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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못한 말들

만나지 못한 말들

: 너무 늦게 깨달은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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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못한 말들 (큰글자도서)
[도서] 만나지 못한 말들 (큰글자도서)
이림 저 심플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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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못한 말들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00g | 135*205*14mm
ISBN13 9791186757796
ISBN10 1186757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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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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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암 수술. 수술이란 병을 치료하는 과정이 아니라 남은 생의 기간을 알려주는 것임을 알게 됐다. 수술 전엔 명확하지 않았던 ‘남은 시간’이 수술 후엔 나왔다. 길어봤자 6개월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남은 시간이 6개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 p.67

부모님이 떠나고 남은 나는 마치 가죽 같았다. 피도 살도 뼈도 없이, 껍데기만 남은 그런 가죽. 실컷 울어서인지 몸 속에 물 한방울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바스락거리는 가죽이 되어 덩그러니 침대에 올려져 있는 듯한, 그런 밤을 멍하니 보냈다.
--- p.122-123

사춘기(思春期). 봄을 생각한다는 글자 뜻대로라면 나는 아마도, 남이 가진 것을 봄이라 여기고 내 주변을 겨울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봄은 언제 오나, 나도 봄을 누리고 싶다…. 겨울잠을 자는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바깥만 바라봤다. 남에 대한 부러움이 커지던 딱 그만큼씩 부모님에 대한 부끄러움도 커졌다.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너무 커서, 스스로의 자리가 어디인지 늘 헷갈렸다.
--- p.136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냥 얼굴을 마주 보고 싶다. 생기 있는 얼굴로 마주 앉을 수 있다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따뜻한 손을 만져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을 땐 소중한 줄도 모르다가, 이제야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 p.139

부모는 효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들 한다. 내 주제에 효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한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을 그토록 상처 입혔음이 뼛속 깊이 후회됐다. 해서는 안 될 말들을 너무 쉽게 뱉어버렸다. 내가 상처를 받으며 자랐기에 되돌려주는 것이라 여겼지만, 그 공격들이 내게도 고스란히 상처가 됐음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됐다. 가시 돋친 말은 상대를 찌름과 동시에 나를 찌른다. 내가 뭐라고, 아버지를 단죄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봤을까.
--- p.156

병원은 무서운 곳이었다. 병도 무섭고 돈도 무서운데, 그 두 가지가 서슬퍼렇게 노려보는 무시무시한 곳이 병원이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우리처럼 직장 다니는 자녀마저 없는 노년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 둘 다 실직 상태였다면 그 돈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그런 사람들은 병을 어떻게 해결하는 걸까.
--- p.159

‘다음’이 있다고, ‘내일’이 있다고 당연하게 믿은 날들이었다. 설마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라고 막연히 믿고 그렇게 미루다가 결국 못 건넨 것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만 내일로 넘어와 있었다. 못 드린 꽃도 카레도 다 어제에 남고, 받을 사람들의 자리는 비어 있다.
--- p.165

영혼없는 칭찬을 짜내고 있는 나를 보는 아이의 눈을 마주할 때면 나를 빤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 욱하는 나를 아이가 말없이 가만히 쳐다볼 때면, ‘정신 차리세요’하는 것 같아 눈을 피하기도 한다. “꼭 너 같은 자식 낳아봐라”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 느낀다.
--- p.185

부모가 돼보니 조금 알 것 같다. 부모라는 존재도, 세월이 가면서 생각과 취향과 그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자녀 입장에서 ‘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어쩌면 부모도 자식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옛날 어느 시기의 단편적인 기억뿐인데, 서로를 대충 짐작해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 p.217

육아든 부모 돌봄이든 대개는 장기전이다. 장거리 선수는 초반부터 죽을힘을 다해 달리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는 것이 중요하므로 힘을 안배한다. 돌보는 일도 마찬가지. 잘해보겠다는 의욕을 성급하게 불태우기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레이스다. 자신의 일상을 지켜가면서 장기전에 돌입하는 것이 좋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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