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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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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26g | 146*210*15mm
ISBN13 9791192149059
ISBN10 11921490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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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 : 나는 네 아비의 망령이다. 밤이면 정해진 시간 동안 어둠 속을 떠돌다 낮이 되면 불길 속에 틀어박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생시에 저지른 죄가 불꽃 속에 타 없어져 정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내가 금단(禁斷)의 계율을 깨뜨리고 연옥(煉獄)의 비밀을 한마디라도 털어놓는다면, 그것을 듣고 너의 영혼은 상처를 입고, 젊은 핏줄은 얼어붙으며, 너의 두 눈은 유성처럼 튀어나와 사라지고, 마디마디 곱슬한 머릿 다발은 헝클어지며, 머리칼은 한 가닥 한 가닥 성난 산돼지 털처럼 곤두설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세계의 비밀을 이 세상 사람에게 털어놓을 순 없다. 듣거라, 듣거라, 잘 듣거라! 만약에 네가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사랑한 적이 있다면…….
햄릿 : 오, 신이여!
망령 : 네 아빌 죽인 극악무도한 살인자에게 복수하라. --- p.38~39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참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 마음속으로 참아야 하느냐.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난과 맞서 용감히 싸워 그것을 물리쳐야 하느냐. 어느 쪽이 더 고귀한 일일까. 남은 것이 오로지 잠자는 일뿐이라면 죽는다는 것은 잠드는 것. 잠들면서 시름을 잊을 수 있다면, 잠들면서 수만 가지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을 잊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최상의 것이로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아마도 꿈을 꾸겠지. 아, 그것이 괴롭다. 이 세상 온갖 번민으로부터 벗어나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가를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이 같은 망설임이 있기에 비참한 인생을 지루하게 살아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의 채찍과 조롱을, 무도한 폭군의 거동을, 우쭐대는 꼴불견들의 치욕을, 버림받은 사랑의 아픔을, 재판의 지연을, 관리들의 불손을, 선의의 인간들이 불한당들로부터 받고 견디는 수많은 모욕을 어찌 참아 나갈 수 있단 말인가. 한 자루의 단검으로 찌르기만 하면 이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진대, 어찌 참아 나가야 한단 말인가. --- p.76~77

햄릿 : (칼을 뺀다) 이건 뭐냐! 쥐새끼냐? 뒈져라, 뒈져! (커튼 속으로 칼을 찌른다)
폴로니어스 : (커튼 뒤에 쓰러지며) 아, 찔렸구나.
거트루드 : 이게 무슨 짓이냐?
햄릿 : 글쎄, 모르겠군요. 왕입니까?
거트루드 : 잔인하고 포학한 일이다!
햄릿 : 포학한 일―정녕 나쁜 일이긴 하죠, 어머니. 왕을 죽이고 그 동생과 결혼한 일처럼요.
거트루드 : 왕을 죽여?
햄릿 : 그렇습니다. (커튼을 들치자 폴로니어스의 시체가 드러난다) 늙고 쓸개 빠진 녀석. 여기저기 아무 데나 끼어드는 어릿광대. 잘 가거라. 너보다 더 높은 놈인 줄 알았더니. 자, 이게 네 운명인가 보다. 주제넘게 나서면 신상에 해로워. (커튼을 내리고 왕비를 향하여) 손만 쥐어뜯지 마시고, 조용히 앉으세요. 제가 왕비님의 마음을 쥐어 짜드리겠습니다. 그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악행에 물든 당신의 마음은 놋그릇처럼 굳어져 감정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없는 건 아닙니까?
--- p.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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