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푸르그. 어째서? 정말 이해 못 하겠어요? “마인 쾨르퍼샬레 콘테 니히 마인 가이스테스글루트 아우샬텐.”[내 몸의 껍질은 내 영혼을 견뎌 내지 못했다.] 누가 그렇게 말했죠? 내 영혼의 불길이 내 세속의 껍데기를 태워 버렸어요. 이제는 알겠어요? 내 신경절은 나에게 글을 쓰도록 명령했던 그 저주받을 무언가를 버텨 낼 수가 없었어요. 난 중독되어야만 했어요. 힘을 모아야만 했어요.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어요. 하지만 일단 기계 전체가, 낡고 약한 기계가 이토록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니까, 이제는 더 창작을 하든 안 하든 계속 움직여야만 해요. 뇌는 바닥까지 닳아 버렸지만 기계는 계속 돌아가죠. 그 때문에 예술가들은 미친 짓을 해야만 하는 거예요. 더 이상 아무도 통제할 수 없이 공허하게 속력을 내는 엔진을 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커다란 공장 기계실에 기관사가 없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모든 계기판의 바늘이 이미 오래전에 빨간 화살표를 넘어섰는데, 모든 것이 마치 광란하듯이 계속 돌아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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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푸르그. 가자. 이제 난 정말로 완전히 건강해?건강하고 행복해. 굉장한 작품을 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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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바라 수녀. (야만적으로 절망에 차서)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정신의학의 전부야! (울먹이며) 난 이 나이 먹고서 이제 누가 정신병 환자인지 모르겠어요?나인지 선생인지, 아니면 저들인지. 오, 하느님, 하느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난 이미 돌아 버린 것 같아요. (그륀에게 팔을 뻗으며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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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물닭. 참 우스운 의심을 하고 있네! 죽음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그게 사실이지만, 난 전혀 죽고 싶지 않아. 그러나 산다는 것도 나한테는 죽음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아니야. 나한테 가장 괴로운 건 바로 이 기둥 아래 서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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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물닭. 이 남자는 어쩜 이렇게 멍청하지. 뭔가 돌이킬 수 없다는 게 바로 위대한 것인데….
에드가. 부탁인데 너무 멋대로 행동하진 말아 줘. 욕도 하지 말고. 그건 심지어 부조리극에서도 금지돼 있으니까.
쇠물닭. 좋아, 하지만 당신 자신도 이건 악순환이라는 걸 인정해야 할 거야.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모두 위대해. 죽음과 첫사랑과 동정의 상실과 기타 등등 그런 종류의 일들이 위대한 이유는 오로지 그 때문이야. 몇 번씩 되풀이할 수 있는 일은 모두 그로 인해서 좀스러워지는 거야. (구름 사이로 약한 달빛의 반짝임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당신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위대함을 원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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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모두에게,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해 해명하듯이) 언제나 상황과 사람들이 나를 위해 모든 일을 해 줍니다. 난 마네킹이고 꼭두각시일 뿐이에요. 내가 뭔가 만들기 전에 내가 하려던 바로 그것이 나를 통하지 않고 벌써 혼자 움직여요. 이건 뭔가 저주 아닙니까?
--- p. 86
타지오. 내가 예의 바르지 않은가요?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어딘가 어긋났어요. 마치 꿈속에서처럼 모든 일이 일어나요. (갑자기 활기를 띠며) 있잖아요, 난 절대로 아무것도 겁내 본 적이 없어요, 오로지 꿈속에서만 겁을 냈어요. 그런데 지금은 모든 일이 나한테 마치 꿈인 것 같으니까, 이제는 겁이 나요, 조금 뒤에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나서 이제까지 꿈에서조차 그렇게 겁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겁이 날 것 같아요. 가끔 난 그렇게 무서워요. 그렇게 무서운 게 겁이 나요.
--- p. 89
에드가. (…) 예술로부터 날 지켜 줘요, 난 예술을 증오하고 두려워해요. (…)
--- p. 110
에드가. (평온하게) 모든 일은 이미 한 번 일어났어, 단지 조금 다른 방식이었을 뿐이지.
--- p. 125
텐기에르. (미코와이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애쓰며) 에에에… 삶에 있어서 존재의 비밀을 표현하는 데 적절할 정도로 위대한 부조리는 없지. 그건 광인들과 언제라도 미쳐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어.
--- p. 150
트레팔디. 나로 말하자면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 뭔가 해결 아래의 모든 생각을 훅 불어서 날려 버린 듯한 느낌이야. 난 그저 이 제어기의 연장일 뿐이야, 내 뇌를 꼬챙이에 꿰듯이 이 철제 레버에 꿰어 놓은 것 같아. 말하자면 난 기차와 나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했어. 바로 나 자신이 마치 황소처럼 공간을 질주하고 있어, 내 운명의 날에 나 자신을 꽂아 버리기 위해서. 아니, 정말 공교로운 순간이야. 우리 머리 위에 표지판을 걸어도 되겠어. “만지지 마시오, 고압, 사망 위험!” 누군가 움직이지 않는 정상적인 사람이 나를 건드린다면 벼락을 맞은 것처럼 뒹굴게 될 거야. 어쩌면 이건 기계화된 광기의 시작인 걸까? 트라바이야크. 당신의 겸손함이 놀랍군, 카롤.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고 확언했으면서 손풍금처럼 떠들고 있어.
--- pp. 159~160
율리아. (황홀경에 빠져 그에게 입 맞춘다.) 우리보다 더 미친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우리 빼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들은 유일하고, 고립되어 있고, 거대해요. 위대함이 뭔지 드디어 이해했어요! 당신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당신 둘 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 p. 162
우리의 질문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과연 현대의 인간이, 비록 아주 짧은 동안이라도, 사라져 버린 신화와 믿음과는 상관없이, 옛날의 인간이 그런 신화와 믿음과 관련해서 경험했던 것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감정을 똑같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그러한 형태의 연극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인가?
--- p. 185
그러한 형태를 연극에서 창조하려면 그 형태를 창조해야 할 진실한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창조력을 충분히 높은 수준으로 가진 사람은 오늘날 아무도 없는 것으로 보이며, 그 외에도 현재 연극계의 모든 관습, 현재 무대연출, 연기, 극예술 구성의 심리학적 기본을 이 해하는 모든 방식과 단절되어야 한다.
--- p.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