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에게 자동차란 신발처럼 이동수단일 뿐이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내게 좋은 자동차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지위나 명예나 품격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일본인들도 남에게 보이는 것에 많이 신경 쓰지만, 말 그대로 그것은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예의를 차리는 수준 이상은 아니다. 좋은 옷, 좋은 집을 보면 갖고 싶고 탐이 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부러움을 넘어 존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예에 대한 일본인들의 존경심은 어쩌면 사무라이로부터 온 것이 아닐까 한다. --- p.13
일본의 TV 드라마는 1시간 방송에 3~4회의 선전이 나온다. 일본인들은 일본에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는 중간에 선전 화면 없이 1시간 방송이 계속되기 때문에 화장실도 못 가고 차 한 잔도 제대로 못 마시면서 긴장감 속에 손에 땀을 쥐고 숨죽여 가면서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골퍼들은 오전에 9홀을 돌고 나서 한두 시간 점심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다 다시 오후에 9홀을 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도 일본인들은 음식이 빨리 나오면 종업원에게 음식을 천천히 가지고 오라고 지적한다. 일본에서는 영화가 끝나도 제작진 리스트 자막과 음악이 계속 나오는 도중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와 너무 다르지 않은가. --- p.37
라멘 한 그릇을 뚝딱 먹는 동안 눈물, 콧물. 땀방울 같은 내 그리움의 찌꺼기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프놈펜 라면의 특징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주문을 받고 나서 그때부터 새로 국물을 만든다. 자체 개발한 국물 원료를 넣고 마늘, 파, 요리용 정종, 샐러리, 토마토, 돼지고기 몇 점, 마른 고추가루와 고추씨, 소금, 배추 등으로 국물을 만든다. 그리고 면발은 따로 끓는 물에 삶아 꺼내 그릇에 담은 뒤 만들어놓은 국물을 위에 붓는 것이다. --- p.71
일본인도 상대의 강권으로 술을 받아 마신 후 취하고 싶은 마음도 가슴 깊이 숨기고 있는 듯하다. 한번은 한국인 몇 사람과 비즈니스 관계로 일본인들과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인 손님들은 폭탄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불안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의외로 너무나 즐거워했다. 반응이 좋자 도미노주, 성화 봉성주, 회오리주, 삼색주, 드라큘라주 등 온갖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 모습을 본 옆 좌석의 일본인들도 "최고야! 훌륭해! 스바라시이!"를 연발했다. 술집 안의 모든 시선이 우리 좌석으로 쏠렸다. --- p.131
일본 최고의 지식인이라 평가받는 오마에 겐이치는 일본 경제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일본 사회에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과 한국은 모든 국민이 강한 상승지향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버블 붕괴 이후 오래 지속되는 경제 후퇴로 젊은이들이 무기력해지고 직업이나 공부에 대해 의욕저하로 지식의 쇠퇴와 사고의 정지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버블 후유증으로 맨탈리티가 바뀐 일본인들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대표처럼 금방 행동으로 옮기는 인간이 많이 나와야 일본의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손정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한다 해도 태어났을 때 상태로 돌아갈 뿐이다." --- p.157
적어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관광산업의 국가적 관심은 소극적이었고 홍보 예산 또 적었으며 그 척도가 방글라데시 정도로 세계 33위가 될 정도로 관광 홍보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초부터 관광산업은 일본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주도해 시작된 것이 바로 일본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글로벌 관광전략이었고, 그 한가운데 자리 잡은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비지트 재팬' 캠페인이다. --- p.181
나는 지금도 하루 24시간이 짧다.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고, 정리하고, 사업을 구상한다. 어쩌다 틈이 날 때도 잠시 머리만 쉴 뿐 몸은 쉬지 않는다. 관광사업, 한국기업 무역업무뿐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하려고 애쓴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고된 일정이나 학교 강의와 여기저기 벌려놓은 몇 가지 일이 있어 나는 오히려 즐겁다. 어쩌면 나는 흔히들 말하는 일벌레나 워커홀릭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생글생글 웃음을 유지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워커홀릭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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