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서울과 도쿄는 인구와 도시공간구조의 변화에 있어 시차를 두고 상당히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과 생활패턴을 지닌 젊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원거리 통행이 유지되는 상황은 부분적으로 광역화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향후 시내 주거밀도를 높여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고 다양한 계층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등 광역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p.72
서울은 2000년대 이후 3개의 비전 계획을 내걸었다. 그 실현 수단은 대규모 개발과 규제완화에서 소규모 개발이나 공간의 질적인 관리로 전환했지만, 그 이념은 ‘균형발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공평함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한편, 2000년대 이후 도쿄는 균형발전과 같은 큰 이념을 내걸지 않고, 보다 구체화된 정책과제별 작은 이념을 앞세워 공평함이 아닌 기능성을 중시하고 있다.
도쿄에서는 서울의 ‘강남북 간 격차’와 같은 구조적인 격차보다 방재 성능의 격차(목조주택 밀집 시가지 정비), 주거 기능의 격차(도심 거주의 규제완화), 관광 기능의 격차(숙박시설 규제완화) 등과 같은 정책과제별 격차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개별적인 도시개발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격차는 공간적으로 겹치지 않기 때문에 서울의 강남북 간 격차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 p.128
2000년 이후 서울은 도심부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계획 틀을 공공이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청계천 복원, 역사문화자원 보전, 도심재개발사업 등을 민간과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다. 향후에는 일단의 도심지역을 통합적으로 개발·관리하는 민간 디벨로퍼 역할을 확대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도심기능을 확충할 수 있는 사업 방식이 요구된다. 이에 반해 도쿄는 수도의 중심으로서 도심부 관리를 위한 원칙과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는 재생사업을 통한 과도한 규제완화가 부의 외부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규제완화의 정도와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
--- p.171~172
도쿄에서는 노후 목조주택 밀집지역의 정비를 위해 공공이 장기간에 걸쳐 주민을 설득·지원하고 주민 협조와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노후 주거지 내 도로 확폭사업, 주택의 신축·재건축 시 불연화사업 등을 10년 이상 실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공은 기반시설을 직접 정비하거나 보조금 지원, 세제 감면 등을 통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공공이 개별 필지 단위의 불연화사업과 주거환경 정비를 지원하는 도쿄의 사업 추진 과정은 최근 서울에서 시행 중인 골목길 정비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집수리지원사업 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건과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도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의 도시재생사업에 따른 주민 체감도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 p.230~231
서울과 도쿄는 인구 천만의 대도시이며, 각각 25개와 23개의 자치구(특별구)를 두고 있다. 따라서 대도시 차원에서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는 도시관리가 필요하지만, 지역의 특성과 주민 수요를 반영한 자치구 차원의 도시계획도 요구된다. 과거 고성장·개발시대의 도시계획은 광역정부가 주도하는 공간 개편과 확대,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이 주류였지만, 저성장·재생시대에는 주민생활과 밀착된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도시계획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자치구의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과 도쿄는 대도시 차원의 일체적 도시관리를 중요시하며, 자치구에 비해 광역정부의 도시계획 권한이 강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 p.268
서울의 경의선 숲길 조성사업과 도쿄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적 도시재생사업은 철도 등 도시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선적 공간을 중심으로 한 재생 사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 서울의 경의선 숲길 조성은 도시개발사업을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개방된 공간 자체의 매력과 더불어 주변 지역과의 관계성을 면밀히 디자인하여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도쿄의 사례는 철도 사업자가 해당 지역 관리의 중심이 되어 재개발과 함께 지역이 필요로 하는 환경적 인프라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주변 지역의 파급효과보다 거점시설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연선 지역의 마을 조성에 따른 주변 지역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장소성을 높이고 주변 지역 활동과 연계하여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p.310
서울의 시가지 확장 초기, 강북의 발전을 억제하고 강남을 집중 개발하는 정책은 한시적이지만 강남북 불균형을 전제로 한 정책이었다. 이후 인구 폭증과 가파른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강남 신시가지 개발은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용인하면서 그 일부를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지속되었다. (…) 서울의 지역 격차가 정책적으로 야기되어 비교적 단기간에 형성된 반면, 도쿄의 지역 격차는 그 양상과 원인이 다르다.
야마노테와 시타마치 간 격차는 오랜 시간을 두고 이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거지를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시민들도 지역 격차를 불균형이라는 정책 과제로 인식하기보다 불가피한 문화적 차이로 인식하는 듯하다. 하지만 저성장에 따른 공공재정 부족으로 시가지 정비를 규제완화와 민간자본에 의존할 경우 지역 간 격차는 심각한 불균형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보인다.
--- p.382~383
고령화는 서울과 도쿄의 대표적인 공통 이슈로 손꼽을 수 있지만, 고령화의 진행 상황과 지역 분포, 정책 대응 등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먼저, 고령화를 먼저 맞이한 것은 도쿄이지만, 더욱 빠른 속도의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곳은 서울이라 할 수 있다. 서울은 2019년 고령인구 비율이 14퍼센트가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해 2026년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도쿄는 이미 1997년 고령사회, 2012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서울의 고령화 정책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고령세대 진입을 앞두고 만 65세 이상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일본과 도쿄는 2025년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후기 고령기에 진입하는 이슈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서울도 후기 고령자의 증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 p.416~417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한 서울은 도쿄의 철도망을 모범 사례로 꼽고 있다. 지난 40년간 물리적인 교통인프라 수준을 끌어올린 서울은 성장 위주의 도시교통정책에서 벗어나, 도쿄와 같이 기존의 인프라를 정비하고 관리하며 사회 변화에 발맞춰 세심한 정책을 펼치는 도시로 진화하였다. 비록 두 도시 간 고도성장기에 시간적인 격차가 존재하지만, 공간적 확장과 교통망이 팽창하는 모습은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도로 혼잡이 불가피하게 발생했지만, 교통망 정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세계의 교통 트렌드를 주도할 만큼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p.450