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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476g | 145*210*21mm
ISBN13 9791190966054
ISBN10 1190966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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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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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동네 할아버지에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옛날 옛적 어느 신통한 도사가 우리 마을을 지나다 말하길, 장차 물에 잠길 마을이라고 수침동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큰 홍수가 져도 잠기지 않을 만큼의 산기슭에서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 물에 잠긴다니, 사람들은 백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도사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날 도사는 또 말하길, 이 강물이 서쪽으로 산을 뚫고 가 저 멀리 화경산 콧구멍에서 천길 물길로 쏟아지리라 예언했다. 물론 그 말을 믿는 이는 더더욱 없었다.
--- p.9

본인 밥은 굶어도 미역 장사, 내복 장사 등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온 장사꾼에 밥을 주고 같은 방에 잠재워주셨다. 방귀를 뀌어도 장군 같다며 엉덩이를 두드려주고 참기름을 온통 방바닥에 쏟아놓고 뒹굴어도 머리를 쓰다듬어주신 분. 밤새 친구들과 놀다 들어오면 “아이고, 내 새끼 잘 놀고 왔는가” 하며 아랫목에 넣어두었던 내복으로 갈아 입혀주고 엿이나 한과를 석작에서 꺼내주시던 할머니. 나는 그런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
--- p.28

지금은 1년에 백만 관광객이 찾는 섬, 한국 최고의 관광지로 선정된 섬이지만 내가 군 복무를 하던 당시 외도는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섬이었다. 배를 타고 거제도 본대에 갈 때면 예고 없이 태풍이 몰아치기도 했고, 부식을 싣고 오던 배가 거대한 파도 속으로 들어가면 팔랑거리는 나뭇잎 한 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파도 속을 수영해서 죽을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 p.42

외도는 5만 평 작은 섬이지만 우리 집 뒤쪽만 해도 10만 평 산이 있었다. 정읍에는 정읍을 빙 둘러선 칠보산, 내장산, 두승산, 초산이 있었다. 그 산들과 나무가 얼마나 대단한 밑천인지 나는 생각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향을 절대 떠나지 않으리라. 나는 산이 있는 고향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제대했다. 나는 큰 호수가 두 개 있고, 초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정읍을 아름다운 도심 정원으로 만드는 상상을 외도의 산꼭대기 초소에서 종종 했다. 인생이 그렇게 결정되었다.
--- p.45

서른여섯 살에 뚝심 있게 산림조합장 선거에 나갔다. 현직에 있는 상대 후보를 무슨 수로 이길 것이냐며 어머니는 출마를 반대하셨다. 나는 패기가 넘치는 나이였으므로 나라를 다시 세우듯 우리 조합을 전국 일등 조합으로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덤볐다. 하나하나 밑그림을 그리며 꼴등 조합을 일등 조합으로 만들기 프로젝트에 심호흡을 깊게 했다. 맹렬한 화력이 나의 내부에서 불타올랐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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