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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명의 하코다테

이안재 희곡선-00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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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88쪽 | 148*210mm
ISBN13 9791197089398
ISBN10 11970893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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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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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홀로 눈을 뜨고, 우리 인간들이 어서 눈 뜨길 기다리지. 그러나 인간은 절대 눈 뜨지 않고 귀 열지 않아. 그래서 우주는 외로운 거야. 자신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게 슬퍼. 우주는 하루 종일 괴롭고 슬퍼. 그래서 도는 거야. 가만히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우주는 돌고 돌고 미치기 시작하는 거야. 우리 인간이 불쌍해서!
--- p.22

전쟁엔 미치는 순서가 있다고. 처음엔 적하고 싸우다가 미치고, 두 번짼 자기 주변 우리끼리 싸우다 미치고, 세 번짼 자기 자신과 싸우다 미친대.
--- pp.32~33

술은 꿈을 꾸게 만들어! 과거를 잊게 만들고! 상처를 중화시키고. 그리고 무엇보다 술 마시면 보고 싶은 사람 맘대로 다 꺼내 본다, 이 가슴 속에서 꺼내서 욕하고 울고 부둥키고………
--- p.34

그 사람들 토모보단 저를 많이 좋아했어요. 토모는 맞으면 무조건 비는데, 전 맞을수록 대드니까. 아무래도 저를 상대하는 게 신나겠지요. 사냥꾼의 심정이죠 (...) 똑같은 표적이라도, 얌전한 쉬는 짐승을 겨누는 것보다 미쳐 날뛰는 짐승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게 더 희열을 느끼지 않겠어요
--- pp.47~48

눈을 딱 떴는데, 집안이 조용한 거예요. 동생은 울고 새엄마는 아무 말씀도 없고. 김요한이 동생 이름 석 자 적힌 징용 통지서 방바닥에 놓여있고, 그래서 내가 동생한테 그랬죠. 요한아 내가 오늘부터 요한이 너 할 테니, 네가 나 수일이 하면서 어머니 잘 모셔라. 새엄마가 말은 없구 주먹으로 가슴 쿵쿵 치시더라구요. 그길로 이름 바꾸고 동생 요한이로 삼 년 살았네요.
--- pp.48~49

할아버지는 매일 같은 시간 되면 남의 집 담벼락에 기대 볕을 쬐는 게 유일한 낙이예요. 어느 날 할아버지 외동아들이 몹쓸 병 걸려 죽기 직전인데도 이 어른 벼째기하는 순간 죽고 말았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 그 담벼락 햇살 아래에서 슬픔 참고 계셨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은 제게 벼째기 할아버지의 햇살 같은데예요
--- pp.48~49

근데 하루는 빨래를 하고 너는데, 하얀 광목 기저귀가 너무 많은 거래요. 그 관리인 부인꺼죠 다. 우리 조선사람들은 입을 옷도 없는데, 그 일본 부인은 뒷거리 광목천이 산더민 거예요. 몰래 하나 훔쳐 집에 와서 속옷 만들어 입으셨대요. 다음 날 관사에 나갔는데 그 일본 부인이 그 광목 기저귀 하나하나 세면서 엄마 보더래요. 얼굴 빨개져 아무 말 못 하고 있는데, 원래 한두 개 바람에 날려 간다면서 모른 척하더래요. 엄마는 그 집서 쫒겨날까 노심초사하는데, 그 일본 부인이 새 광목천 주면서 필요하면 언제고 말하라고 했대요
--- pp.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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