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진 앞에서는 눈물이 핑돈다.어느 문장 앞에서는 막막하다. 남몰래 공간을 사랑하는가 싶더니 시인은 곳곳에 시인의 마음을 숨겨놓는다. 사진이 시가 될 수 있다는 이 명백한 증명, 그래서 아름다운 이 한 권은 우리가 무엇을 겪으며 살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아무것도 아닌것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우리는 쓸쓸하게나마 다소 행복하고 싶은 것, 이제는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겠다. 이훤시인이 선물해준 세계의 목록들 앞에서, 세계의 공기 앞에서 여러 번 마음이 베이고만다. 그러다 이 문장앞에서는 그만 얼굴을 묻고말았다.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무엇도 되지말자, 라니. 도시의 속삭임, 고독의 형태, 차가운것의 뜨거움. 시인은 앵글로 풍경이아닌 감정을 잡는다. 말을 걸 수 없는 대상에게 말을 걸고 대답을 듣는다. 이훤시인이 살아내는 솜씨에, 삶의 흠집을 덮어내는 솜씨에 나는 그만 경탄하고만다.
- 이병률 (시인, 여행가)
정지된 이미지는 우리를 꿈꾸게 한다. 그 순간의 앞과 뒤에 머물던 일에 대해서. 그 순간을 목격한 한 사람에 대해서. 그이가 일부를 통해 드러내려한 세계에 대해서.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소리 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그때마다 눈의 결정체 같은 작고 아스라한 감정이 안에 맺히곤 했다. 나는 그것을 이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작고 조용한, 그 순수한 의지가 네가 좇고있는 시로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천천히 젖어갔다. 이 책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일을 은유하고 있다. 마음을 다해 찍고, 애써 쓰고있는 시인의 웅크린등, 아름다운 정면의 배후가 자꾸 눈앞에 선하다. 본적없는 뒷모습이.
- 유희경 (시인, 서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