장!」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일행의 3분의 1을 잃은 천사들 중 한 명이 짧은 욕설을 터뜨렸다. 이 말을 신호로 다른 한 명이 튕기듯 앞으로 달려들었다. 백색의 가는 창이 놀라울 만한 속도로 허공을 가로질렀지만, 허무하게도 다시 핏빛 검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천계의 규율을 알고 계시겠지요? 전 제 공간에 무단으로 침입한 침입자를 처리하겠습니다.」
곧 인영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천사들의 시체를 밟으며 앞으로 튀어올랐다.
「막아라!」
소멸의 위기감에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는 천사들에게 우두머리쯤으로 되어보이는 천사가 용감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는 채 말을 맺기도 전에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당신이 저들의 대장이신 모양이군요」
매끄러운 목소리가 들리며 루비 같은 붉은 핏빛 눈동자가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대장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성(性)이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파워즈(능천사) 중 징벌을 담당하시는 분 같은데, 어떤 용무로 제 공간을 무단으로 침입하셨습니까? 유성천사(有性天使 : 성별이 있는 천사)인 당신은 무성천사(無性天使 : 성별이 없는 천사)인 저를 이길 수 없습니다.」
「천계의 배반자에게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다.」
「배반자? 제가 말입니까?」
「너말고 이 공간에 누가 있나? 마계에 떨어진 사탄처럼 천계를 거머쥘 계략을 꾀하지 않았는가, 타천사 루시퍼!」
--- p. 13~14
'도와주세요. 그냥 호의로써... ... .'

귓가를 맴도는 루진의 이 말을 루시퍼는 무시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그러나 결국 두 손을 들고 항복하고 마는 그였다.작게 한숨을 내쉬고 루진을 들어올려 어깨에 들쳐멘 그는, 무척 서운하다는 어조로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숲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아... ... 요르테닌의 스테이크가 눈앞에서 멀어지는구나.'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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