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방금 육체를 마친 얼굴처럼

방금 육체를 마친 얼굴처럼

걷는사람 시인선-059이동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54g | 125*200*9mm
ISBN13 9791191262957
ISBN10 119126295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헤어지지 못할 거라는 예감은 쿠키의 맛처럼 제각각이어서 젖은 하늘빛 린넨 셔츠가 마르기 전에 서둘러 육체를 마쳤다 치자의 끝말은 치자리 수국의 끝말은 수구리 짙어진 하늘과 옅어진 등대 사이에서 면과 읍과 리를 그리워한 거지 사라진 희뿌연 낮달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보랏빛 비를 뿌렸지 다가오는 달빛은 인간의 뜨거운 손끝에 누런 화상의 자국마저 길가에 버려진 치자꽃의 리, 그렇다 치자 아니라고 치자 수국은 태양처럼 크고 둥글었지 방금 육체를 마친 얼굴처럼
--- 「수국과 치자꽃」 중에서

채식하세요? 발톱 끝의 피를 짜던 그가 물었다 네 그러고는 대화가 끊어졌다 그는 꿇어앉아 피를 짜고 나는 누런 전기장판이 놓여 있는 병실 의자에 기역으로 걸터앉아 그에게 두 발을 맡기고 있다 그의 바늘은 손톱을 향해 다가온다 엄지 검지 차례차례 피를 짠다 그가 채식하세요 다시 묻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그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울에 가야 해서요 약이 더 필요해요 그는 언제 떠나는지 물었다 이번 일요일에 올 거예요 나는 돌아올 날짜를 말하는 중이었다 올갱잇국처럼 엇갈리는 시점이었으나 올갱잇국처럼 같은 시점이기도 했다 그가 손바닥에 침을 놓았다 위에 문제가 생긴 게 맞군요 이십 분 후 그에 의해 일회용 침이 제거되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셔야 해요 그는 내 왼쪽 손바닥 생명선 두 갈래로 연하게 갈라진 꼬리 부분을 약솜으로 지그시 눌렀다 안 아팠어요 제가 누를게요 아… 안 돼요… 꼭 눌러야 지혈이 돼요 그는 오늘 딴사람 같다 우리는 늘 딴사람이 되곤 한다 곧 다가올 겨울이 달 뜬 가을을 보여 주듯이
--- 「요한의원」 중에서

달을 삼킨 얼음호수가 울먹이며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아랫도리가 다 녹아 상체에 간신히 몇 마리의 펭귄이 붙어 있었습니다 빙하는 시속 235km 달리는 자동차보다 빨리 녹고 있었습니다 영혼의 맨발은 꽁꽁 언발을 도끼로 잘랐습니다 오랫동안 아무 감각이 없던 심장도 꺼내 펭귄과 나누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썩어 들어가던 다섯 개의 팔은 장작처럼 바짝 말려 하늘나라 선녀에게 던져 주었습니다 마침 기후의 변화는 도끼를 도와주었습니다 도끼는 늘 운이 좋아 보입니다 더 이상 뛰어넘을 담이 보이지 않습니다 달빛은 호수 속으로 스며들어 유유자적 한 마리 물고기처럼 유영하고 있습니다 얼음호수는 목탁처럼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보였습니다 얼음호수 속에서 막 꺼낸 반야심경 속에서 울지 않는 아기가 태어나고 있다는 전갈이 도착했습니다 탈영혼은 달빛의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 니는 뭐꼬 니는 뭐꼬 없는 손가락으로 윤리적으로 적었습니다 니가 뭐기는 뭐겠노 그저 어리석은 인간이지 허공에서 번쩍 번갯불이 일어나 콩자반이 볶아졌습니다
--- 「메리 크리스마스」 중에서

공동묘지에서 노래가 흘러나올 때 랑랑 새들이 서로의 뼈를 뜯어 먹을 때 랑랑 슬쩍 한 팔 끼워 넣으며 내 편 하자고 할 때 랑랑 나도 할까 생각했어 랑랑 살짝 편안해지고 싶었거든 랑랑 저녁마다 유서를 적어 랑랑 내일 눈 뜨지 말자고 랑랑 몸은 젖은 소금가마니 랑랑 쉴 새 없이 놈들이 덮쳐 랑랑 그놈들을 누가 키웠다면 랑랑 이 땅의 풀들이 키웠지 랑랑 말해서 뭘 해 랑랑 말해서 뭘 해 랑랑 말은 말을 말아먹어
--- 「랑랑」 중에서

다이소에 들어가서 태풍 다나스와 자동차 다마스를 만났습니다 우리의 첫만남은 이렇듯 신선하였습니다 열대과일로 가득한 만남이었습니다 향기는 푸르렀고 파도는 노랗게 부서졌습니다 자동차는 흘러넘쳤고 수입과자는 줄을 섰습니다 우리는 복면강도입니다 쇼핑을 온 사람들은 우리가 무서워 오줌을 쌌습니다 아이야 괜찮아 울지 마 하면 더 크게 울거나 아예 까무러쳐 버렸습니다 우리는 자루에 더 담을 것이 없어 자루를 버리고 나왔습니다 주린 창자는 배불렀고 주름진 뇌는 노곤했습니다 센텀 광장은 평화로웠고 하늘에는 패션 구름들이 외출을 나왔습니다 시청자미디어센터 앞에 심어진 대추나무 신기합니다 (도심 한가운데 대추나무라니요) 인도 바닥에 떨어진 연둣빛 대추들 인도 사람 두 남자가 비유 말고 진짜 대추나무 열매를 따 먹고 있었습니다 대추에는 매연이 가득할 텐데요 여기저기 인도에 떨어진 이빨 자국 어룽어룽 어린 대추들 연둣빛 터번을 쓴 것 같습니다
--- 「윤리」 중에서

자몽하다는 비몽사몽간이라는 뜻이래요 망고하다는 연 날릴 때 연실을 다 푸는 것을 뜻한대요 블랙아이스는 아스팔트에 검게 보이는 결빙이래요 결핍인지 결빙인지 세계의 언어는 늘 민트빛처럼 새록새록 아름다워요 볕뉘는 틈 사이로 들어오는 작은 햇살이래요 국어사전을 찾아본 적은 없어요 맞으면 어떻고 틀리면 어때요 아름다운걸요 얼음다운걸요
--- 「시간의 기록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그의 시들은(산문 투의 진술일지라도) 곧잘 옆길로 샌다. 옆길이 더 유혹적이라고? 그보다는 “어릴 적 깊은 홍수가 방 한가운데를 쓸고 지나간 뒤 초록 눈동자의 어머니가 석유난로에 끓여 주던 하얀 쌀밥”의 기억을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만행을 하는 발견의 발정”으로 뒤틀어 버리는 것(「석류와 석유의 오묘한 뜻」)이다. 현실을 토대로 말하지만, 그 현실은 차츰 언어의 미로 공간으로 난입한다. 현실의 단면들 하나하나는 그러한 굴절을 통해 다른 세계를 표출한다. “우리는 괴물이 되지 말자 말한 사람이 더 괴물이 되고 괴물의 아이를 낳고 괴물의 아이들은 자라 진달래꽃 나라에 세금을 낸다”(「진달래꽃 나라」)는 변전의 놀라움.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상상을 나누거나 분리하기보다는 함께 말로 뒤섞어 얽어 짬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직조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세계는 결국 비극적 현실의 연장이며, 언어로 가공된 현실의 꿈과 자각이다. 그는 그 사실을 ‘침묵이 아닌’(「침묵의 형태」) ‘말’로 낯설게 드러내려 애쓰는 게 시인이라고 믿는다.
- 이하석 (시인)
송진은 말과 말 사이를 보는 시인이다. 말과 말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그 사이를 다시 말로 채워서 신나게 말잔치를 벌여 놓는 시인. 그 말의 대잔치에서는 석류와 석유도, 친절과 전철도, 토마토와 톱도 원래는 아주 가까웠던 사이인 것처럼 사이좋게 만나서 논다. 한바탕 질펀하게 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한바탕 질펀해진 말잔치를 구경한 입장에서는 영영 그 사이를 잊지 못하고 석류와 석유를, 친절과 전철을, 토마토와 톱을 한데 묶어서 떠올릴 것이다. 뿐인가. 의미상으로도 발음상으로도 전혀 상관이 없는 꽃과 질병 사이에도 송진 특유의 ‘사이’가 개입하면 흥건한 사유의 잔치로 돌변한다. 뿐인가. 벼와 벼 사이에도, 개구리와 개구리 사이에도. 언어와 사물의 간극만큼이나 먼 ‘사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증명하는 방식으로 송진의 시는 힘을 발휘한다. 아득히 먼 사이를 가깝게 하고, 한 몸처럼 가까운 사이를 다시 멀게 만드는 힘. 그 힘에 기대어 눈물에서 별을 느끼고, 땀에서는 태양을 느끼게 하는 마법 같은 순간이 송진의 시에서는 ‘실화’처럼 벌어진다. 우리들 언어의 허상 같은 순간을 벼락처럼 깨쳐 주는 마력이 송진의 시에는 어김없이 들어가 있다.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의 온갖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 말의 흥겨운 잔치를, 놀라운 발견을.
- 김언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